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0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지난 1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0 순천국제정원박람회’

[Landscape Time 이수정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대 정원의 사회적 역할이 부각하는 가운데 공공보건에 정원의 치유기능 도입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순천시와 함께 지난 18일(금) 2020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일환으로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원·조경설계의 의료시설 도입 ▲정원 테라피 ▲탄소중립을 위한 수목원의 환경운동 실천 ▲정원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과밀화된 도시에서의 공공정원 역할 등 국내외 다양한 정원 모델들이 소개됐다.

의료시설이 자연의 영역인 정원·조경과 연계하면 도움이 될까? 나오미 삭스 미국 테라퓨틱 랜드스케이크 네트워크 설립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삭스 설립자는 자연풍경이 도입된 의료시설에 입원한 환자들이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실험결과를 전하며, “자연과의 연계를 통해 환자들의 면역력을 돕고 정부의 재정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정원이 의료시설에 필요하다 강조했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헤 공공보건 차원에서 정원과 조경 설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정원 치료는 정형외과, 신경학, 정신의학, 법의학, 노인치료와 연관해 사람들을 치료하는 분야로 체계적으로 자리잡았다. 틸 헤겔레 뮌헨 식물원 슈퍼바이저에 따르면, 독일의 정원 치료(Gardens Therapy)의 경우, 원예가, 조경가, 수목관리사, 농업전문가 등 녹색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치료사가 진단이나 기록, 평가를 거쳐 환자들을 돌본다. 독일의 정원 치료는 부차적인 자격증으로 관련 직종 분야 전문가가 추가적으로 배우는 분야다. 정원 치료를 위해서는 기초의학부터 정원·식물학, 식물형태학, 생리학 등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국제정원치료협회(IGGT)가 정한 교육 가이드라인 지침 따라 국가기관이나 단체가 정원 치료를 수행한다. 이처럼 정원치료를 목적으로 치료기관에는 ‘치유 정원’이 설계·조성돼 있다.

국립수목원, 맞춤형 정원 치유 프로그램 개발 본격 연구

국내에서도 사회적농장 등 농업과 원예활동으로 심신을 치료하는 치유농업이 법제화되면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국립수목원 또한, 정원을 치유와 연계한 보편적 추세에 맞춰 ‘정원 치유 활동 지원을 통한 생활 속 면역력 증진’을 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 내용에 포함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원활동을 통한 건강한 삶에 대한 수요가 팽배해 있다. 진혜영 수목원정원연구센터장에 따르면, 정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정원이라는 장소적 한계를 넘어 ‘힐링’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국립수목원은 ▲지역별 식물원과 수목원, 정원을 활용해 총 11곳에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2021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원치유 효과 검증 및 결과분석을 추진 ▲맞춤형 정원 치유 프로그램 개발 연구 ▲한국형 치유정원 조성 가이드라인 작성에 내년부터 착수한다.

진 센터장은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정원운영 프로그램 기능과 확대도 중요하다”며 “정부 역할이 초기에는 중요하다. 정부가 견인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런 부분들이 공감되면 민간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영 한경대 교수는 “앞으로 도시화라는 인공화된 환경은 가속화할 것이고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선 정원이 중요한 키워드다. 정원은 도시 전반적으로 다양한 스케일로 구현될 수 있다. 이는 정원이 많은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나 실천, 의사결정·법제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원을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연계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우리 시대의 정원’을 주제로 열린 ‘2020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심포지엄’에서는 ▲리차드 피아센티니 미국 핍스 컨서버토리&식물원 대표가 기조연설을 통해 1893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개장한 100년 자취의 핍스식물원의 탄소중립 등 자연 회복을 위한 식물원의 실천 사례를 공유했다.

이어 ▲나오미 삭스 테라퓨틱 랜드스케이크 네트워크 설립자·미국 메릴랜드대 조교수의 ‘정원, 자연으로의 접근’, ▲안나 마리아 피르허 이탈리아 트라우트만스도르프 캐슬정원 대외홍보 담당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원관광’, ▲틸 헤겔레 독일 뭰헨식물원 슈퍼바이저의 ‘정원 테라피’, ▲나이젤 더넷 영국 세필드 대 조경설계 및 도심원예과 교수의 ‘도시의 정원’, ▲진혜영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연구센터장의 ‘정원 인식변화와 정책방향’ 주제강연으로 진행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한 패널 토의시간에는 ▲변재상 신구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주영 한경대 교수 ▲최준영 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이 발표자들과 함께 정원의 발전방향에 대한 토의를 이어갔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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