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농업연구사
한승원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농업연구사

[Landscape Times] 도시녹화의 필요성과 효과를 보여주는 그림에서 벌과 나비, 새가 날아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이 사는 도시공간에 자연공간을 만드는 이유로 훼손된 생태계복원, 생물다양성 유지 등을 들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한동안 도시탄소 저감이 이슈가 되었을 때, 매우 모순적인 해결방법이 제안되는 것을 보았다. 도시 내 옥상면을 녹색공간으로 만들면 탄소 저감에 효과적이라는 전제로, 옥상조경에 사용되는 토양을 공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에 탁월한 토양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을 만드는 식물의 잎은 광합성작용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지만, 뿌리는 호흡작용을 하므로 뿌리가 심겨있는 토양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산소의 공급이 중요하다. 녹색식물이 탄소 저감을 어떻게 이루는가를 한번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는 원리임에도 해결해야하는 이슈만을 생각하다보니 잠시 눈을 가리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생물다양성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 생물다양성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생태학교 설계에 포함되었던 요소가 생태연못이다. 물이란 것은 모든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옛날 정원이었던 터를 대표하는 것이 연못터이기도 하다. 특히 생태연못은 훼손된 자연환경에서 자연습지를 대체하여 친환경적인 생태계가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사전에서는 정의한다. 그러나 연못근처에 아이들은 가지 않는다. 각종 벌레, 곤충들의 유충이 살게 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기대하였으나 모기유충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물 온도, 수분 정도, 빛투과 정도 등 우리가 되찾고자 하는 곤충들의 산란조건을 모두 맞춰주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연의 생태계는 환경적으로 매우 복잡한 관계들로 연결되어 있어 몇 가지 환경조건들을 맞춰주는 것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자연을 설계하는 일은 이 복잡한 관계들을 다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알아도 더 알아야할 게 많아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나의 생명들을 알아가고 살려내는 일이기도 해서 여느 깨달음보다 보람차다.

유실수정원이라는 과제가 앞에 놓여졌을 때도 그랬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1433)에는 ‘속전시유칠절(俗傳枾有七絶)’이라 하여 감나무의 7가지 덕(德)으로, 1. 수명이 길고, 2. 녹음이 짙고, 3.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4. 벌레가 꼬이니 않고, 5. 단풍이 아름다우며, 6. 열매가 좋고, 7. 낙엽이 거름이 된다 하여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나무라고 예찬했다. 무릉도원의 복숭아나무부터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등 역사적으로도 정원에는 과일나무 한 두 그루쯤은 있어야 정원이지…하는 생각이 든다.

과일나무가 어느 순간부터 조경수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과일나무가 손이 많이 가는 나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많이 봐주고, 가지도 잘라주고, 물 빠짐도 봐주고, 거름도 주고 하면 다른 나무들에 비해 반응을 또 바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과일나무는 심은 사람이 관리해야한다. 내 집에, 내 울타리 안에 있는 나무가 아니면 그렇게 보고 또 봐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일나무는 정원에 심는 것이 적합하다.

최근 조경용으로 유실수를 심고자 하는 설계나 관리방법에 대한 문의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뭔가 다양한 즐거움을 기대하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과일나무를 들일 때는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심는 지를 소상하게 물어본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는 노래로 종로에 가로수로 심은 사과나무가 한 번에 뽑혀져 나가는 일이 다시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공원이나 정원에 과수가 가지는 상징성을 위해 한 두 그루 심는 경우는 집중관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조건일 때는 커다란 화분에 심어 화분을 배치하거나 아님 화분 째 심는 것도 좋다. 배수나 비료 등 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과일나무를 남다르게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건강한 토양에 심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바이러스, 세균 등과 같은 병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이 생기게 되어 피해가 적다. 이번에 세상을 두렵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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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에스펠리어

유실수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오래된 벽면에 더 잘 어울리는 에스펠리어(Espalier)형으로 벽면에 가지를 붙여서 키우는 방법이다. 다른 수종에 비해 가지가 무른 과수들은 가지를 유인하기가 쉬워서 유럽 등의 오래된 집 벽면에는 사과나무, 배나무 등을 벽화같이 키워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에스펠리어 역시 손이 많이 가는 재배방법이다. 예전에 취미생활로 많이 했던 분재를 생각하면 그만큼의 노력과 그만큼의 가치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이나 정원의 펜스를 대신해서 생울타리로 유실수를 심으면 꽃도 보고 열매도 볼 수 있어 두 번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때 주로 사용하는 유실수는 근부에서 가지분화가 되는 관목성을 생각하게 되는데 교목의 과수들도 생울타리용으로 생산된 묘목을 심으면 가을 늦게까지 열매가 달려있어 어떤 경계보다 예쁜 울타리가 되어 남달라 보이기에는 확실하다.

정원에 달려있는 과일은 마트에서 파는 과일보다 맛이 없다. 사먹는 과일은 맛을 기대하지만 정원에서 키우는 과일은 변해가는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유실수는 지나치는 가로에 심는 것 보다는 시간을 두고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공원이나 정원에 심는 것이 맞다. 가꾸는 즐거움이 관리 비용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 가치로 삼을 수 있는 그런 곳에 심는 것이 그동안 과수를 정원에 심었던 이유가 아닐까.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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