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br>
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

[Landscape Times] 시대의 흐름과 예술문화의 변화로 발맞추어 나아가던 조경환경이 심각한 환경오염과 질병으로 인해 일상의 즐거움이 퇴색되고 차가운 시선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예년 같으면 지자체의 봄꽃축제를시작으로 전국이 알록달록 꽃의 색채로 물들었겠지만 2020년은 많은 국민들이 근심으로 가득한 힘든 한해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는 침체되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일부 제한된 분야는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에는 앞으로 먼 길이 될 것 같다.

조경전시연출을 생업으로 하는 지금 상황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봄과 여름에 있었던 전국 박람회, 축제, 체육대회 등이 대부분 취소되었으며, 곧이어 개최되는 규모의 가을 행사들도 모두 취소되어 길고 어두운 한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이벤트, 공간 전시) 언택트 또는 랜선축제로 연출공간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온라인 관람으로 유도하였지만 관람객을 위해 실제 공간을 조성하고 전시·연출하는 전문가인 필자는 비대면으로 꽃과 어우러진 오브제들, 자연과 조화를 강조한 조경연출 등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필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어 개최하기로 한 행사들 또한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갑자기 취소되어 미리 준비한 식물과 오브제를 농장과 공장에 방치할 수밖에 없는 난감함에 발을 동동 구루기도 했다. 하지만, 관람객이 올 수 없는 공간에 큰 비용 들여 조성한다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전시연출이라는 것이 공공재나 필수재 보다는 사치재의 성격이 더 있다 보니 더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으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억이 오래된 추억처럼 떠오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화훼와 가드닝, 조경, 전시연출을 두루두루 진행해왔던 필자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기회의 시작으로 다가왔다. 대규모 행사를 위한 조경전시연출분야는 취소되고 줄어들었지만 실내와 동네 구석구석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가는 실내외 정원조성이 다시 한 번 힘을 보태 주었다. 몇 년 전부터 정원문화 확산에 힘입어 많은 지자체에서 진행해 오던 정원조성사업이 환경, 좀 더 가깝게 말하면 건강과 만나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유행했던 ‘집 밖은 위험하다’는 말은 지금이 더 들어맞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집콕, 방콕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베란다에는 다양한 플랜트정원과 화분들로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고, 야외 텃밭을 넘어 가정 내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가정용 식물재배기가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홈가드닝을 이용한 실내 벽면녹화는 물론 실외 화분까지 정수기산업처럼 월 렌탈비를 받고 주기적으로 꽃과 식물을 유지관리 해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예쁘다고 사왔던 화분들을 관리소홀로 인해 버려진 경험이 있는 고객들에게는 얼마나 반가운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마음에 들어 하는 꽃과 식물을 사시사철 볼 수 있으며 정적인 안식을 식물을 통해 전달 받을 수 있는 힐링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집에만 있다 보면 무기력하여 외부활동을 통한 건강한 여가생활 등 점차 늘어나고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는 커피숍은맛과 향을 따지던 것에서 이제는 웰빙을 위한 플라워와 가든으로 특화된 건강한 플라워카페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인기 있는 매장은 조화와 소품, 조명들로 연출한 세련된 인테리어가 위주였으나, 이제는 실제 꽃과 식물로 조성된 자연스러운 그린의 자연을 선사하는 카페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조경분야가 접목되고 있어 우리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흐름이다.

뿐만 아니라 동네 풍경을 바꾸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5년에 걸쳐 50조원 이라는 예산이 풀리고 있다.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곳에도 마을가꾸기 사업등과 맞물려 정원 조성사업이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조경회사가 이런 사업들에 쉽게 뛰어들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터를 만들어온 전통적인 조경분야만 고집하기에는 이미 조경을 포함하는 분야들이 산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좋은 흐름 속에서 조경전시연출가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최상의 기회라 생각된다.

누구나 느끼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은 ‘생활 속 조경(홈가드닝, 플렌테리어, 골목환경정비 등)’에 손을 내밀고 있다. 공원을 조성하고 경관을 책임지던 넓은 의미의 정원을 이제는 섬세함을 추가하여 다뤄 볼 차례라고 생각된다.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조경으로...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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