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사람도 성장하고 그에 맞는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뜻인데 어떻게 보면 이 말은 2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다. 결국 1인칭 시점에서 본다면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개념도 될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총괄건축가, 총괄조경가, 총괄도시계획가 등 민간전문가들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린다. 전문가들의 지식을 활용해 도시발전을 구상하는 방안은 매우 긍정적인 정책이라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요즘 들어 우려는 했지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일고 있다. 모 지자체의 경우 도시환경 조성과 조경디자인의 수준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총괄조경가를 선임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그곳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1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갈 수밖에 없고 방문할 때마다 공공사업 담당자들이 자문을 받기 위해 긴 행렬은 예사라고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비상근직의 경우 최소 주 2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데 주 1회 방문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떤 지자체는 총괄건축가를 자문할 수 있는 더 높으신 분(?)을 임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간전문가 제도는 지역의 건축물 및 공간환경에 대한 정책수립, 사업의 기획‧운영 단계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킴으로서 공공기관의 건축 및 도시 관련 사업의 효율적 운영, 디자인 관리체계 개선, 공공기관의 디자인 업무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참여 대상사업도 「건축기본법」, 「건축법」, 「경관법」, 「도시개발법」, 「택지개발촉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하천법」, 「도로법」, 도시재생사업 외 공공기관의 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관련 사업에 관여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들으면 엄청난 권력자로 비칠 정도다. 도시계획 전반에 관여할 수 있으니 그렇게 비칠 만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면 분명 그에 따른 책임감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다 해야 할 자리에 앉았다면 무게감을 느껴야 하는 게 맞다.

지자체들도 단순히 미디어에 의해 많이 알려진 인물들을 앉히려 혈안이 되기보다 지역에서의 인재를 찾아보는 방안이 어쩌면 맞는 옷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말하듯 넘어갈 수 있는 오류도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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