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낸 코로나팬데믹 기간에도 나름의 긍정적 성과는 있었다. 애써 잊고 지내던 사회적 문제들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와 관련한 생각을 수면위로 올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데에서 모든 일상이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이제는 ‘언택트 사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생소한 경험의 갑작스런 시작은 먼 미래일 것만 같았던 우리사회 많은 변화들을 당장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눈앞에 닥친 현실로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준비했는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떠나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지만 누구나 인정할 불편한 미래의 단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폭염재난’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일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나타난 가파른 지구온도 상승은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1℃를 이미 훌쩍 넘겨버렸다. 지구온도 상승분이 1℃를 넘은 2016년, 그 해에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지구역사에 없었던 400ppm의 시대를 맞이했다. 앞으로 1.5℃의 상승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세계가 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이미 2℃가 넘게 온도가 상승해,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구 평균 온도상승 그래프와는 경사도 면에서 차원이 다른 그래프를 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우리를 암울하게 만드는 사실은 이제 한반도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온도상승그래프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매년 최저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출산율로 인해 올해부터는 인구가 줄어들게 되며, 불과 몇 년 후인 2026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명백히 다가온 미래현실인 ‘기후위기’와 ‘인구절벽’의 시대는 분명 친환경과 복지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조경계에서는 분명 기회의 시대로 진입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간 수 십년 간 유지했던 가능성만 높은 분야에서 드디어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이다. 조경관련 분야가 이렇게 변화될 미래사회와 맞닿아 있는 상황을 예고하듯 지금 이 시기는 한반도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조경관련 이슈가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는 지난달 미래 100년의 먹거리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이 눈에 들어오며, 부동산투기와 맞물린 ‘그린벨트’ 논란도 전 국민의 관심꺼리가 되었다. 그리고 현실이 된 도시공원부지의 해제가 지난 7월에 시행되었고 산으로 간 4대강이라는 ‘산지관광’ 개발사업 또한 지리산일대 산악열차를 시작으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앞으로 그려지는 미래는 분명 조경계가 눈앞의 미래시대를 주도해 나아가야 할 그림인데, 지금 조경분야에서 실제 나타나는 굵직한 현상들은 아이러니하게 계속적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대고만 있으니 말이다. 몇 가지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누가 뭐래도 조경의 핵심이라 했던, 도시공원과 녹지를 정원과 도시숲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산림청의 라벨갈이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으며, 1,500세대 미만의 주택은 조경분야의 전문적 감리조차 필요 없는, 비전문가들도 능히 수행할 수 있는 분야라는 사회적 인식의 고착이 지금 우리가 처한, 사회에서 조경분야를 바라보는 현실이 아니겠는가.

다시 반복하면, 미래는 분명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환경복지의 깃발을 앞세워 나아가라고 얘기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조경계의 설 자리가 빠르게 없어지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단순히 정부부처의 이기주의로 인한 약자의 설움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에는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지 않나?

잊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4대강 사업 논란이 한창일 때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하여 맨 앞에 내세우던 조경계는 슬프게도 ‘환영’ 의견을 냈었다. 당시와 같이 이제는 공원이 사라지는 대가로 티끌만큼의 이익을 받을 수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과 온 생명의 보금자리인 지리산과 금수강산을 파헤칠 ‘산림관광활성화’에 환영의 현수막을 내걸어야 할까?

그간 관련분야로의 밥그릇 키우기 노력을 등한시하고 작디작은 밥그릇 지키기에 심취해 오랜 시간을 안주하다보니 거대한 변화 물결의 중심으로 나아갈, 눈앞에 다가온 미래를 제 것으로 만들기는커녕 있던 밥그릇마저 빼앗기는 상황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 때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한 사람으로, 전문가로 반성한다. 그리고 이 반성을 토대로 앞으로 진정한 ‘그린 뉴딜’과 지속가능한 한반도를 이끌 중심으로 조경이라는 분야가 나아가기 위해 지극히 공익적 관점에서 진정한 ‘그린 뉴딜’의 분야로 만들어가고자 좀 더 분발하리라 다짐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왜소해진 작은 밥그릇을 지키려 내부에서 아웅다웅하는 것이 아닌, 그간의 루틴 속에서 벗어나 미래 난관을 뚫고 해쳐갈, 게임을 바꿀 투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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