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보안1942)이 기획 전시 ‘식물계(Plantae)’를 내달 5일까지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1, 2관에서 개최한다.
통의동 보안여관(보안1942)이 기획 전시 ‘식물계(Plantae)’를 7월 5일까지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1, 2관에서 개최한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통의동 보안여관(보안1942)이 인류의 진보가 동식물에 끼친 영향을 식물의 세계를 통해 환기하고 인간이 지배한 환경에서 식물생태계의 적응과정을 되돌아보는 전시 ‘식물계(Plantae)’를 내달 5일(일)까지 개최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류의 맹신과 오만에 자성을 가져왔다. 인간이라는 포식자가 사라진 도시에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낯선 모습은 지구이용자로서 다양한 생명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불러왔다.

전시 ‘식물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수준의 감염재난시대, 동물과 달리 수동적이지만 견고하며 세밀한 생존 방법을 찾으며 “한자리에서 성장하며 생존하는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통해 외부의 변화들을 흡수하고 최적의 환경으로 인식하게끔 적응하며 인간과 공존해가고 있”는 식물의 생존원리 속에서 지구공동체 일원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1층 전시장에는 4.3항쟁이라는 역사적 의미에서 나아가 곶자왈, 위미리, 한라산 등에 자생하는 제주 동백나무의 이미지와 본질을 표본과 사진, 서사라는 다양한 매체로 재해석해 기록한 이소요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2020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제주 마을의 조경수, 100여 년 전 조림된 방풍림, 전쟁과 산업화로 훼손된 숲과 산에 천이돼가는 자생지 등 각각 다른 환경을 지닌 장소를 방문해 동백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했다.

1인 출판사 '생물과 문화'를 운영하며 생물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을 책의 형식으로 펴내는 이소요 작가의  '제주도 동백나무와 보낸 이틀 — 그림 속 식물의 생태적 주관성을 상상하며'..
3개월 간 제주도를 방문하며 동백나무를 표본과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한 이소요 작가의 작품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 위미리 동백나무군락’,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구간'(2020))
3개월 간 제주도를 방문하며 동백나무를 표본과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한 이소요 작가의 작품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 위미리 동백나무군락’,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구간(2020)
1인 출판사 '생물과 문화'를 운영하며 생물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을 책의 형식으로 펴내는 이소요 작가의 '제주도 동백나무와 보낸 이틀 — 그림 속 식물의 생태적 주관성을 상상하며'(2020)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장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식물학자이자 현재 싱가포르 최대 식물원인 보나틱 가든에서 동남아시아 인근 지역 협죽도와 아과의 분류학을 연구하는 미켈레 롯다의 네이처 프린팅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네이처 프린팅이란 잎이나 꽃과 같은 자연물들을 직접 압착하여 찍어내는 프린팅 기법으로, 적은 도구만으로도 식물의 세부모습까지 기록할 수 있는 작업 방법이다. 당지나 닥지 등에 표면이 자세히 보이는 커다란 잎을 그대로 찍은 작품들을 통해 식물의 시간과 장소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생명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싱가포르 식물원 보타닉가든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식물학자 미켈레 롯다의 식물 판화작품. 잎이나 꽃과 같은 자연물을 직접 압착해 찍어내는 네이처 프린팅으로 작업했다.
싱가포르 식물원 보타닉가든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식물학자 미켈레 롯다의 식물 판화 작품. 잎이나 꽃과 같은 자연물을 직접 압착해 찍어내는 네이처 프린팅으로 작업했다.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화학물질 등 작은 입자를 담은 표본 슬라이드로 작업한 전혜주 작가의 작품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화학물질 등 작은 입자를 담은 표본 슬라이드를 통해 자연과 도시, 문명 세계를 재구성한 전혜주 작가의 작품

신관인 지하 1층에서는 도심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입자들을 찾아 수집하고 기록한 과정들을 담은 전혜주 작가의 슬라이드 표본과 미디어설치가 전시돼 있다. 작가는 슬라이드 표본 위의 미세한 입자들이 도시, 인간, 자연의 서로 다른 창조물들이 뒤엉켜 생동하는 현대문명을 대변하는 단서들이라 생각, 미시적 세계관에 대한 생각들을 증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전시 ‘식물계’와 함께 전시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식물 입양을 안내하고 정원을 조성한 ‘식물을 읽다’, 생태와 자연에 관한 서적을 출판하는 목수책방의 ‘책방을 심다’, 보타니컬 일러스트레이터인 신혜우 식물학자의 ‘식물을 그리다’ 등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전시연계프로그램 ‘식물을 읽다’. 전시장 뒷마당과 2층 보안책방에는 심다(simda)가 큐레이션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전시연계프로그램 ‘식물을 읽다’. 전시장 뒷마당에는 심다(simda)가 큐레이션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전시관 입구
전시관 입구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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