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간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2019 AURI 정책제안’ 보고서에는 ‘조경진흥시설과 조경진흥단지 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눈에 들었다.

첫 장의 요약을 보니 ‘조경은 지속가능한 국토·도시환경 구축을 위한 주요한 전문 분야로 국민들의 건강 및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나, 조경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조경산업의 성장은 정체’라고 게재돼 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제정된 「조경진흥법」에서는 조경산업의 집적을 통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조경진흥시설과 조경진흥단지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구체적 운용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체’라는 단어도 아픈데 ‘방안이 없다’는 지적은 어지럽게 한다.

우리나라 조경산업은 시공과 설계, 감리, 유지·관리, 소재 생산 및 유통 분야로 나눠볼 때 2015년 기준으로 약 8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안에는 조경시공이 약 80% 시장을 선점하고 나머지 소재 생산과 유통이 9%, 설계가 6%, 유지·관리가 5% 순이다.

8조원의 시장이 정체돼 있다는 것은 결국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조경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문제도 내재돼 있다. 또한 사업 규모의 영세성, 유통 체계와 협업, 신기술 도입에 따른 문제도 있고 조경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대로 향하고 있는 조경서비스의 질적 제고는 크나 큰 문제다.

때문에 조경진흥시설·단지의 필요성 제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임에도 누구하나 제대로 추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조경산업에 있어서도 불행한 일이다.

한 때 서주환 전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총재가 6개 단체들과 함께하며 총재 자리에 앉을 때만해도 기대감을 표하는 단체장들과 조경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빈수레가 더 요란하다’라는 말만 재확인했을 뿐 이렇다 할 역사적 기록은 없었고 현재 단체총연합의 행방도 묘연하다.

매번 언급됐던 조경회관도 현재 수면 아래에 있다. 이상석 조경학회장이 지난해 11월 발전재단과 조경학회가 공동으로 추진키로 발표를 한 이후 내부 변화로 인해 결국 거품만 내뿜었을 뿐이다. 조경진흥시설·단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었기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조경산업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할 시기다. 언제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로 타 산업으로부터 약탈을 당했다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도시숲’, ‘조경감리자배치’ 문제 등 앞으로도 있을 법률적 문제를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는 ‘씽크탱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 배를 타고 있는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8조원이 굴러가는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소릴 들어야 하겠는가. 최소한 후배들에게도 이런 소릴 듣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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