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 비율로 축소된 용산공원 모형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용산공원 조성의 일부분인 장교숙소 5단지 부지가 8월의 첫째 날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1905년 일제가 용산 일대를 강제수용한 뒤 116년만이다. 공개된 부지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직접 현장을 다녀왔다. 

<br>
용산공원 나들목

서빙고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기다란 담장이 눈에 띈다. 담장에는 출입금지 팻말과 같은 과거 미군기지의 흔적이 남아있다. 담장을 따라 3분 정도 걷다 보면 나들목(출입구)이 보인다.

공개된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신분증 확인 후 출입증을 배부받은 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공원의 부지는 약 5만㎡로, 장교숙소로 사용됐던 주택단지가 그대로 남아있어 한적한 동네를 연상시킨다. 

이곳이 장교숙소로 사용되기 훨씬 이전에는, 한강이 인접해 오랫동안 경작지로 이용됐던 곳이다. 해방 후 미군은 이곳을 '캠프 서빙고'라고 불렀는데, 조선시대 얼음을 저장하던 서빙고가 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두루두루 파빌리온 전경

대부분의 시설은 미군가족이 사용했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철거되지 못한 놀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고,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잘 치워달라는 표지판이나 속도제한 표지판 등이 영문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이들이 가꾼 것으로 추정되는 꽃들과 정원도 그대로다. 

단지와 단지 사이에는 공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과거 용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한 '새록새록' 야외갤러리와, '들내봄내' 잔디마당, '두루두루' 파빌리온 등 사람들이 모여 쉴 수 있도록 트인 공간들로 채워졌다.

들내봄내 잔디마당 전경

단지를 이루는 이 건물들은 1986년에 미군에게 반환받은 부지에 LH가 미군장교 임대주택을 건설해 지난 해까지 임대 운영했던 시설이다. 붉은 벽돌이 마치 과거 시대상을 반영한 듯 하다. 

정부는 올해 1월, 소유권을 확보하고 전체 18개 동 중 5개 동을 먼저 전시공간과 자료실, 카페 등으로 조성했다. 현재는 안전과 방역 관리를 위해 전시공간과 카페, 안내라운지만 운영되고 있다. 국토부는 남은 13개동도 리모델링해 내년 상반기 중 개방할 예정이라 밝혔다. 

용산공원 전시공간

부분 개방된 이 부지는 아직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마을에 가깝다. 국토부는 이 부지를 향후 국민들의 소통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소통 공간의 하나로, 용산공원 전시공간 내부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어 걸어놓을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다. 

한 시민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녹지공원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국립공원을 만들어주세요"라고 적어 의견을 걸어놓았다. 

전시공간 내부에는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지명 초정된 8개팀의 작품도 전시됐다. 부지의 역사성, 생태적 가치, 문화적 잠재력 등을 고려한 다양한 개념의 작품이 출품됐다. 당선작은 WEST8·이로재·동일기술공사가 참여한 “Healing: The Future Park”이다.

용산공원 연구소

용산기지가 용산공원이 되기까지 역사를 기록하고 모아놓는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다. 현재(8월 4일 기준)는 개방되지 않은 상태이며, 향후 용산공원 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용산의 담장
허물어진 용산의 담장

허물어진 실제 벽돌담장을 그대로 가져온 '용산의 담장'이라는 상징물도 전시됐다.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앞으로 용산기지가 남은 담장을 허물고 국민을 위한 공원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담장 외에도 10점의 사진이 전시된 야외 갤러리에서 과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속에는 용산역 전경을 비롯해, 해방 직후 남산, 서빙고로 역할을 했던 모습 등이 담겼다. 

새록새록 야외갤러리

이번에 개방된 용산공원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 이다. 내부시설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현재 정부는 기지 내 시설물 조사에 돌입했다. 전체 975동 중 421동에 대해 내부, 외부 기본 조사를 오는 9월까지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정밀조사를 통해 기존 시설물을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 개방을 시작으로 향후 용산공원이 어떤 모습의 국가공원으로 바뀌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