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원사 양성교육 참가자들
마을정원사 양성과정 참가자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주민이 가꾸는 가운데 도심 속 자연생태계를 보존하고 도시경관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공동체정원이 있다.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조성 예정지에 들어선 공동체정원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한 벌판 너머 가을 초본류와 허브식물 틈에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지난여름에는 맹꽁이도 정원을 찾았다. 곳곳에 풍성한 그라스류 사이로 흙을 나르며 가을식재에 분주한 정원사들의 모습도 삼삼오오 눈에 띈다.

1만여 제곱미터 땅에 강동구 주민들이 직접 일군 이 곳은 지난해 봄 강동정원문화포럼(공동대표 김영일·주인옥)이 LH 소셜벤처시범사업으로 시작하면서 올해 들어 더욱 다양해진 경관을 창출했고 문화콘텐츠도 확장했다.

서수현·김원희·송초희 정원디자이너 및 서울시립대 학생들 등 전문가그룹의 재능기부로 공간별 식재디자인이 설계됐다. 빗물정원, 드라이가든, 주민 실습정원에 이어 키친가든, 허브가든, 내추럴 가든 조성을 위해 기반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텃밭이었던 부지 한쪽을 정원 조성 부지로 포함하면서 스케일도 커졌다. 생물다양성과 토양회복 등 정원의 기본에 충실했다. 모험놀이터나 적정기술,문화예술을 통해 지역공동체 기반의 공원사용 모델을 실험 중이다.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조성 예정지에 만든 공동체정원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조성 예정지에 만든 공동체정원
공동체정원
공동체정원

자연과 단절된 도시환경에 수분매개자인 벌과 나비가 서식하는 폴리네이터가든 등 도시정원에서 가능한 생태계복원방식을 논의하고, 무엇보다 모험놀이터, 적정기술, 공연, 문화예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확장하고 공원을 매개로 지역공동체 기반의 공원사용 모델을 실험 중이다.

올해 포럼은 공원 가까이 사는 강동구 주민들이 정원과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반기 주민기술학교 사업과 연계해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진행 중이다. 마을정원사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담보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을정원사 인증제도도 강동구에 제안했다.

김영일 공동대표는 “지금은 거의 정원에 관련된 내용인데 공동체 교육이라든지 공공성에 관련된 교육도 같이 함양해야한다. 공원이라는 공간이 열린 공간이고 공공성을 확보해야하므로 앞으로 이와 관련된 교육도 과정에 담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인옥 공동대표는 “강동구에 살면서 먼 데 정원을 구경 다닌다. 풀 한포기 내 맘대로 만지지 못한다. 여기는 강동구 주민이라면 3~4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깜짝 놀란 게 잎사귀에 손톱만한 청개구리가 붙어있거나 여름이면 맹꽁이가 운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들이 동물, 식물, 사람까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원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정원사 양성과정 교육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마련된 한평정원
마을정원사 양성과정 교육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마련된 한평정원

공동체정원에는 마을정원사 양성과정 교육생들의 정원실습을 위해 ‘한평정원’도 운영되고 있다. 숲해설사 9년 차인 이향배 씨는 “지역에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합류했다. 동네에서 가깝고 보이는 곳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그런 의도로 교육을 한다고 해 찾았다. 뜻을 같이하고 모여서 즐겁게 봉사하고 배우기도 한다”고 공동체정원 참여 소감을 밝혔다.

진상원 씨는 “첨단 IT 분야에서 일하다 식물 공부한지 4년 됐다. 시민정원사 교육을 받고 이를 계기로 공동체정원 조성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텃밭이었던 부지를 흙부터 식재까지 봉사하는 분들이 다 일궜다. 50~60대가 대부분인데 아프다가도 정원에 오면 40㎏ 포를 번쩍 들고 나르는데 뮤지 행복해 보인다. 물을 직접 심고 커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공동체정원의 식재원칙은 명확하다.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 사용은 금지돼 있다. 김 공동대표는 “정원의 주인이 식물만은 아니다. 땅 속 미생물도 있고...정원은 벌과 나비, 새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식물을 정원에 심어보고 자라는 과정을 경험해보보자 취지에서 공간을 열어놓고 있다. 땅이 살아야하고 나비와 벌이 찾아와야되니 제초제나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최대한 땅을 살린다는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공동체정원을 관리 중인 마을정원사
공동체정원을 관리 중인 마을정원사

암사역사공원은 2006년 공원으로 지정된 후 아직까지 토지보상을 진행 중이다. 오랜 시간 토지보상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유휴지가 생겼고 이 부지에 지난해 공동체정원이 조성됐다. 2021년 목표로 조성 계획인 부지라 현재까지는 공원을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외부공간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근접한 거리에 있는 일상생활권 공공정원의 역할도 대두되고 있다. 마을공동체 거점공간이자 도심 속 자연생태공간으로서 정원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려면 토지확보는 우선 숙제로 남는다.

한편, 공동체정원이 있는 암사역사공원 일부 공간은 ‘사회적협동조합 함께강동’, ‘자연의벗연구소’ 등 민간단체들이 서울시 시정협치사업으로 추진하는 ‘2020 서울놀이주간’ 기간 꿈의 놀이터로 오는 11월 1일(일) 운영된다. 꿈의 놀이터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생활재료나 자연재료를 활용해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이공간을 만드는 놀이터다.

공동체정원의 가을풍경
공동체정원의 가을풍경
공동체정원의 가을풍경
공동체정원의 가을풍경
공원부지 일부는 모험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부지 일부는 모험놀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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