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의 대화법” 통해 생태적 소통방식 탐색
“정원에서의 대화법” 통해 생태적 소통방식 탐색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0.10.13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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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미술관 정원문화 전시시리즈
12월 27일까지 ‘재료의 의지’ 전시
김지수, ‘공중정원’, 2017, 이끼, 향, 센서, 천 위에 드로잉, 나무, 가변크기
김지수, ‘공중정원’, 2017, 이끼, 향, 센서, 천 위에 드로잉, 나무, 가변크기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정원에서의 대화법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블루메미술관이 정원문화를 현대미술로 해석하는 네 번째 시리즈 ‘재료의 의지’를 전시한다.

전시장에는 살아있는 정원의 소재를 마주하는 정원사의 관점에서 물질재료와 소통하는 김지수, 제닌기, 최병석 3인의 현대미술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는 정원에서 일어나는 발화와 경청의 행위들에서 예술가들이 물질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발견하고 있다.

김은영 블루메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세상 어떤 존재를 살펴봐도 주체와 대상이 영원히 나뉘지 않는다. 정원에서 정원사들이 정원의 주인이 정원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흙과 식물이 주인이고 인간인 정원사는 주체를 위해 노력한다. 정원사들이 단순히 식물을 물질적 대상으로 보고 흙을 파거나 식물 꽃대를 잘라주는 게 아니라 식물을 또 하나의 대화의 상대로서 주체로서 생각하면서 존중하며 모든 행위를 한다. 여기에 초점을 둬 정원에서 재료와 대화하는 관점에서 물질 재료를 다루는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최병석, ‘피곤한 사각형’, 2020, 합판, 황동, 가변크기
최병석, ‘피곤한 사각형’, 2020, 합판, 황동, 가변크기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합판이나 이끼, 자작나무잎, 실 등 일상생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대상화된 소재’가 아닌, 작가와 재료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탈이미지화하고 그 자리에 정원 혹은 식물과 관계 맺는 인간의 생태적 소통방식을 불러들인다.

“모든 것이 듣고자 하고 말하고자 한다. 모두가 서로에게 재료인 것이고 실체가 중심이 아니라 관계가 모든 작동의 지렛대가 돼 의지가 있는 모든 것을 살게 하는 것이다”는 미술관 측 해설은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브다. 작품 ‘피곤한 사각형’을 전시한 최병석 작가는 합판이라는 재료의 자유로운 ‘의지’를 존중해 기하학적인 직선 혹은 곡선의 형태로써 재료와 대화하고 있다.

김지수 작가는 이끼를 주재료로 ‘공중정원’을 선보였다. 작가는 이끼라는 원시 식물의 입장에서 동물인 인간이 사용하는 감각이 아닌 이끼의 감각을 환기하며 드로잉과 이끼를 띄워 마치 자유로운 존재인듯 공중정원으로 작품화했다. 또 다른 전시작 ‘채집정원’에서는 미술관 중정정원 '블루밍 메도우'의 식물과 흙을 활용해 식물 고유의 물질성을 지각하게 했다.

제닌기, ‘정원에서 자기-자르기 Self-cutting in the Garden’, 2020, 나무각재, 젯소, 실, 인조모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
제닌기, ‘정원에서 자기-자르기 Self-cutting in the Garden’, 2020, 나무각재, 젯소, 실, 인조모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

나무각재와 실태래를 오브제로 사용한 제닌기의 작품 ‘정원에서 자기-자르기’는 인간과 식물의 모호하면서도 역동적인 관계를 식물을 솎거나 자르는 정원일의 행위에서 엿봤다.

블루메미술관은 다년초로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을 자랑한다. 미술관은 내년부터 매년 정원을 주제로 기획전시를 열 계획이다.

김 수석큐레이터는 “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많은 작가들이 흥미로워한다. 예술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만큼 정원은 다층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정원에서 해온 이야기들의 가치가 조명받을 때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전시 ‘재료의 의지-정원에서의 대화’는 오는 12월 27일(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블루메미술관은 하반기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미생물의 시각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며 미술관 지하에 있는 미생물들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며 기획한 ‘미술관 속 미생물’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해 바뀐 일상을 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 콘텐츠를 시의적으로 해석한 스토리북과 영상도 함께 제작돼 제공된다.

블루메미술관 중정 정원 '블루밍메도우'
지난해 더가든(대표 김봉찬)이 조성한 블루메미술관 중정 정원 '블루밍 메도우'
블루메미술관
블루메미술관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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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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