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Landscape Times]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UN 환경개발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어젠다를 도입한 이후, UN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농업부문에서 인류의 생존을 지켜 내기 위해 2002년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FAO에서 운영하는 GIAHS(세계중요농업유산) 사이트에는 농업유산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농민들은(농민, 목축업자, 어부, 임업인 등) 독창적인 기법으로 그 지역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농법을 개발하였으며, 이러한 관습과 지식시스템은 인류의 사회, 문화, 생태 및 경제 서비스의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GIAHS는 인류와 자연의 공존과 진화과정을 통해 수세기에 걸친 문화와 생물학적 상호작용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어 농촌 사람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대표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이 지향하는 5가지 가치와 SDGs.
세계중요농업유산이 지향하는 5가지 가치와 SDGs.

농업유산의 개념은 단순히 오랜 세월 동안 그 지역의 농업인들이 생산하는 작물이나 농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지역농업과 공존하는 삶의 결정체로 볼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환경의 적응 및 사회 경제적 발전에 균형을 맞추는 농업과 인간의 생존에 대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FAO에서는 이러한 농업유산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독창적인 농업문화, 인류진화 시스템 및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활동과 통합적인 농촌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도입하고 지정, 관리 하고 있으며, 2020년 현재 22개국에 66개가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가중요농어업유산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전통적인 농어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농어업 시스템과 그로 인하여 형성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경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국가중요농어업유산은 전통적 농어업 시스템, 고유한 경관, 생물 다양성이란 세 가지 요소를 기본적 개념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농림수산부에서 2개부로 분리되면서 농어업유산도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중요농업유산’과 해양수산부의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분리됐다. 2020년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 15개와 국가중요어업유산 7개가 지정되어 있고, 국가중요농업유산 중 세계적인 가치를 인증받은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농업’, ‘금산 인삼농업’, ‘담양 대나무 밭 농업’의 5개가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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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지 살펴본 농업유산의 개념과 가치에는 그 지역의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인간 활동에 의해 수 세기 동안 조금씩 만들어진 농경지, 산림, 주거지, 수리시설, 어업시설, 신앙공간 등과 농어업문화가 녹아있다. 이것들이야 말로 농업유산지역을 대표하는 경관이며 이러한 농업유산 경관이 바로 그 지역의 고유성이 잘 보존되고 농촌다움이 살아 있는 농촌의 문화적 경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농업유산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꼭 물려주고 계승해야 할 책임이 있는 농업문화이자 농촌경관이며, 사람과 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농업 생태적으로 우수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농업유산과 농촌의 경관은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자원이다. 농업유산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농업과 농촌발전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으며, 지금까지 개발 위주의 지역개발정책에서 보전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개발과 이용을 도모하는 농촌 개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중 농업유산의 발굴과 보전은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전통농업과 전통경관의 보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보전과 활용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는 필수적이다.

특히 농업유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농업유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약속과 참여를 통해 전통적이고 고유한 농업과 문화를 계승하게 하여야 하며, 참여지역 주민들에게는 농업유산 자원 보존에 대한 농업직불제 도입을 통해 직간접적인 보존과 계승을 위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유산 중 그 가치가 뛰어난 곳은 국가명승지 또는 문화재 등의 형태로 지정, 관리 되어야 하지만, 농업유산은 문화재와 차별화된 농업과 농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농업유산은 사라져 가는 우리의 고유한 농촌경관을 지키고 가꾸고 후손들에게 계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촌경관 보존 활동며, 지역의 농업 자산을 활용해 지역활성화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일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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