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경관의 음지정원…“현대의 한국정원 세계에 선보이겠다”
숲 경관의 음지정원…“현대의 한국정원 세계에 선보이겠다”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0.11.24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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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은 정원디자이너
한국정원 정체성…형태적 집착 벗어나 “한국적 감성” 바탕
세계와 한국 경계 허무는 보편적 모색
제2회 LH가든쇼 대상작 ‘청초’, 내년
독일 에르푸르트 연방정원박람회에 출품
이주은 정원디자이너
이주은 정원디자이너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이주은 정원디자이너·팀펄리가든 대표가 한국정원을 알리기 위해 내년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열리는 ‘독일연방정원박람회(BUGA)’로 진출한다.

지난 10월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지구 내 동말근린공원에서 개최된 ‘제2회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대표는 정원작품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을 통해 현대의 ‘한국정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올해 ‘LH가든쇼’의 주제는 ‘정원, 경계를 품다’였다. 이주은 대표는 ‘경계’라는 키워드와 한참 씨름하며 세계(낯설음)와 한국(익숙함) 사이 간극을 “한국 사람들의 감성이 녹아있는 정원”으로 채웠다. 한국적인 감성에 충실할 때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정원’에 공감한다고 믿었다.

그동안 경기정원문화박람회나 울산태화강정원박람회 등 조성한 쇼가든마다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식재와 경관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작은 규모의 정원에서도 계절마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풍경으로 설계한다는 이 대표는 도시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한국정원’을 모색해나가고 있다.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청초’…음지정원의 편안함에서 한국적 정서 찾아내 

프레임 통해 바라본 정원, 시선에 집중한 설계

“평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정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정원은 그동안 기와지붕이나 방지 등 형태적인 것에 집착했다. 여기서 벗어나 한국 사람의 정서를 표현하는 (한국)정원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이주은 대표는 한국정원의 물리적 구성을 앞세우기보다 그늘진 계곡에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숲에 있는 듯 음지정원 형식이 한국인이 편안하게 느끼는 정원이라 판단했다. 정원 ‘청초’에는 숲이나 산 속 그늘 풍경을 빌려온 듯 바위가 자연스럽게 널려 있고 그 사이로 단풍나무, 사초를 비롯해 다수의 음지식물이 식재돼 있다. 정원제목인 ‘청초’처럼 초록의 식물이 다양하게 심겨 있지만 봄엔 진달래나 앵초가. 여름에는 큰까치수염 등 시간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식재패턴을 연출하면서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로 표현됐다.

무엇보다 “프레임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 들였다. 정원은 시선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경관을 창출하는데 특히, 앉아서 바라보는 정원이 주요 관람 공간이다. 정자를 떠올리는 목재 구조물이 정원을 격자로 둘러싼 이유이기도 하다.

정원의 중심에는 다소 키 큰 수형의 아기단풍나무가 심겨 있고 나무 아래로 지피식물이 심겨 있다. 이 대표는 “앉아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최대한 단풍 줄기 선이 돋보이도록 벽을 하얗게 칠했다. 나무라는 물성을 강하게 부각한 목재 구조물은 프레임의 역할을 한다.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강조할건 강조했다. 그리고 기와지붕의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고 재밌게 일했고 결과도 좋게 나와 기뻤다”고 후일담을 남겼다.

이 대표는 당초 한국정원을 끌어내기기 위해 차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지만 도시공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원에 숲을 들였다. “차경할 수 있는 산을 정원에 떠다 놓으면 어떨까. 더 이상 차경할만한 공간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그 경관을 정원 안으로 옮겨다놓자는 게 처음 생각이었다.”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도시공원의 공공정원 유지관리, 시민과 전문가 연계로 전문성 확보돼야

가든쇼에서 선보인 음지정원은 이 대표가 도시에서 지향하는 정원형식 중 하나다. “높은 건물 때문에 도심에서 그늘지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 그늘에 심을 식물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그늘이면 맥문동, 수호초 정도만 심었는데 요즘 카렉스(사초) 계통의 반그늘성이나 반상록성의 식물들이 많아지다보니 음지정원도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진다.”

도시공원에서 공공정원으로써 정원을 조성했지만 유지관리에 대한 고민은 항상 남는다. “정원 ‘청초’가 음지정원이다. 세심하게 정원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며 박람회 후 도시공원에 존치되는 정원에 대한 유지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예산 있는 지자체는 보식도 하고 관리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방치한다. 안타깝다. 정원을 공원처럼 생각하는데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유지되지 않는다. 정원답게 만들어서 정원답게 이용하고 관리해야한다”면서 “공공정원은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리하면서 채워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예산이 부족하다. 서울숲 오소정원처럼 꽃을 가꾸고 싶어 하는 시민들과 연계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교육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땅을 제공하고 정원디자이너들도 같이 정원을 가꿔나가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 관이 전문가, 민간과 연계하면 정원을 전문적으로 가꿀 수 있다. 지금 시민정원사들이 양성되고 있지만 이분들이 주체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강으로 돌아온 아이들'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강으로 돌아온 아이들'

유휴지를 공공정원으로 조성하는 서울시의 ‘72시간 프로젝트’나 산림청의 ‘정원드림 프로젝트’ 통해 최근 이 대표의 멘토링 활동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학생들 열정과 노동력, 아이디어, 전문가의 노하우 그리고 시와 정부 예산이 합쳐져 자투리땅이 시민이 원하는 공간으로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시민이나 학생 모두 호응이 좋다”면서 “규모는 작지만 정원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모두 다루게 되니 기초작업부터 체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앞으로 청년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이 대표가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는 2021년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열리는 연방정원박람회(BUGA)에 출품된다. 내년 초 독일행을 앞두고 분주한 그는 “우리정원과 한국정서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뜻 깊은 자리라 기대된다. 파스타가 이탈리아음식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음식이 된 것처럼, 카레가 인도카레만이 아니 세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처럼 제가 만든 음지정원이 한국만이 아닌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LH가든쇼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 ‘청초 :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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