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신잡] 삼림이 아닌 것과 산림에 속하는 것에 대하여
[고정희 신잡] 삼림이 아닌 것과 산림에 속하는 것에 대하여
  • 고정희 박사
  • 승인 2020.05.18
  • 호수 5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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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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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나는 삼림이라는 말이 좋다. 독일어로는 발트Wald 혹은 포레스트Forest라고 한다. 좀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는 이를 숲이라고 하고 환경생태 분야의 글을 번역할 때는 주로 삼림이라고 한다. 집밥처럼 어감이 좋을 뿐 아니라 나무 목木자 다섯 개가 모여 있으니 그 뜻이 그린 듯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 다섯 그루를 집단으로 심으면 이미 삼림인가? 혹은, 나무 다섯 그루부터 산림청 담당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삼림이고 어디서부터 삼림이 아닌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산림은 또 무엇인지. 그래서 이와 관련된 국내법을 찾아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산림기본법」에서는 산림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산지관리법」제2조에서 산지가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정의했다. 토지이용과 관련하여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인 듯했다.

요약하자면 산지란, 토지의 용도가 임야로 지정된 곳이나, 대나무 포함 나무가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나, 또는 이들이 일시적으로 상실되었거나, 이런 용도로 사용하게 되는 토지를 말한다고 했다. 이들 중 하나만 맞아도 산지라고 했다. 그러면 산림은 또 뭔가. 산지와 그 산지에서 집단으로 자라는 나무들, 즉 삼림을 합한 용어일까? 더 이상의 설명은 찾을 수 없기에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만약에 내 짐작이 맞는다면 산림청은 산지와 산림을 둘 다 관리하는 부서여서 삼림청 또는 산지청이 아니고 산림청인가 보다.

포츠담. 앞쪽은 공원, 강 건너는 삼림
포츠담. 앞쪽은 공원, 강 건너는 삼림

우리나라는 산이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림청에서 국토의 70% 이상을 경영하고 관리하는가? 좀 많지 않은가? 국토부는 어떤가. 당연히 전 국토, 즉 백 퍼센트를 담당하겠지. 그러면 우리 국토는 170%가 넘는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중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위의 산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보면, 대나무를 포함하여 나무가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의 경우 그것이 ‘임야로 지정되지 않았어도’ 산지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쇄원 가는 길의 대나무밭도 산지인 것이다. 여기서 걸리는 것은 산山이라는 단어다. 임야의 야는 들판이라는 뜻일 텐데 들판도 산지인가? 뽕나무밭이 변해서 푸른 바다가 된다더니 그럴 수도 있는가 보다.

아무래도 흡족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찾아보았다. 거기에 드디어 산림이 정의되어 있는데 미안하지만, 일차적으로 산지와 정의가 같았다. 그럼 산지가 산림인가. 그러면 왜 여기서는 산지라고 하고 저기서는 산림이라고 하는가. 그런데 산림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이어졌다. 여러 유형의 ‘림’이 차례로 정의되고 가로수에서 조경수, 분재수까지 다뤘다.

잠깐, 이들이 왜 여기서 튀어나올까. 그게 알고 싶어서 다시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알고 보니 도시림, 생활림은 산림의 범주에 들어가고 조경수와 분재수는 임산물 안에 포함했다. 그러면 이들을 누가 관리하는가. 산림청 소관 국유림 외의 국유림, 공유림 및 사유림은 그 ‘림’이 속해 있는 행정단체장의 관할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서울특별시장이 분재도 챙겨야 한다는 뜻이겠다. 그럼 가로수는 누가 챙기는가. 가로수는 산림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임산물로도 정의되지 않았다. 그럼 이를 조경수로 보아야 하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독일의 삼림 법을 좀 찾아보았다. 여기서 산림이라는 말을 피하고 굳이 삼림이라고 하는 이유는 산山자가 들어간 법, 즉 독일의 산법은 곧 광업법이기 때문이다. 산이라는 지형은 그 안에 묻힌 자원을 먼저 연상시키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산이건 들판이건 표면을 덮고 있는 것 중에서 나무들이 집단으로 몰려 자라고 있으면 이를 숲, 삼림이라고 하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독일 연방 삼림 법 제2조에서 삼림이 무엇인지 정의해 두었다. 그리고 – 이 부분이 중요한데 – “삼림이 아닌 것”도 정의하고 있다. 삼림이 아닌 것은,

