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겸 (주)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이태겸 (주)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Landscape Times]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 축제 등의 부재는 코로나블루를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라 지역축제의 대부분이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이에 많은 축제들이 온라인 축제, 랜선 투어 등의 온라인 참여와 홍보를 특화하는 방향으로 이 상황을 대응하였다.

그러나 축제 개최를 위한 준비기간이 길고, 현장성과 일시성이 강한 자연자원을 활용한 꽃 축제 등 조경관련 축제는 온라인 축제 전환에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개최를 취소하였다. 이에 축제의 지속성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더라도, 예측 불가한 미래의 여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꽃, 정원 축제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로 춘천마임축제의 경우 집단적으로 모여 즐기던 과거의 축제 형식에서 다양한 일상공간으로 축제공간을 전환하고 프로그램을 세분화하였다. 단순한 일회성 축제로 끝내지 않고, 7월부터 142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하고,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일상축제를 이어나가면서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였다. 일회성 이벤트였던 축제를 일상의 축제로 변화시킨 사례이다.

보령머드축제는 온라인 축제로 개최되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련 축제 영상 조회 및 참여가 총 140만 8347회 조회되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축제 콘텐츠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에 기여한다는 것과 온오프라인 축제의 병행을 통해 지역 축제의 인지도와 체험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SNS에서 ‘랜선축제’나 ‘랜선투어’와 같은 신조어를 종종 볼 수 있으며, 관련하여 ‘힐링’, ‘위로’ 등과 같은 긍정적인 감성키워드들이 등장한다. 온라인으로의 간접경험을 통해서도 참가자들이 어느 정도의 위로와 힐링의 감정을 얻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조경관련 축제 또한 다중집합형, 현장형 방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상황과 시대, 환경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형식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실행방식에 있어 코로나19 등의 사회환경적 재난의 장기화 사태를 고려하여 불확실성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최근 여가활동의 경향에서 나타나듯 확실성이 보다 담보된 형태(소규모 인원, 자차 등을 이용한 소규모 이동, 휴양림, 캠핑, 호텔 등의 거리두기와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숙소 선호)의 활동이 선호된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속가능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의 조경 및 정원 관련 축제를 시도해보고, 물리적, 비물리적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축제를 자원의 소비와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획하는 등 생태적 측면을 중시하는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꽃 축제의 경우 단일군락 식재하는 경우가 많아, 매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지만, 올해 몇몇 지자체 상황을 살펴보듯 축제 취소에 따라 식물들을 모두 베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 특성과 축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식물의 생육특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저관리형, 혼합 식재 기법을 축제장에 도입한다면 운영관리 비용 절감과 생태관광으로서 가치가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한정된 특별한 경험에서 일상적 체험과 경험의 공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2020년 축제가 개최되지 못했지만, 만약 주민들 또는 기존 방문객들에게 축제 꽃 화분을 분양하고 돌보는 과정을 공유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미개최된 축제에 대한 기억을 이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 씨앗을 분양하고 직접 키우는 과정을 온라인으로 교육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나아가 축제 기간에 시민들이 각자 기른 꽃, 나무를 모아 시민이 만든 정원 등을 조성하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며 축제를 홍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꽃 축제는 살아있는 자연자원이 축제의 주요 주제이므로 축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없다. 현장 축제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소규모, 맞춤형 개방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대규모 단일 꽃축제장의 경우 새벽, 낙조 등 특정 시간 대 아름다운 경관 연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개장 전, 일몰 후, 축제장 유지관리를 위한 시간, 특정 이벤트 기간에 사진가/영상 작가, 가족 및 연인을 위한 축제장을 대관하여 ‘당신만을 위한 정원(가칭)’과 같은 프리미엄 공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축제 시작 전 프리뷰 기간을 통해 축제 개최 전 보완 사항을 발굴하고 축제에 대한 홍보 및 관심 제고, 인지도 향상 등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19 등과 같은 상황에 대응한 소규모, 분산형 전략이지만, 향후 프리미엄 체험 프로그램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넷째, 다양한 기술을 축제에 접목하여 현장에서의 비일상적 체험을 넘어 온라인에서의 가상 체험, 오프라인에서의 XR(확장현실) 체험 등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꽃 축제 현장의 스펙터클한 경관이 주는 감동과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축제장의 경험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든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온라인 축제의 방식들을 개발해 놓는 것은 축제의 지속성 확보의 한 방안이다. 또한 물리적 축제 공간의 확장과 축제 체험의 다양성 확대, 질의 향상을 통해 축제 체험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은 오프라인 축제가 개최되었을 때도 온라인 융합형 축제의 시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떠남’이 아닌 ‘경험’에 집중한 랜선투어로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코로나19 위기가 오히려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다. 조경 분야의 관광 및 축제산업 또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길 바라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쉼과 힐링을 위한 녹색 축제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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