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1차 생태도시포럼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인간 중심적 규범체계가 아닌 지구 중심적 규범체계를 다루는 ‘지구 법학’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도시를 만드는 데 주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생태문명과 지구법’을 주제로 지난 17일(목) 개최된 2020년 제1차 생태도시포럼에서 박태현 지구법학회장 겸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며 지구법학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폭넓게 논의했다. 

지구법학은 기존의 인류의 권리를 중점적으로 담은 법에서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주체들의 권리까지도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박태현 교수는 “인간이 더 넓은 존재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각 공동체에 속하는 각 구성원의 안녕은 전체 지구의 안녕에 의지한다는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는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지구법학을 주장한 철학자 ‘토마스 베리’에 따르면, 지구는 객체의 집합이 아닌 주체들의 친교로, 법에서  최우선으로 간주해야 할 공동체를 인간 공동체가 아닌 지구 공동체로 확장해야 한다.

즉, 자연을 포함한 지구 모든 구성원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주체이며, ▲존재할 권리, ▲서식지를 가질 권리, ▲지속적으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권리를 가지며, 인간은 이런 자연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구 법학’이 현 시대에 갖고 있는 함의에 대해 지적했다. 오 교수는 “법은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것들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위기상황이 왔다. 이런 의미에서 거버넌스와 법학의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고자 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오동석 교수는 “국가 간 국경의 문제, 토지의 소유권과 재산권의 문제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소송까지 갔을 때 법원이 과연 이를 받아들여 줄 것인지, 단순히 권리성을 부여하고 인정하자는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도 생태적 가치가 무시되기 쉽다는 점도 우려했다. 성장과 개발의 관점에서는 땅의 보전보다는 ‘개발’을 택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동석 교수는 숙의민주주의 또는 중앙정부의 성장위주 정책을 거부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권한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 속에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한 지구법학적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작년 서울시가 ‘생태문명 전환도시’로 선언했지만 실제 선언 이후 변화를 위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며 대담한 변화와 더 많은 시민들과의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2019년 9월 26일 경제 성장 위주의 산업문명에서 환경과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한다는 ‘생태문명 전환도시’로 선언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서식지에 살 권리를 다시 회복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도시가 팽창하고 발달하면서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재개발의 명목으로 쫓겨났던 수많은 역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자연의 권리로 치환시켰을 때 어떻게 자연을 다시 들여오고 생태도시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제1차 생태도시포럼에는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포럼을 진행하고, 박태현 지구법학회장이 ‘기후변화와 팬데믹 시대의 생태문명과 지구법’을 주제로 발제를, 그리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가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은 서울시 유튜브 채널(https://youtu.be/Q5O62dtwaHo)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생태도시포럼은 1998년 민간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발족된 생태도시에 관한 연구모임으로, 시민, 전문가, 공무원 등 희망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형식의 포럼이다. 2000년부터 서울시가 간사 역을 담당해 포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포럼에서는 생태도시 구현을 위한 정책·기술 등 국내외 사례를 고찰하고 생태면적률 적용 제도화, 비오톱 지도 작성, 도시계획의 옥상녹화 및 벽면 녹화 등 포럼에서 논의됐던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기법이 정책에 반영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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