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으로 ‘공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에서는 공원의 양적, 질적 확충이 필요한 것은 물론, 향후 시민들의 전염병과 안전을 고려한 새로운 공원의 구조와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공원의 태생목적 : 재난대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원을 찾는 일반 시민들이 훌쩍 늘었다. 구글이 집계한 ‘코로나19 이동보고서’에 따르면 9월 4일(화)을 기준으로 서울 수도권은 지난 두 달 동안 공원 이용률은 기준값 대비 83% 급증했다. 기준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기 전 1월 3일부터 2월 6일 사이의 평균치다. 먼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공원은 왜 주목받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용국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집 밖의 실내 공간에서의 여가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은 비교적 감염 위험이 적고 제한된 범위에서 신체적 활동 또는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다”며 최근 도시설계, 건축, 조경 등 관련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공원은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공간이다. 김 부위원은 “사실 공원은 태생부터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근대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환경 위생이라는 사회적 재난에 닥쳐 공원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서울그린트러스트<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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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공원의 질적·양적 개선 필요

문제는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공원 서비스 필요도가 모든 지역과 계층에게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회경제 및 환경적으로 취약한 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사회는 공원 서비스의 양적 확충과 질적 개선 필요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를 정량화해서 개선 지역을 찾을 수 있도록 공원결핍지수(IPD: Index of Park Deprivation)를 개발했다.

공원결핍지수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지표(인구밀도, 노인인구 비율, 유소년 인구 비율 등), 경제적 지표(기초생활수급자 비율, 재정자립도 등), 환경적 지표(폭염, 홍수, 미세먼지 취약성), 그리고 공원 서비스의 양적 수준(접근성, 1인당 공원 면적 등)을 함께 고려해 지수화한 값으로, 이를 활용하면 한정된 공원녹지 재원으로 공원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역시 동네 생활권 공원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지표를 설정하고, 공원의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원도시운동’이라는 이름으로 20일(일)까지 카카오같이가치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전염병 대비할 새로운 공원의 구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공원의 양적, 질적 확대 뿐만 아니라 공원의 구조 또한 변해야 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공원이 선형구조로 발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13일(목) DDP 디자인뮤지엄 개관특별 강연에 선 유현준 교수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길게 쭉 뻗은 선형구조의 공원이 유리하다. 길게 늘어진 선형 공원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100m 단위로 끊어 수평이동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또 전염병이 없더라도 선형의 공원이 지역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전염병에 맞선 새로운 공원의 구조와 모델이 다양한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도 제기됐다. 서울시가 주최한 ‘사회적 건축-포스트코로나 일반 아이디어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Hoang Nhat Anh(베트남)은 코로나시대 방역과 안전을 강화한 공원 설계를 내놓았다.

‘사회적 건축-포스트코로나 일반 아이디어 공모 대상작/ Hoang Nhat Anh의 'The invisible Facemask' ⓒ서울시

그의 작품 ‘The invisible Facemask’은 한 두 명 정도가 돌아다닐 수 있는 다양한 수직 교차로와 수직 길들이 산책로를 형성하는 공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보할 수 있는 입체적인 길로써 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접촉 감염을 막기 위한 미로와 같은 구조, 그리고 개인화된 포켓공간을 구성해 비대면 구조의 조경공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건축-포스트 코로나 : 젊은 건축가 공모전 대상작/ 송재욱, 정평진의 '000:공적 공중 공원'  ⓒ서울시

또 ‘사회적 건축-포스트 코로나 : 젊은 건축가 공모전’의 공모에서도 도심 속 임대 건물을 활용해 공원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대상작으로 꼽혔다. 송재욱, 정평진씨 작품의 ‘000:공적 공중 공원’은 사무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 모듈식으로 공원을 조성해 누구나 최소한의 녹지를 보장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공원은 사회적 안정망으로써. 또 도시의 변화를 해결해 나갈 실마리로 재난에 대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포스트코로나 시대 및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공원에 대한 논의와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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