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특성 맞춘 식재기반은 ‘기본’
시공설계 시 관리비 포함해 책정해야

 



“나무도 사람과 같은 생명체다. 사람처럼 각 나무의 생태적 특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는 것은 ‘기본’에 해당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조경업계의 현실이다.”
서울나무병원 이승제 대표는 생명체인 식물을 공산품 다루듯 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무작위 나무 심기, 잘못된 가지치기, 습관적인 병충해 작업 등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설계전문가나 시공전문가 역시 나무 생태적 특성이나 조경관리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부분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명체인 나무식재공사비에는 ‘관리비’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서울나무병원 이승제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조경 관리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주)서울나무병원 이승제 대표

 

아파트 조경관리 ‘빨간불!’ 과거에 비해 조경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고 조경 관리에 대한 인식도 좋아진 상태다. 하지만 이 대표가 보기엔 아직도 조경분야의 선진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조경관리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낮고 ‘투자’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조경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고 있지만 조경관리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면서 “나무는 공산품이 아니다. 무작정 땅에 심는 것이 아니라 토질을 검토하고 그 나무가 잘 클 수 있도록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심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인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관심한 관리의 결과는 다수의 아파트 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사를 한 후 1년만에 나무의 50%가 훼손된 경우까지 발생할 정도로 아파트 관리문제는 심각하다. 그나마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드물게 1년에 1번 혹은 2번 외주를 주고 관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100% 적절한 방법으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병충해가 발생했다면 그 병충해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나무에게만 방제를 해야 한다. 아프지 않은 나무까지 약을 투여할 필요는 없다. 또 주변공사로 인한 토질 변화, 포장공사 피해, 음역과 수분 등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면서 “지금은 전문 관리사 없이 아파트 관리자가 조경관리까지 하거나 필수적인 해충만을 조경관리 업체에게 맡기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 업체 역시 체계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선진화된 조경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조경관리 체계 마련, 정부도 앞장서야
이 대표가 말한 선진화된 조경관리는 관리 목록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을 구성하는 등의 작업들을 말한다. 이 대표는 “병충해의 경우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방제토록 하는 규정 조항이 있다. 하지만 조경 관리 관련 규정은 없다”면서 “조경관리를 위한 법적 조항을 마련해 그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이런 부분의 정비를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조경관리 부분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식재기반이다. 나무가 평생을 살아가야할 땅인 만큼 수목 나름의 생리적 특성에 맞게 식재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세근발달, 토양산소, 적절한 병균 등을 따져가며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식재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나무는 생물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경공사는 이런 기초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시각이다. 설계자 뿐 아니라 조경시공자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조경설계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나무 안에서도 음역의 이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단지를 모두 같은 나무로 심거나 향나무와 모과나무를 같이 심어 병균의 기생을 돕도록 한다거나 너무 빽빽이 심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버리는 등이 가장 흔한 예라 할 수 있다”면서 “설계 자체에 내재된 문제도 있지만 식재 공사 시의 문제점 역시 개선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래가 많은 지역, 수분이 높은 지역, 토반이 약한 지역 등 식재 시 유의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들도 무시한 채 공사가 되는 경우도 다수”라고 지적했다.

조경교육, ‘현장 경험 우선돼야 한다’
신구대학 조경과 교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설계자와 시공자 모두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조경과 학생들이 현장 경험이 없다. 보통 조경과 학생들은 깊게 배우기보다는 다수의 과목을 학습하고 또 많은 시간을 설계연습에 할애한다. 조경 실습을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지만 조경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실습이라고 생각한다. 흙을 만져보고 직접 식재를 해가며 느끼는 것이 조경업의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대표는 “조경공사를 하도급에 재하도급 형식으로 받다보니 수익성이 나쁠 수밖에 없다. 특히 시공업체가 그 악성 연결고리의 중심에 있다. 그러다보니 인재들도 시공업체를 기피하는 것”이라면서 “조경공사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불법적인 하도급 관계를 청산할 수 있도록 조경공사 수주의 구조 변화도 꽤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정한 조경설계를 위해서는 오래도록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면서 “설계 단계에서 차후의 관리 부분을 고려해 단가를 책정해놔야 한다. 생명체를 다루는 조경공사를 단순 건설공사와 같이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여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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