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그들이란 야생 동물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말한다. 환경보호는 환경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실은 우리 인간의 건강을 위해 너무나 시급한 일이다. 서식지를 잃고 쫓겨난 야생 동물들이 갈 곳이 없어 민가를 기웃거리다가 가축한테 바이러스를 옮기고 그 바이러스가 가축의 몸에서 하이브리드로 변하여 인체로 옮아가는 연쇄 작용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저 잊고 싶어 잊고 살 따름이다.

고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공급이 시작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코로나 치료제 나왔대~ 야 다행이다.”라고 안심하기엔 너무 이르다. 우선 급한 불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에 기온이 떨어지면 2차 감염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1차 감염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금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무섭게 번지고 있다. 이 역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하기 싫은 질문이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치료제나 예방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과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또다시 숲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여기서 말하는 숲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야생 동물의 서식 공간을 통틀어 숲이라고 하자. 그러나 숲속 야생 동물 몸속에 기거하는 바이러스는 상징이 아니라 사실이다.

지금의 코로나19가 한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성 간염, 에볼라, 조류 독감, 사스로 이어지는 초현대 전염병 계보에 속한다는 것 역시 다 아는 사실이다. 전염병은 모두 과거에 속한 것이고 21세기에는 그런 거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WHO에 따르면 1960년에서 2004년 사이에 모두 330건의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한다. 발생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중 60% 이상이 동물로부터 왔다. 보통 동물의 질병은 동물이, 사람의 질병은 사람이 겪어야 마땅한데 동물과 사람이 마주치면 사람으로 옮겨가는 질병이 있고 이들을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한다. 인수공통 감염병이 잦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대개 3가지로 본다.

원시림에 가까운 폴란드의 Białowieża National Park. © Lilly M
원시림에 가까운 폴란드의 Białowieża National Park. © Lilly M

우선 대량 축산업이다. 유전자가 서로 매우 유사한 가축들을 비위생적인 공간에 몰아넣으면 이상한 질병이 발생하거나 빨리 번진다. 십 년 전, 2010년 겨울에 전국을 우울증에 빠트렸던 구제역 파동을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죽여 땅에 묻었다. 그리고 지나간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 독일 최대의 육가공업체 퇴니스 사 공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졌다. 한 공장에서 무려 1,600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십 년 전에는 가축들만 당했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당했다. 우연이라기에는 퇴니스 사외의 다른 도축업이나 육가공업체 직원들의 감염률이 너무 높다. 독일 농림부 장관이 “값싼 고기를 빨리 공급하라고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라는 발언을 하여 빈축을 샀다. 수요가 공급을 조절하던 시대는 예전에 지나갔음을 잊고 한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들에게 자꾸 들이미는 공급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도축은 엄연히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티셔츠를 생산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퇴니스 사의 경우 옛날처럼 살생하기 전에 엄숙한 의식을 치르지는 못해도 완전 자동 시스템으로 돼지를 하루에 2만 마리씩 죽여 가며 연간 7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퇴니스 사에 몰려가 고기 좀 빨리, 싸게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 소비자들은 그저 유혹에 약할 뿐이다.

둘째는 웨트마켓(Wet market)이다. 수산물 도매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동물 거래 시장도 큰 문제라고 한다. 식용뿐 아니라 애완용으로 아직도 세계 시장에서 약 2000 여종의 야생 동물들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월에 독일 연방 환경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희귀한 야생 동물과 함께 새로운 희귀병이 거실까지 따라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그 집 거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야생 동물 생활권의 파괴다. 지구상에서 해마다 1퍼센트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1퍼센트라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약 150억 그루의 나무에 해당한다고 하면 실감이 좀 날 것이다. 숲의 아름다움이나 정신적 문화적 의미를 떠나서 숲을 보호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깊은 숲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숲속에 두기 위해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생활권을 보호해야 하는 셈이다. 숲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3천 종인데 학자들은 180만 종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태초부터 존재해 온, 말하자면 일종의 유전자 복사 프로그램이 물질화한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지구의 숲을 다 태워버린다고 해도 그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동물을 다 없앤다고 해도 그들은 존재할 것이다. 예방약을 만들어 내는 속도보다 그들이 변종을 만들어 내는 속도가 빠르다. 그들 자체가 번식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숲속에 그냥 살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숲속에만 머물면 별문제가 없다. 그동안 그렇게 자연보호운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체 어느 누가 아직도 숲을 파괴하는 걸까. 그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로 돌아온다. 내가 필요 없이 산 또 한 장의 티셔츠나 퇴니스 표 삼겹살로. 우선 독일 퇴니스 삼겹살 보이콧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이번에 감염된 직원의 대다수는 동유럽에서 팔려 온 계약직 근로자들이다.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는 결코 서로 무관하지 않다.

2012년에 데이비드 콰먼이라는 미국 과학 기자가 <스필오버(Spillover)>라는 책을 쓴 것이 있다. 인수공통 감염병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 책이다. 다행스럽게도 꿈꿀자유 출판사에서 번역판을 냈다. 제목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올해 초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이 책을 한 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매우 꼼꼼하게 조사한 심도 있는 책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이 책의 먼지를 털고 다시 읽고 있는 눈치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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