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전시연출은 새로움을 끼워 넣는 작업
[조경시대] 전시연출은 새로움을 끼워 넣는 작업
  • 안인숙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8.24
  • 호수 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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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으로 다름을 표현하기
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
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지자체별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매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박람회, 축제,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매년 똑같은 이름으로 개최하기 때문에 해마다 내용을 달리해서 방문객을 맞이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행사를 어떻게 매년 다르게 표현해서 방문객으로부터 ‘새롭다’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까를 항상 고민하고 고민한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같은 박람회, 축제, 이벤트 행사에 매년 연속해서 전시연출을 맡게 되고 이 부분이 필자만의 차별화 이유라고 스스로 평가해 본다.

그렇다면 박람회, 축제, 이벤트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박람회는 생산물의 개량ㆍ발전 및 산업의 진흥을 꾀하기 위하여 농업, 상업, 공업 따위에 관한 온갖 물품을 모아 벌여 놓고 판매, 선전, 우열 심사를 하는 전람회라고 정의한다. 축제는 지역만의 특수성이 보편적인 대중의 여가 활동으로 변형된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며, 그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주인 의식과 자부심이 반영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벤트는 상품 경제 시스템의 보편화와 더불어 그에 따른 다양한 상품과 기업 홍보, 지역 개발, 인력과 상품의 효율적인 국·내외 배치 등이 필요해지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장(場)이다.

이렇게 박람회, 축제, 이벤트는 전시하고 홍보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똑같은 내용으로 매년 연출할 수 없다는 것이 조경전시연출가가 극복해야 될 목표이자 숙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 나아가야 할까?

그간 필자가 나름대로 극복했었던 사례 중 대표적인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곳은 ‘꽃의 도시’ 고양시에서 매년 개최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매년 고양에서 열리는 꽃 전시 국제박람회다. 1991년 제1회 한국고양꽃전시회를 개최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매년 꽃전시회를 열다가 1997년에 고양세계꽃박람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1997년 첫 개최되어 제 13회 꽃박람회에 이르기까지 667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꽃박람회로 성장해 오고 있다. 매년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17일간 일산 호수공원에서 개최되며 매년 36개국 320여개의 화훼 관련 기관, 단체, 업체가 참가하여 각국의 화훼류와 화훼 신상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식물 전시, 화훼 조형 예술로 꾸며지는 실내 정원, 다채로운 야외테마 정원, 화훼 문화 체험 프로그램, 꽃꽂이 경진 대회 등 꽃 문화 행사, 풍성한 공연·이벤트, 농가가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화훼 판매장 등 오감이 즐거운 꽃 문화 축제이다. 또한, 화훼무역을 선도하는 동북아 최대의 화훼박람회이며 FTA 등으로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화훼 농가들과 꽃을 사랑하는 고양시민, 꽃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곳 현장에 2015년부터 매년 연속적으로 전시연출에 참여했다. 매년 새로움을 끼워 넣어야 했기에 밤잠을 설치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장이었다.

2015년 박람회 주제는 ‘꽃과 평화, 신한류 예술의 합창’ 이었고 필자는 신한류합창관을 연출하였다. 신한류합창관은 실내화훼류를 이용하여 천창, 벽면을 꽃으로 입체적 공간을 만들어냄으로 기존 박람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공간을 창출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고양시민행복정원, 오솔길향수정원을 연출했다.

2016년 주제는 ‘꽃과 호수, 신한류 예술의 합창’으로 고양 네이처널 정원을 연출하였다. 고양 네이처널(‘nature’와 ‘tunnel’의 합성어)정원은 고양 호수공원을 둘러볼 수 있는 꽃과 자연이 함께하는 자연의 터널이다. 난과 어우러진 황금색 글로리게이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꽃과 자연의 빛을 담은 플라워오로라까지 자연의 빛과 색을 바닥과 벽면, 천장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연출하였다. 실내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화훼연출기법을 실외로 옮겨옴으로 화훼연출과 조경연출의 접목을 시도한 사례이다.

‘꽃과 스마트시티 고양의 황홀한 향기’를 주제로 펼쳐진 2017년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는 ‘향기의 여신 정원’을 연출하였다. 박람회 메인 정원인 향기의 여신 정원은 평화를 상징하는 여신과 올리브, 이름 모를 동물들이 살고 있는 정원으로 새벽별처럼 빛나는 아마릴리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를 비롯해 제주참꽃과 만병초, 금송, 은목서, 분재나무 등 정원의 식물들을 곳곳에 조형물과 꽃과 함께 배치하여 이야기를 넣었다. 특히 ‘향기의 여신’의 날개는 공을 많이 들였는데,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깃털은 총 1004개가 모여 여신의 날개가 되었다. 날개 부분을꽃으로 메우면 빛을 차단해 어둡기 때문에 빛을 투과할 수 있도록 깃털로 날개를 표현하였다. 꽃이 아닌 깃털로 연출한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필자의 깊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또한 loT정원(사물인터넷정원), 미래도시정원 등 도 연출하여 꽃과 함께하는 미래의 도시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매년 45~50만 명의 관광객이 꾸준히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는 정형화된 축제, 박람회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러한 곳에 빠져있는 새로움을 끼워 넣는 작업이 필요한 현장이 있다면 어디든지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조경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연출에 있어 자연을 기본으로 담고 의미와 이야기가 있는 새로움을 끼워 넣음으로 다름을 표현하는 필자의 조경철학을 짧은 한자성어로 적어 본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전시연출을 할 때 필자가 지키고자 하는 조경정신이기도 하다.

조경은 단순히 설계, 시공, 관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래조경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필자가 하고 있는 전시 연출분야만 보더라도 이미 그 영역이 넓게 확장되어 있고 더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미래를 대비하는 조경전문가들의 폭넓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조경신문]

 

안인숙 객원논설위원
안인숙 객원논설위원 ahnsgw@naver.com 안인숙 객원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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