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초고속 압축 성장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해 온 공간과 도시 설계의 속성들이 코로나 시대 이후 주민참여와 주도의 새로운 방식과 새롭게 접목되야 한다는 주장이 서울디자인 국제포럼을 통해 제기됐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도시 디자인’을 주제로 11월 5일(목)과 6일(금) 양일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0 서울디자인 국제포럼의 연사로 초청받은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의 이야기다. 

박 소장은 서울의 압축 성장의 결과와 도시설계의 방향을 성찰하고, 드라이브스루나 선별진료소 등 코로나19 대응을 잘 해냈던 사례가 던지고 있는 화두를 제시했다.

1960년부터 70년대까지 한국의 도시는 폐허와 가난 속에서 당면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많이, 효율적으로 재건해야 하는 시대를 겪었다. 

이 때문에 '주택 200만호 건설'과 같은 물량에 초점을 맞춘 국가 목표와 도시 목표로 도시 설계가 이뤄져 왔고, 이후 재개발, 재건축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도시재생'이라는 다른 유형의 접근을 하고 있다. 

2007년부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라는 구호 아래 주민 주도로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고,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파트너십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정부사업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제도들이 마련됐고, 그 안에 지역의 역량강화, 지역 공동체 활성화, 지역사회 활성화를 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함께 고려하는 이전과 다른 방식의 주민 참여와 주도의 도시만들기를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현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참여형 계획이 이뤄지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고, 효율적 패러다임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의 인내심이 부족해 많은 좌절을 느꼈었다"고 평가하며, 하지만 이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롤모델로 삼았던 선진국과 레퍼런스 삼았던 해외 도시들이 코로나19로 위협받고,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던 점에 비해 국내는 ‘K방역’이 성공하며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에 대해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박 소장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K방역의 성공 요인은 크게 ‘중앙집중 행정력’, ‘국가계획’, ‘시민의 호응’,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이다. 

특히 중앙집권형의 행정력과 지자체와의 협력, 사회의 빠른 호응은 우리의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압축 성장을 거쳐 키워 온 습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민 주도, 참여형 도시재생 사업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이러한 습성을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단점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이 아닌, 참여형 설계와 접목하고 창의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주민주도의 공간 디자인 해법을 내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자성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며 비판하며, “무책임하게 자발적 주민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들의 현실성은 과연 무엇인가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 참여형 공공사업에서 주민과 공공과 전문가들이 새롭게 찾아내야 할 2020년 이후의 역할의 조건은 무엇일까”라며 화두를 던졌다. 

주민 주도의 상향식 방식과 중앙집권형 하향식 방식의 속성이 함께 시너지를 내며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라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바이러스는 사회적약자 뿐만 아니라 제약조건이 덜한 다수의 시민들에게도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누구든지 불편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정신이 보다 공감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고 주장하며 유니버설 디자인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를 위해 정책 기반이 될 ‘유니버설 디자인 종합계획’을 올해 8월 수립하고, 그 실행 조직이 될 유니버설 디자인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개소식은 올해 12월로 예정됐다. 

한병용 서울시 문화시설추진단장은 “제1회를 맞는 이번 ‘2020 서울디자인 국제포럼’을 통해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세계 각 도시의 노력을 공유하고, 미증유 사태로 인해 변화될 디자인 정책의 미래를 탐색해 보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다”면서 “이틀간 제시해 주실 소중한 의견과 사례들은 향후 서울시 디자인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개회사를 밝혔다. 

한편, '2020 서울디자인 국제포럼'은 서울시가 유니버설디자인, 사회문제해결디자인 등 개별적으로 개최하던 두 행사를 연계한 포럼으로, 유튜브를 통해 국내외 도시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공개됐다. 5일(목)은 유니버설디자인을 주제로 ▲리차드 세넷 유엔 해비타트 이니셔티브 그룹 의장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 ▲얍 레이 비 싱가포르 도시개발국 그룹대표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제레미 마이어슨 영국 왕립예술대학 교수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뷔로 올 스키렌 그룹 대표 ▲주유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서윤 (주)다원디자인 회장이 연사로 참석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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