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

[Landscape Times]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정원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에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곳곳에 아름다운 정원들이 숨어 있다. 수목원에서부터 식물원,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조성되고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식물이 재배되는 공간이란 점에서 필자는 넓은 의미에서 수목원과 정원을 같은 영역이라 본다. 그럼 수목원법에서 정하는 수목원과 정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목원은 수목을 중심으로 수목 유전자원을 수집, 증식, 보전, 관리, 전시하고 그것을 자원화하기 위해 학술적, 산업으로 연구하는 시설로 수목유전자원의 증식재배시설·관리시설·전시시설과 편의시설을 포함해야 한다.

정원은 식물, 조형물을 포함한 시설물, 토석 등을 전시하는 시설로 식물, 시설물, 토석 등을 배치하고 재배하거나 가꾸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문화재, 자연공원, 도시공원, 대지에 조경한 공간 등은 정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수목원과 정원은 모두 전시연출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임이 확실하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수목원과 정원에 가면 너무나 완벽하게 잘 조성되어 있다. 이 공간들은 전문가들조차도 공간마다의 이야기와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움에 놀라고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완벽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좀 더 현장의 문화와 역사, 특별함을 부여할 수 있는 것에 어떠한 것이 있을까 고민해보았고, 이것에 특화된 소재의 활용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지금부터 그 현장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환경조형물은 시간에 따른 변형이 최소화된 나뭇가지 등이 사용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전라남도 순천시 국가정원 1호길에 위치한 곳으로 순천만에 조성된 자연친화적인 정원이다.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조성되었다. 박람회가 폐막한 뒤 2014년 4월 20일에 순천만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영구적으로 개장하였고, 2015년 9월 5일에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황리에 끝마치고 2014년 새롭게 순천만정원으로 단장해 4월에 개장할 시점에 필자가 참여한 곳으로, 그 무렵 순천만정원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순천만정원이었지만 필자의 눈에만 보이는 아주 작은 틈, 그 틈을 구석구석 메우는 작업을 통해 순천만정원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음을 직감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작업에 열중했다.

그 틈을 채우는 기법으로 필자는 인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연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자연소재 환경조형물을 제작, 조성하였다.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환경조형물은 시간에 따른 변형이 최소화된 나뭇가지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외형과 함께 넝쿨 식물을 함께 연출하며, 완성된 자연소재 환경조형물은 비가 오면 이끼가 끼고,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거나 온도에 따라 표피의 부피 변화가 생겨,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전시연출기법으로 순천만정원에 육화원(六花園)을 담아 연출하였다.

첫째, 회귀원(回歸園)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았고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으로 다시 돌아온 흑두루미를 상징적으로 연출하였다. 자연소재로 흑두루미 조형물을 제작하고 덩굴식물을 올렸으며 주변은 순천만의 갯골과 갈대숲을 연상되도록 꽃 패턴으로 자연미를 살렸다.

둘째, 발표원(發表園)은 세상에 널리 드러내어 알린다는 메시지를 담았고 순천만이 생태적 가치를 돌아온 흑두루미의 둥지로 상징화하였고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진입부에 연출하였다. 나뭇가지를 소재로 흑두루미의 둥지를 연출하였고 깃털을 형상화하는데 초화를 사용하였다.

셋째, 불란서원(佛蘭西園)은 ‘순천만, 세계를 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고 프랑스의 대표 이미지로 몽마르뜨 언덕이 연상될 수 있도록 하였다. 몽마르뜨 언덕의 포도밭을 재현하여 상징성 있는 공간으로 연출하였는데 와인병과 와인 잔 꽃조형물, 식물로 만든 이젤을 연출하여 화가의 나라 프랑스를 표현하였다.

넷째, 견풍원(見風園)은 순천만의 ‘바람을 보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고 자연의 바람을 느끼고 순천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정원으로 연출하였다. 사초류를 통해 순천만의 바람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돛단배조형물을 중앙에 배치하여 풍요로운 마음을 표현하였다.

다섯째, 승선원(昇仙園)은 마음을 정갈히 하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고 순천을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선암사의 승선교와 홍매화를 모티브로 화단을 조성하였다. 승선교와 홍매화를 꽃 패턴으로 표현하고 중앙에 용머리조형물을 배치하였다. 승선교를 건너면 속세의 때를 벗고 신선이 된다는 설이 있어 마음을 정갈이 하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정원에 담았다.

여섯째, 장미원(薔薇園)은 2013년 순천정원박람회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정원으로 말의 해를 맞이해 가장 총명하고 용감한 말 가족을 축하의 사절단으로 표현하였다. 장미원의 조형물 또한 자연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이렇게 연출된 육화원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잘 짜여진 순천만정원을 더욱더 빛내는 보석 같은 역할을 하였다. 관광객의 눈만 일시적으로 현혹시킨 것이 아닌,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출이었기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또한, 필자만의 자연소재 전시연출기법과 동양사상의 조합은 중국 중산시에서 열린 2014년 소람국화박람회에서 인정받아 ‘사랑의 문’이라는 주제로 연출된 작품이 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조경전시연출에 소재의 특별함과 대상지의 역사, 문화를 자연스럽게 조경연출에 녹아낸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사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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