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모스코리아가 ‘디엠지 세계유산 정책포럼의 성과와 남북교류 워킹그룹 추진 방향’을 주제로 올해 두 번째 이코모스포럼을 개최했다.
이코모스코리아가 ‘디엠지 세계유산 정책포럼의 성과와 남북교류 워킹그룹 추진 방향’을 주제로 올해 두 번째 이코모스포럼을 개최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비무장지대 디엠지(DMZ)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의 급물살을 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로 추진되고 있다. 디엠지는 자연유산을 넘어 이제 정치·군사·경제·문화·생태적으로 가치가 있는 복합문화유산이자 문화경관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사)이코모스코리아(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왕기)가 ‘DMZ 세계유산 정책포럼의 성과와 남북교류 워킹그룹 추진방향’을 주제로 지난 28일(목) 2020년 2차 포럼을 유네스코 세계시민학교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지난 2월 출범한 이코모스코리아 산하 학술소위원회인 남북교류 워킹그룹은 이번 포럼을 통해 지자체나 정부부처의 성급한 성과주의를 경계하며 세계유산 전문가집단으로서 북한의 문화유산 이해를 바탕으로 남북 유산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나아가 남북 세계유산의 발굴·조사·등재·보전·관리·활용·정책 등 전 방위에서의 활동을 주문받았다.

이왕기 위원장은 “민족분단, 전쟁, 자연생태, 역사유적, 훼손되지 않은 경관 등 인류가 기억할 다양한 흔적과 가치가 남아있는 곳으로 지구상에서 어느 곳보다 탁원한 보편적 가치(OUV)가 있다”면서도 “(디엠지 세계유산 공동등재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북한의 참여 없이 공동등재가 가능한가. 이에 대한 해법과 논의도 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북한 문화유산과 관련된 의제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현실적인 남북교류방법을 민간차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남북교류 워킹그룹의 과제를 꼽았다.

2019년 3월 문화재청 남북문화재교류사업단이 출범하며 추진된 ‘남북 문화유산 정책 포럼’은 남북문화재 교류와 공동 보존을 위해 분단 70년 만에 만들어진 전담기구와 자문기구로, 2021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남북문화유산 전반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

심승구 한국체대 교양학부 한국사 교수는 ‘남북 문화유산 정책 포럼 현황’을 발표하며, “최근의 기초자료를 확보해 종합적 이해를 가능케 한 것, 그리고 이를 기초로 디엠지를 평화와 생태 문화경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성과”라 말했다. 그러나 “디엠지가 남한에서는 점진적 평화 발판이지만 북한의 경우 통일의 걸림돌이 생각한다. 남북한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향후 디엠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일이 되지 않은 분단시점에서 디엠지의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 그리고 여전히 분쟁시설인 디엠지 내 군사유적 등 유산의 성격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전쟁과 분단의 산물인 디엠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도출할 때 “등재시점에 고정된 가치로 전쟁유산을 평가 가능한가”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동안 OUV는 등재시점에서 고정된 가치로 인식돼왔으나 전쟁유산의 가치는 동적이며 진화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전쟁관련 유산의 경우 정치적으로 해석할 경우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 위배된다. 전쟁의 기억을 중립화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면서 “디엠지를 개발지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즉 재자연화하는 장소 혹은 경관”으로 규정, 디엠지의 가치를 재자연화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디엠지는 냉전 시대를 대표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 장이자 한국전쟁의 유산으로서 잠재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등재기준을 놓고 자연유산, 문화유산 등 관점이 갈린다.류제헌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석좌교수는 두 관점을 절충해 통합가능한 방안으로서 ‘문화경관(경관)’을 제안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문화유산 등재기준을 추가해 추진하는 세계복합문화유산으로서 대표 사례가 유럽 그린벨트다. 류 교수는 “유럽 그린벨트처럼 디엠지 또한 생태적 가치가 가장 우세하게 전달되고 있지만 이러한 자연유산가치는 자연 그 자체의 과정이 아니라 냉전시대와 관련된 문화유산가치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있다”며, 냉전으로 인한 정치군사적 갈등,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문화유산이 자연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조건이 된 것이라 했다. 비무장지대 안 천이초기에 해당하는 원시림이나 묵은 논, 습지 등은 ‘자연과 인류의 합작품’, 즉 문화경관으로 간주되는 근거가 된다.

이코모스코리아가 ‘디엠지 세계유산 정책포럼의 성과와 남북교류 워킹그룹 추진 방향’을 주제로 올해 두 번째 이코모스포럼을 개최했다.
‘디엠지 세계유산 정책포럼의 성과와 남북교류 워킹그룹 추진 방향’을 주제한 열린 이코모스포럼 발표자 및 토론자들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디엠지에 대한 지속적인 민간연구 장으로서 남북교류 워킹그룹의 역할이 재차 강조됐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피난수도 부산의 전쟁유산 조사경험을 근거로 디엠지를 복합유산유산으로 바라보며, 디엠지의 독립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전쟁유산 혹은 냉전유산 관점에서 남한에 잔존해있는 유산들을 다시 정밀 조사하고 목록화할 단계”라는 의견을 냈다.

류 교수도 “문화유산 중 문화재보호법에 담기 어려운 것이 많다. 디엠지 유산가치를 창출하고 보전하려면 문화재보호법 내용도 바꿔야한다. 이 또한 워킹그룹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디엠지를 세계복합유산으로 신청하는 데 앞서 북한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선행될 필요도 있다.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종합적 이해 차원에서 디엠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60년대 이후 북한지역 고고학 연구는 거의 사라졌다. 북한 문화유산 조사에 남북한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엠지 관련 정부부처나 지자체의 성과주의식 산발적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객석에서 포럼을 지켜본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는 “디엠지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에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400여 편의 논문이 나와도 실효성이 없다. 유네스코 한국지부에서 정부에 총괄책임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박경립 강원대 명예교수는 “강원도나 경기도 디엠지 주변 주민들의 삶조차도 조사에 빠져있다. 실적 위주로 추진되는데 등재는 한참 후에 해도 된다. 지속가능한 보전방법을 찾는 것이 (워킹그룹 등) 민간단체의 역할이다”고 마무리했다.

(시계방향 차례로) 심승구 한국체대 교수, 한필원 한남대 교수, 류제헌 한국전통문화대 석좌교수), 이왕기 위원장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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