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노인도 그들을 위한 놀이터가 필요하다
[조경시대] 노인도 그들을 위한 놀이터가 필요하다
  •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10.07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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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겸 (주)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Landscape Times]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경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60조원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09년 257만4천원에서 2018년 454만4천원으로 늘었으며, 2019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0%를 넘어섰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사전예방책으로서의 노인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노인복지는 경로당, 요양원 등 격리형 보호와 돌봄에 치중되어 있다. 다수의 노인들이 생활체육과 여가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실내형 정적 활동이 대부분이다. 이에 노인의 다양한 여가 활동 욕구에 부합하는 여가 장소 및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나 정책은 여전히 격리형, 돌봄형 복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수혜적 노인복지를 넘어 주체적 복지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노인놀이터’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놀이와 장소가 결합된 공간인 놀이터는 어른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여겨져 왔기에 노인을 위한 놀이터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모든 세대는 각자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즐길 권리가 있으며, 노인에게도 그들을 위한 놀이터가 필요하다.

노인놀이터(어르신 놀이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노인복지의 새로운 형태로 활발하게 조성·이용되고 있다. 운동기구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이 자발적으로 여가 행위를 주도하고, 신체와 정신의 건강한 노화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과 미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노인놀이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일본과 같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놀이의 방식을 노인들에게 적용하여 그들의 신체에 맞고 생활체육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건강한 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노인놀이터에는 노인들을 위해 고려된 운동 기구 및 시설들이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입지하며,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건강을 관리하며 나아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노인놀이터는 공원형놀이터, 노인전용놀이터, 유니버설 놀이터와 같은 실외형 놀이터와 노인전용문화놀이터, 다세대문화놀이터, 노인융합놀이터 등의 실내형 놀이터로 분류된다. 실외형은 주로 노인들을 고려한 운동기구와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고 실내형은 운동 시설과 문화 시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고령화 시대 노인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야외활동 공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올해 2월에는 국회에서 열린 ‘시니어 콘텐츠 포럼’에서 초고령사회 진입 대비의 일환으로 노인놀이터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얼마 전인 9월 16일, 서울에서 전국 2개 시도 및 10개 시군구 자치단체장이 모여 ‘노인 정책전환 모색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격리형에서 놀이중심으로 노인복지를 실현하고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자리도 있었다.

또한 충청남도 공주시는 올해 7월 금성동 춘수정 도시공원을 ‘어르신 놀이터’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의 신체균형과 유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공간으로 어르신 건강 놀이기구 10여 종이 설치되며, 전문강사가 배치되어 기구 등을 활용한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장애 공간으로 계획되며, 인근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역할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놀이형 복지 공간인 실외형 노인놀이터 조성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와 있다.

김성규(2006)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의 야외 여가활동 장소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공원이다. 공원은 비용이 들지 않는 공간이며, 대부분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노년층의 접근이 유리하다. 지자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 대응방안의 하나로 노년층의 이용이 높거나 접근성이 좋은 공원 등의 대상지를 선정하여 노인놀이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계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미비하다. 지금부터라도 노인놀이터 조성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실행전략 수립, 제도 정비 등에 조경계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일례로 기존의 기능이 약화된 공간의 새로운 용처를 생각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농어촌 등과 같이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은 어린이 놀이터의 기능을 상실하고 버려져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곳을 노인놀이터로 변환하거나 노인놀이터와 병행하여 이용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혹은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간다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지 않아도 노인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고민도 조경계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제는 노인의 신체조건과 행태,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노인놀이터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한국조경신문]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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