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사과가 뭐길래?
[최문형의 식물노마드] 사과가 뭐길래?
  •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0.08.25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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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한 입 베어진 사과는 매혹적이다. 달콤한 과즙과 향이 느껴진다. 애플사의 로고는 동그란 사과가 아니라 한 입 먹힌 사과이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 가난했고 사과농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사과야말로 가장 영양이 많고 오랫동안 보존되는 과일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는 귀족의 과일이 아니다. 저렴하고 서민적이다. 적응력과 생명력이 강해서 어느 곳에서든 잘 자란다. 인류의 긴 역사를 함께 해온 사과는 작은 씨앗 속에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과 속에 신화가, 사과 속에 전쟁이, 사과 속에 반역이, 사과 속에 혁명이, 사과 속에 발명이 있고 사과 속에 부(富)가 있다. 지금 사과는 애플컴퓨터와 아이폰의 빛나는 로고로 전 지구를 점령하는 중이다.

원초의 시절, 잃어버린 에덴의 남녀가 탐한 것은 사과였다. 사람들은 사과였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덴을 묘사한 명화에는 붉고 탐스런 사과가 등장한다. 먹지 말아야 할 열매를 먹어버린 남자에게 목젖이 생겼다. 그것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른다.

애플 로고의 사과 한 입은 바로 아담의 목젖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열매의 효능이 ‘지혜’ 였기 때문에 척박한 환경으로 내쳐진 인간이 이제까지 살아남았을까? 컴퓨터 속에 펼쳐지는 유비 쿼터스의 세상으로 무한히 내달리는 인간의 문명을 애플이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과는 질긴 생명력으로 다양한 맛과 모양의 열매를 만들면서 최적의 생존을 도모한다. 그래서일까? 한때 애플 로고의 사과는 무지개로 채워졌었다. 여러 가지 빛깔로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뽐낸 적이 있다. 단일한 가치만이 진리인 세상을 비웃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야생사과의 빛깔은 다양하다.

잡스는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 옥스퍼드대 교수를 퍽 좋아했다. 그는 맥킨토시의 기초가 된 프로그램을 만든 뛰어난 천재였으나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쳤다. 그 도구가 된 것은 공교롭게도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였다. 앨런 튜링에 대한 아쉬움의 정이 애플사의 로고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사실 애플사의 최초의 로고에는 뉴턴과 사과나무가 등장한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사과와 그 나무 아래 앉아있는 만유인력의 창시자 뉴턴이다. 그림 주변에는 아주 친절한 해설이 있다. “홀로 낯설은 생각의 바다를 영원히 항해하는 마음이여! (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strange seas of thought ... alone)” 라는 글이다. 낯익고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 주저앉지 말고 혼자서 당당하게 새로운 생각의 미지의 바다로 나가 끝없이 항해 하라는 메시지다. 뉴턴의 사과는 도전과 혁신과 반항과 모험의 사과를 뜻한다. 인간이 신에게 반항하여 얻은 열매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었다. 하지만 애플의 로고에 현실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존 채프먼((John Chapman)이다. 미국 전역에 사과 농장을 만들어 준 사과의 아버지, 사과 전도사이다. 스티브 잡스가 일했던 사과농장도 알고 보면 존 채프먼에게서 시작되었다.

커피자루를 옷 삼아 뒤집어쓰고 머리에는 양철냄비를 쓴 그는 작은 두 개의 배를 가지고 오하이오강을 타고 이동했다. 속을 파낸 통나무 하나에는 자신이 타고 다른 작은 통나무에는 사과 씨앗을 태웠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는 두 척의 통나무배를 수평으로 평행하게 저어가는 모습이었다. 사과와 인간이 벗 삼아 두 척의 배를 탄 것이다. 마이클 폴란은 그의 역작 ‘욕망하는 식물(The Botany of Desire)’에서 이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수직으로 배를 끌지 않고 수평으로 두었다는 것은 그가 사과를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1700년대부터 1800년대에 걸쳐 약 400kg의 사과 씨를 가지고 다니면서 동부 지역과 5대호 지역에 꾸준히 사과나무를 심었고 정착민들에게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일정한 거처 없이 살면서 평생을 사과과수원 만드는 일에 종사했다. 작은 곤충이라도 밟으면 그 벌로 신을 벗고 맨발로 다녔다. 그는 산과 들에서 잠을 잤는데, 한 번은 통나무를 자신의 잠자리로 꾸며두었는데 새끼곰들이 먼저 들어가자는 바람에 밖에서 잤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누더기에 맨 발인 기괴한 차림의 그를 사람들은 환대했다.

자연과 인간의 연결다리를 사과로 놓아주는 그를 정착민이든 원주민(인디언)이든 모두 좋아했다. 그의 업적은 후대에 크게 평가되어 조니 애플시드(Johnny Appleseed)라는 별명과 함께 전기로 만들어지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지금도 미국에는 그를 기리는 학교, 기념관, 공원들이 있고 운동경기가 열린다. 존 채프먼이 평생을 가꾼 사과 과수원은 스티브 잡스의 영감과 자본의 원천이 되었다. 예쁘고 영양 좋고 달콤하고 건강한 사과! 그리고 그 사과를 베어 문 인간의 도발! 낙원에서 훔쳐 먹은 열매는 긴 세월을 걸쳐 문명을 이루었고 이제 그 이후의 세상까지 넘본다. 푸른 사과의 계절이 되었다. 그 달콤함의 유혹을 우리가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한국조경신문]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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