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응하는 계획가로서의 역할
[조경시대]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응하는 계획가로서의 역할
  • 이태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8.18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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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겸 ㈜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이태겸 ㈜에스이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Landscape Times] 해양수산부의 주도로 해안마을 곳곳에 어촌뉴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촌뉴딜 사업은 지금까지 낙후되고 소외되었던 어촌ㆍ어항의 통합적 개발을 통해 생활 SOC 등 인프라 현대화와 어촌사회를 혁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어촌의 핵심자원을 발굴·활용하여 해양레저형, 국민휴양형, 어촌문화형, 수산특화형, 재생기반형 등 다양한 유형의 어촌으로 재조성하여 사회·문화·경제·환경적으로 어촌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 균형발전 및 어촌어항 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국책사업이다.

여타의 도시재생, 지역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어촌뉴딜 또한 익숙한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대상지는 다르지만 현황을 분석하고 주민과 의견을 나누고 계획안에 담는다. 주민들의 의견도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지만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어업 환경 변화이다.

실제로 농어촌 지역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전선에서 겪고 있다. 특히 어촌에서 포획 어종과 양식업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쳐오고 있으며,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안지역의 건축물이 침수되기도 하고 기존 어항시설의 이용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어업 활동과 주민 생활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어촌뉴딜 사업의 목표가 어촌어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므로 사업 시행 시 어업활동을 위한 공간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 최우선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것이 미래의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부분 주민들이 겪는 현재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201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전망보고서에서 제시한 RCP 8.5(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현재의 추세대로 배출하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에는 남한의 절반 이상이 아열대 기후로 변모한다. ‘국가 해수면 상승 사회·경제적 영향평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1)’에 따르면 RPC 4.5 시나리오(안정화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남한의 해수면은 2100년까지 1.33m 상승함에 따라 남한 면적의 4.1%가 침수되며 건축물 피해는 현재가치로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서남해안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재 어촌뉴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어촌뉴딜 사업의 목표는 최소 몇 십 년을 앞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계획가로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정주 및 생업 공간의 변화를 어떻게 물리적·사회적 방안으로 해결하고, 고령화와 더불어 어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마을주민의 삶의 변화에 따라 주민의 역량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기후변화 평가의 불확정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에서 시기와 영향 정도를 유추하고 있다. 바다에 인접한 뉴욕의 경우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여 침수 지역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여 실제 도시, 건축 및 조경 공간 조성 시 계획 단계부터 반영하고 있다.

많은 사업과 계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개발, 관광 등을 목표로 제시한다. 어촌뉴딜 사업에서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은 기본값(default)으로 제시된다. 전통적 생태학에서 제시한 평형성(equilibrium)에서 파생된 지속가능성은 변화에 대한 대응보다 이상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개념은 인구변화, 기후변화 같은 비교적 느린 변화 뿐 아니라 예측이 어렵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사회·환경적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복잡다양하고 변화예측이 어려운 사회 변화속에서 지속가능성 개념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회복성’으로 해석되는 리질리언스(적응순환, resilience)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전략으로 제안되고 있다.

리질리언스 사고의 핵심은 “세상일은 변한다”라는 단순한 개념이다. 미래의 도시는 기후변화 뿐 아니라 어떠한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예측할 수 있는 변화들의 영향 아래 놓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계획가는 마을의 환경,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를 예측하여 계획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의 언젠가가 아니라 현재 참여하고 있는 계획·사업·정책에서부터 예측 가능한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가로서 좀 더 목소리를 높이고 좀 더 행동하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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