1) 목재를 이용하기 위해 나무를 심은 면적으로서 최고 20년생까지 기르는 곳, 2) 경작지에 심은 수목 군락 – 경작지에 속한다. 3) 도시나 마을에 심은 나무들(조경수), 가로수(교통용지에 심었으므로 도로관리과 담당이다. 실제로 도로관리사 교육과정에서 가로수 관리 기법을 배운다.) 또는 수목으로 이루어진 울타리(해당 사유지 또는 공유지에 속한다.) 또는 조경수 재배원(조경수는 삼림 수목과 그 성격이 다르다.)

독일은 연방공화국이므로 16개 연방 주에서 각각 삼림 법을 만들어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삼림법이 모두 17개다. 연방주 법은 기본 틀만 제시하고 각 연방 주에서 상황에 맞게 “나무가 자라는 면적을 삼림 개념에 포함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16개 연방주의 삼림 법을 모조리 살펴보아야 했다(한숨). - 예외 없이 제2조에서 삼림과 삼림이 아닌 것을 각각 구분하여 정의해 두었다. 예를 들어 베를린 삼림 법에서는 근린공원, 녹지, 휴양지, 묘지공원 등에 있는 숲은 숲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나무가 많다고 다 숲이 아니라는 것이다. 숲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숲이 아니다. 바이에른 주의 삼림 법도 이와 유사하다. 도시 또는 마을 안에서 자라는 수목은 아무리 숲처럼 우거졌어도 숲의 개념에서 제외했다.

이쯤 되면 그럼 삼림은 뭐라고 정의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별 것 없다. 그냥 삼림이란 “삼림용 나무를 심은 면적”이라고 싱겁게 정의되어 있다. 삼림용 나무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삼림용 나무란 또 무엇인가. 삼림용 나무란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삼림 수목 재배지 또는 삼림청 소속의 재배지에서 심어 기르는 나무를 말한다. 조경수와 삼림 수목을 원칙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념은 모두 GND라고 불리는 국가표준데이터에서 확실하게 규정해 두었다. 국가표준 제4530903-6번이 삼림용 수목 재배원에 관한 규정이다. 즉, 숲에 심을 나무는 표준에 맞추어 종자부터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경수 재배원에서 재배한 나무는 숲에다 심을 수 없다. 공원녹지, 도시 숲, 묘지공원 등의 나무를 잘라서 목재로 내다 팔 것이 아니므로 삼림의 개념과는 유전자가 다르다. 프로이센 시대에 이미 「삼림 수목 종자 관리법」에 따라 숲에 심는 나무는 종의 고유성을 보존해 왔다.

수종 역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는 독일의 토양과 기후조건에서 자연적으로 생장하는 나무로서 경제목으로 쓸 만한 것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가문비나무 속, 소나무 속, 너도밤나무, 참나무 속, 잎갈나무 속, 전나무 속이 이에 속한다. 이들이 전 삼림의 약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지역 특유의 다양한 삼림 수목으로 채워진다. 물론 숲은 자연생태, 기후조절, 대기 청정, 토양생산력 향상, 아름다운 풍경, 휴양 등의 복합적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런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삼림 법 자체는 경제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하지 않으면 과제의 중첩으로 행정상의 문제가 따르고 영역 다툼이 생겨 걸핏하면 법정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아니면 공원에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편할 것이다.

법에는 문외한이지만 우리의 산림에 관한 여러 법이 모순을 적잖게 안고 있는 듯하다. 좀 더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할 때가 된 것 같다.

고정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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