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공원의 역사는 130여 년에 이르나,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최초의 공원은 어디일까. 한국 공원의 역사가 130년이라고는 하지만 그 흔적은 지금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 공원은 근대와 함께 유입됐다. 첫 등장은 1888년 ‘public garden’이란 표기로 시작한다. 인천의 각국조계지 내 각 영사관이 공유한 공공 정원 개념이었다. 1897년에는 남산 아래 일본인 거류지 부근에 일본 신사를 조성하고 주변을 왜성대공원이라 불렀다. 경성 최초의 공원은 종로 한복판 원각사지십층석탑이 있는 공간에는 민가를 헐고 담장을 둘러 만든 파고다공원이다. 

서대문 밖에는 독립협회가 독립문과 독립공원을 구축했으나 이때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은 드물었다. 

일제강점기 근대공원의 주체는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였다. 조선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지역에 조선의 흔적을 지우고 장충단공원, 사직단공원, 효창원공원, 훈련원공원을 조성했다. 

해방 이후 공원에 대한 이해 부족은 전통을 빙자한 이질적인 콘셉트로 근대공원을 복원하는 오류를 범했다. 

독립공원 내 복원한 독립관은 원위치가 아니며, 규모와 현판 또한 원형과 다르다. 장충단공원의 리모델링은 근대라는 역사성이 콘셉트였지만 전통을 띈 건물로 형상화되었고, 훈련원공원의 명칭은 지속성을 지녔지만 제자리에 위치하지못했다.

또한 특정 권력이나 이해관계가 속한 집단의 요구로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닌 기억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념 동상이 공원의 상징성과 상관없이 들어오고 뜬금없는 기념비는 기억을 강요했다.

저자 김해경은 전통 조경을 전공했으나 전통 사상과 공간의 상관관계보다 당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증적인 도상 자료에 관심이 많았다. 

조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실제적인 공간 변화를 근대공원과 근대도시문화 관련 논문으로 발표했다.

도시에서 공원은 국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획된 부지가 공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공원을 잃어버리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저자는 “우리의 공원 역사를 통해 우리가 놓치거나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찾자”고 말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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