[기고] 건축 현상설계공모에서 조경설계의 현실과 역할에 대한 소회
[기고] 건축 현상설계공모에서 조경설계의 현실과 역할에 대한 소회
  • 심우섭 케이웍스디자인 실장
  • 승인 2021.01.14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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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섭 케이웍스디자인 실장
심우섭 실장
심우섭 실장

조경설계사무소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도시기반시설・건축물・하천 등의 현상설계, 인허가, 기본 및 실시설계, 턴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고, 이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반면, 학교에서 배웠던 조경 철학 및 이론, 프로세스 등과 현실 간의 괴리도 종종 느꼈는데, 특히 건축 현상설계에 참여하면서 이런 고민을 더 자주하게 되었다.

건축 현상설계의 과정은 현상설계에 대한 의뢰를 받고 보통 짧게는 1주, 길게는 3주 정도를 작업해서 총괄분야인 건축에게 전달하고 건축은 조경 외 타 분야 결과물들을 취합하여 최종 성과물을 제출한다. 보통 현상설계는 제출일이 정해져 있어서 일정기간 안에 최적의 성과물을 만들고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참여하는 회사들은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 인력을 투입하게 된다.

여러 건축 현상설계에 참여하면서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현상설계 진행 과정이나 결과물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조경설계가의 입장에서 몇 가지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현상설계 당선안의 결과물과 실시설계 후 최종결과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상설계에서 제시했던 설계개념, 형태, 공간구성, 프로그램 등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치면서 원안과 많은 차이가 생긴다. 가장 큰 이유는 현상설계 시 예정공사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상설계는 타 회사와 경쟁하기 때문에 공모지침서에서 제시된 예정공사비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보기 좋고 화려한 설계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공모지침서에 적합한 당선안일지라도 실제 공사비를 산출하면서 공사비 범위를 넘게 되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전 분야가 설계변경을 한다. 특히 조경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공사비가 매우 적게 책정되어 있어서, 최종적으로 현상설계에서 제시한 요소들은 하나둘씩 제외된다. 결국 법정기준만 충족한 채 공사비를 맞추게 되어 외부공간의 최종결과물 질은 현상설계 안에 비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발주처와 각종 심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당선안과 전혀 다른 안으로 변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모지침서에서 제시된 기간에 맞춰 도출된 안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상설계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의 개념, 형태 등이 바뀌는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당선과 보여주기에 치중한 설계안보다는, 초기에 에너지와 시간이 더 투입되더라도 제시된 예정공사비 범위와 발주처 요구사항들을 현실성 있게 고려하여 진행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성과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건축 현상설계공모 시 외부공간의 특성과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공모방식 변화와 지침 강화가 필요하다.

건축 현상설계에서 외부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건축물을 위한 패턴 디자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통 조경분야에서 2~3개의 대안을 작성하여 건축분야에 제안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총괄분야인 건축에서 외부공간에 대한 이미지와 개략 설계안을 미리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건축물이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외부공간의 특성, 기능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보기에만 좋은 단순하고 관념적인 패턴 디자인 형태로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외부공간의 디자인은 현실성 있는 형태를 고려되지 않고 오로지 건축 현상설계만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물 역할에 그치게 된다.

계획단계부터 관련 분야가 협업하여 최적의 안을 도출하려는 건축현상설계공모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설계공모 지침 단계에서 보다 명확하게 외부공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한다면 현재와 다른 건축 현상설계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건축 현상설계를 먼저 진행하고 당선된 건축물을 고려하여 외부공간 설계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대상지의 성격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공모가 진행된다면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인력 등의 투입은 최소화하고, 시작과 결과가 다른 외부공간이 아닌 일관성 있는 외부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커질 것이다.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의 태양 에너지 전달과 지역토착종 식재를 고려한 건축설계 (출처 : 티모시 비틀리 저, 최용호・조철민 역, 2020, 바이오필릭시티, 차밍시티 펴냄)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의 태양 에너지 전달과 지역토착종 식재를 고려한 건축설계 (출처 : 티모시 비틀리 저, 최용호・조철민 역, 2020, 바이오필릭시티, 차밍시티 펴냄)

 

셋째, 건축 현상설계공모에 조경분야 심사위원의 참여가 필요하다.

친환경 선호,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조경 등 외부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건축 현상설계공모에서도 조경설계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조경설계사무소에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심사과정에서는 조경설계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건축현상설계 심사위원은 전체 공사비 중 비율이 높은 공종의 순으로 5~7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하는데 보통 전체 공사비 중 조경 공사비의 비율은 약 2~5%를 차지하므로 조경 심사위원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부대조경‘이라 불리는 소규모 외부공간 디자인의 경우 조경 심사위원이 아닌 타 분야의 심사위원이 판단한다. 이렇게 당선된 안을 토대로 설계를 진행하면 외부공간에 대한 현실성이 미흡한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건축물만큼 조경 공간 또한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설계지침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현상설계공모 시에도 외부공간 디자인이 실제로 어떠한 경관을 연출하고 주변과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조금 더 현실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조경분야 심사위원의 참여도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조경의 역할도 그만큼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틀리에 장 노벨과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합작한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의 경우처럼 건축과 조경의 유기적인 계획도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원 센트럴 파크는 계획 단계부터 식재공간을 고려하여 태양에너지 입사 방향을 고려한 통합 설계를 하였다. 식물의 내성 테스트를 진행하여 호주의 기후 및 계절에 적합한 370종의 토종 꽃과 식물을 선정하고 이를 21개의 판으로 구성된 수직정원을 만들었다. 단순한 관념적인 형태를 벗어나 건축물과 외부공간이 어우러져 경관, 환경 등의 다양한 가치를 구현하고 공원과 건물이 어우러진 ‘도시마을’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건축 현상설계공모에서도 조금 더 유기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외부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부공간 디자인이 구현될 수 있도록 건축 현상설계의 참여 방향과 역할을 정립해야하며 조경분야에 대한 인식개선, 심사・평가 등의 제도적 차원에서 보완 및 개선방안에 대해 더욱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촉구해본다.

[한국조경신문]

심우섭 케이웍스디자인 실장
심우섭 케이웍스디자인 실장 humanlif2@naver.com 심우섭 케이웍스디자인 실장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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