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수목원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수목원이어야”
만들어진 수목원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수목원이어야”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0.10.06
  • 호수 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
식물문화 거점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개원 코앞
“숲이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도시
기후대비 도시정원 모델 만들어갈 것”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립수목원으로 최초로 ‘도심형수목원’을 표방한다. 온대 중부권 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식물원 고유 기능 외에도 국민의 삶 한가운데서 식물문화에 집중한다는 선언이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은 “수목원, 정원, 식물원의 기능은 자연과 사람이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며 “숲이 가장 필요한 곳은 도시”라 말한다. 기후위기 시대 지역사회, 나아가 국민과 함께 도시의 다양한 정원모델을 발굴하겠다는 이 원장을 지난달 24일(목) 개원 준비로 한창인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났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광릉)국립수목원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은 세 번째 국립수목원이다. 착공 4년 만에 도심형 수목원으로 개원한다. 식물원이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 국립수목원이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역할 중 식물자원보전이 1순위였다면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립수목원 최초로 도시 한가운데 만들어진 도심형 수목원이다. 식물원·수목원 문화가 앞선 나라들을 보면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시민의 삶과 문화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비로소 도심형 수목원으로써 보다 국민과 가깝게 만나 식물문화를 확산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은 수목원, 정원, 식물원의 기능은 자연과 사람이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수목원이 사람과 가깝게 만나 확산할 수 있는 문화나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 쪽에 가깝게 가있는 수목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목원이 역사로 따지면 오래됐지만 수백 년 역사의 외국과 비하면 (국립세종수목원은) 큰 획을 긋는 계기라 본다. 국립수목원이 연구·조사·보전형에서 이제 정원교육·문화·도심형까지 왔다. 단지 아름다운 수목원 하나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정원과 수목원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꽃 피웠으면 좋겠다. 다양한 정원식물 소재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 식물을 배우고 싶은 사람, 꽃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 정원의 모델을 보고 싶은 사람이 찾아와서 보고 배우면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말 그대로 수목원이 식물문화의 ‘거점’이 됐으면 하는 것이 목표다.

기후위기시대 산림생물자원 보전 외에도 수목원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국립수목원에는 기후대비 거점 수목원들이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축을, 광릉 국립수목원은 전국적이지만 온대북부를 담당한다. 이곳은 온대중부에 기반한 식물의 완전한 도피처로 수목원이 지닌 현지외보전 기능도 당연히 큰 미션이다.

기후나 환경변화를 생각해보면 숲이나 나무가 필요한 곳은 역설적으로 도시다. 국립세종수목원에는 전문 전시원(주제원)이 20개다. 도심에서 숲과 자연을 어떻게 하면 가깝게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기능적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도심 속 작은 공간마다 숲을 만들어가는 도시숲과 도시정원에 있다. 그에 대한 샘플작업을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기존 수목원이 좋은 숲에 기대서 만들졌다면 세종수목원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개원을 앞두고 수목원 내 치유정원에서 잡초뽑기로 분주한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
개원을 앞두고 수목원 내 치유정원에서 만난 이유미 원장

“사람과 가까운 정원문화 구심점으로서 도심형수목원”답게 주제원을 둘러보면 정원이 많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는 정원문화 거점이다. 심화교육이 필요한 시민정원사들처럼 정원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고 이끌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다양한 정원교육은 다른 국립수목원과도 차별화된 기능적인 부분이다.

또 하나 정원문화 거점의 장소적인 의미로서 ‘한국전통정원’이 있다. 전통정원하면 흔히 K가든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정원을 옛날 전통정원으로만 생각한다. 한국형 정원은 다양한 모습일 수 있다.

정원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을 그동안 유심히 보고 배웠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미래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색을 가진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면, 예를 들면 ‘어린이정원’의 경우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공간이 전통놀이하는 공간과 같이 어우러져있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한국형 정원에 문화를 녹여갈 것이다.

‘한국전통정원’ 주제원 별서정원에 소쇄원을 모티브로 광풍각을 조성했는데, 단순히 정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일들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식물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다. 여기가 정부청사가 있는 행정복합도시다 보니 우리 국민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우리 한국전통정원문화를 만날 수 있는 역할도 하게 된다.

수목원 부지가 평지이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세종시는 환상형 도시다. 커다란 도넛처럼 자연이 도시에 둘러싸여 있다. 보통 도시 하면 가운데가 발달하고 가장자리에 자연이 있게 마련인데 이 도시는 계획할 때부터 가운데 부분에 자연을 놓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이런 자연과 관련된 문화들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교육장이 된다.

무엇보다 도심 가운데 있어서 어디서나 찾아올 수 있다. 보통 수목원을 간다하면 날을 잡아서 떠나야 하는데 쉬고 싶을 때나 좋은 식물을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지리적 특성은 분명 이점이다. 인근 다른 도시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도록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나무들을 지난해 가을부터 심었다. 나무들이 안착되면 좋은 숲이 될 것이다. 그 사이에 다양한 식물이 있는 사계절온실도 있고 하니 다채로운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이 갈수록 기능적으로 훨씬 좋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부러워하지만 수목원 시스템이 잘만 되면 세계적인 수목원이 될 수 있다.

이 원장(가운데)과 세종수목원 직원들
이유미 원장(가운데)과 세종수목원 직원들

개원 이후 수목원의 모습은?

: 개원이 10월 18일이다. 조직이 꾸려진 건 7월 1일부터다. 개원에 맞춰 온 직원이 잡초 뽑기, 식물심기부터 관람객 맞는 준비로  바쁘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개원 후에는 그동안 부족했던 조직정비나 대국민서비스, 기능적인 부분들을 재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가운데 관람방식은?

야외공간을 한 방향의 관람동선으로 마련했다. 축구장90개 크기라 안전하다. 그러나 축구장 3개 넓이의 사계전시온실은 아무리 넓어도 실내공간이다. 예약제나 선착순 입장 등 코로나19에 대비한 거리두기 관람에 대해 고민 중이다.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 국립세종수목원은 좋은 숲 옆에 조성한 게 아니라 벌판에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수목원이다. 나무가 자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목원의 진정한 정신은 큰 나무를 옮겨 심어 몸살 나게 하는 게 아니라 작은 나무를 크게 키우는 것이다. 나무들이 커가는 것도 봐주시고 같이 키워나가 주시면 좋겠다.

수목원을 완성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나가는 협업을 지향한다. 다양한 팀들과 컬래버를 통해 함께 일을 해나갈 생각이다. 관심 갖고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