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겨울정원 내 사진전시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개포동 재건축으로 사라진 나무들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숲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서울숲공원에서 지난 10월 27일(화)부터 11월 10일(화)까지 열리는 ‘그린아카이브2020 전시’의 일환으로, 서울숲 커뮤니티센터에서 실내전시가, 겨울정원에 사진 및 실외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를 기획하고 총괄했던 이성민 감독을 실제 유년시절을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에서 보냈던 주민이었다. 이 감독은 익숙했던 공간이 변하는 모습들을 보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사진 밑에는 주민들의 나무에 얽힌 추억들이 댓글로 달렸다.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전시

그렇게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온라인에 ‘개포동 그곳’ 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재건축 단지에서 사라져가는 나무를 1년 동안 기록한 사진을 공유했다. 계정을 통해 사람들이 모였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나무가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공감했다.

그때 사진과 주민들의 이야기는 커뮤니티센터 한 쪽 면에 전시됐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개포동 나무산책’으로 연결됐다. 산책은 2017년 여름부터 시작해 2018년 9월까지 한달에 한 번 꼴로 꾸준히 이어졌다.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겨울정원 내 사진전시

또 주민들에게 신청서를 받아 소중한 기억 속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남겼다. 이때 찍은 사진은 서울숲 겨울정원에 전시가 됐다. 사진이 전시된 양면 액자는 당시 개포동에서 베어진 메타세콰이어로 만들었다. 

이 감독은 “사진의 앞면은 주민들의 사진이지만, 뒷장을 보면 주민이 떠난 뒤 남겨진 나무들의 모습이다. 재건축으로 모두가 떠난 뒤 남겨진 나무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간 차를 뒀다”고 설명했다. 

‘나무의 이름’이라는 캠페인도 벌였다. 재건축 전 사람들을 다시 그곳에 오게 하고, 함께 산책하고, 추억을 이야기하며 사라지게 될 이름을 부르게 했다. 나무에게서 받은 ‘부분의 인상’으로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록한 작업들 또한 문자와 이미지, 영상을 통해 전체가 아닌 ‘부분의 인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전시

나무를 보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 날의 경험도 전시에 녹아있다. 이 감독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쓰이던 메타세콰이어가 있던 그 길이 알고 보니 공원 예정지였다. 그렇다면 공원 예정지 안의 나무들은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주민들의 서명운동을 받아 강남구청과 이야기하고, 협의를 진행하면서 8개월 가까이 이 구역의 22그루의 나무들이 보존됐다. 그렇게 2018년 말, 정확한 경계 측량이 이뤄졌고 나무가 공원의 경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쉽게도 경계 바깥이라는 이유로 나무가 베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계 측량에 사용됐던 깃발은 전시장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개포동 나무의 삶과 죽음을 갈랐던 그 깃발은 전시장 가운데 다시 꽂아, 이번에는 이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모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램이 담겨있다.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전시

마지막 22그루의 나무들을 포함해 나무에게 하는 인사와 안부말도 온라인으로 받아 전시됐다. 

이 감독은 “재건축이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의견을 통해 전문가 협의를 거쳤다며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 나무가 베어질 때 쫓아가 통나무도 가져오고, 그루터기와 밑동도 가져왔다. 우리 곁에 있던 나무를 생각해보자는 의미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위해 주민들의 이주 기간이 끝난 뒤, 2018년 8월 마지막으로 나무에게 인사를 했던 자리는 영상으로도 남아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개포동 그곳, 나무들을 기억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작업들은 내년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나올 예정이다. 

80년대 지어진 개포주공1단지는 5040세대수의 대단지로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뿐만 아니라 약 39개 수종, 6만 그루의 이상의 나무가 함께 자라왔다. 재건축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지만 40년 이상 자란 나무들은 거의 다 폐목 처리된다. 이식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새로 지어질 아파트 환경에는 거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될 수밖에 없던 나무는 앞으로도 재건축이 될 때마다 계속해서 뿌리 뽑혀야만 할까? 이번 전시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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