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

[Landscape Times] 농촌의 경관은 산림, 평야, 수변경관을 포함한 자연경관과 취락, 경작지를 포함하는 문화적 경관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마을의 뒷산인 산림에서 주거지, 안뜰, 하천, 마을숲, 바깥뜰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농촌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선조들의 오래된 손길이 만들어 낸 독특한 주거지 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주거지 경관은 그 지역의 자연과 기후, 주변 재료와 농업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거지 경관

농촌마을의 경관은 면적인 형태로 마을이 위치하면, 산자락을 따라 옹기종기 내려앉은 주택들이 점적인 요소를 만들고, 아랫집 윗집 그리고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주는 마을길이 선적인 요소로 연결성을 부여하며 마을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경남 산청의 전통마을인 남사마을로, 6개 성씨가 모여 살면서 성씨별 영역을 구분하며 만들어진 담장과 안길 그리고 재실과 고가가 어우러진 주거 경관이 우수한 전통마을이다. 특히 이 마을에는 예로부터 학자수라고 불리는 회화나무가 여러 군데 심겨 있는데 실제로 마을에는 유명한 학자와 정치가들이 여럿 배출되었다고 하며, 회화나무는 남사마을 경관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산청 남사마을 마을안길과 돌담
산청 남사마을 마을안길과 돌담

주거지 경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텃밭과 자투리 녹지이다. 텃밭은 주거지 경관에서 기르는 채소의 종류에 따라 사계절 변화하는 소박한 농가정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을 안길에서 한두 뼘 물러나 만들어진 담장 사이에는 둔 자투리 녹지는 여백의 미와 함께 봉숭아, 채송화, 싸리나무, 박 덩굴 등 다양한 농촌의 소박한 풍경을 보여주면서 주거지 경관의 양념과 같은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 공간은 아련한 추억과 시골의 정취를 안겨주는 공간으로 조경가들이 눈 여겨 봐야 할 선조들의 미(美)가 담긴 공간이다.

또한 길과 길이 만나거나 마을 어귀나 중심에는 어김없이 마을의 정자목이 커다란 그늘과 함께 주민들의 쉼터를 만들어 주며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커다란 우물가와 빨래터가 있어 마을 아낙들의 소통의 장이자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농업 경관

농업 경관은 농경지에 인간이 작물을 심고 그 지역의 기후와 환경이 만들어 내는 그림이다. 농작물은 지역의 기후조건과 환경 따라 다르며, 여기에 농부의 재배기술이 더해져 농업 경관이 완성된다.

드넓은 평야를 지닌 곡창지대에서는 논농사 중심의 농업 경관이 대표적인 경관이라면, 산간지역에서는 경사지를 개간해서 만든 밭과 다락논이 대표 경관이다. 강원도 고산지대에서는 서늘한 기후를 이용한 고랭지채소 재배단지의 대규모 농업 경관을, 제주에서는 돌담과 농경지 그리고 제주 바람이 만들어 내는 제주만의 농업 경관을, 울릉도에서는 서 있기도 힘든 급경사지에 산채를 재배하는 경사지 농업과 코발트 빛 바다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관을 볼 수 있다. 특히 그 지역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발전한 농업은 주거지 경관에도 영향을 주었다. 쌀농사가 많은 평야지에서는 볏짚과 흙을 이용한 초가집이, 논이 없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산에 자라는 풍부한 나무를 이용한 귀틀집, 너와집, 굴피집 등의 목조주택이, 드물게 대마 재배지역에서는 대마줄기를 이용한 겨릅집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농촌지역에서는 지역의 특화 작물을 활용한 경관농업지구를 조성하여 농촌관광을 통한 지역활성화에 동참하고 있으며, 나아가 논바닥 그림 그리기와 대지예술 등을 통해서 적극적인 농촌의 경관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농촌의 변화에 조경계에서도 농촌 경관에 관심을 가지는 지역계획가나 공공조경가 등의 참여를 통해 마을 만들기와 경관개선에 참여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는 일반농산어촌사업과 농촌협약 및 공간계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농촌지역에서도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촌의 경관계획은 지역의 환경과 전통을 이해하는 문화적 경관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자연과 농업환경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계획과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조경계획과 가장 다른 점은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협력을 통한 전문가와 지역주민 그리고 행정의 지원이 함께하는 “협력적 계획”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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