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Landscape Times] 영화‘말모이’를 보기 전에는 말모이가 새모이나 닭모이처럼 말(馬) 여물, 마죽(馬粥)의 사투리쯤 되는 줄 알았다. 말모이는 전국의 사투리를 모아 만든 우리말 표준어 사전을 말한다. 말모이는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단어인 것 같다.

국어학자 주시경 등은 1910년대 무렵부터 조선어연구회를 만들어 우리말을 연구해 왔다. 1931년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고쳐 부르다가 1949년 지금의 한글학회가 되었다.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말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제는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우리말과 글을 빼앗아 민족의 혼을 말살하려고 했다. 1942년 많은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 말모이는 이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김판수 역은 택시운전사, 완벽한 타인에서 열연했던 유해진이 맡았다. 김판수는 한글을 모르는 문맹(文盲)이었다. 영화에서 몇 번 반복되는‘한 사람의 열 발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발걸음이 더 큰 걸음이다.’라는 대사가 뇌리에 남는다. 영화에서 필자는 호떡의 어원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 호떡은 일반적으로 뜨거워서 호호 불어서 먹는 떡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사실은 북방의 오랑캐가 먹던 떡이라고 한다. 호떡의 호자는 오랑캐 호(胡)이다.

김판수는 우리말 말모이가 민들레 홀씨되어 멀리멀리 날아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밀알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민들레 그림을 즐겨 그렸다. 믿기지 않지만 민들레 홀씨는 바람을 타고 최대 240㎞를 날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날아간 민들레 홀씨는 콘크리트 블럭 틈 사이에서 생명력 있게 살아난다.

하늘물은 비 또는 빗물의 다른 이름이다. 아직 말모이 즉 사전(辭典)에는 없는 말이다. 하늘물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선물로 빗물의 새이름이다. 이 하늘물을 사랑하고 섬기는 이들이 있다. 하늘물우리라는 단체로 1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는 일환으로 빗물을 하늘물로 부르기로 했다. 빗물이 비점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더러운 물이 아니고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늘물 말모이

하늘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이름이 있다. 먼저 예쁜 하늘물 말로는 가랑비, 발비, 동이비, 와락비,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 부슬비, 채찍비, 여우비, 장대비(자드락비)등이 있다. 는개는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를 말한다. 보일락 말락 가늘고 가느다란 실처럼 샤륵샤륵사르륵 내리는 가랑비, 한여름 갑자기 몰려와 풀 뜯던 소를 피하고 나니 어느새 솨~솨~ 지나가 버리는 소나기, 물 한가득 담은 동이를 갑자기 들이 붓 듯 와장창 왕창 잠깐 쏟아지는 동이비 등 하늘물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비(글 이주영)라는 동화책도 있다.

지속성 여부 즉 계속해서 내리는지 오락가락 하는지에 따른 하늘물 말로는 여우비, 웃비, 먼지잼 등이 있다. 여우비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친 비, 웃비는 좍좍 내리다 잠깐 그쳤으나 아직 비가 올 기색이 있는 비, 먼지잼은 겨우 먼지나 일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다 마는 비를 말한다.

계절에 따른 하늘물 말로는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모종비, 목비, 장맛비 등이 있다. 목비는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를 말하는 것으로 벼농사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비이다.

하늘물 호(號)이름 말모이

이름에 사용된 하늘물 말로는 우리(雨利), 청우(淸雨), 겸우(謙雨)등이 있다. 우리(雨利)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이며 (사)빗물모아 지구사랑의 대표인 한무영 교수의 호(號)이다. 하늘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사상을 담고 있다. (사)빗물모아 지구사랑은 수자원 부족 문제의 해결과 대안개발, 빗물 모으기에 관한 운동 전개, 빗물이용에 관한 조사 및 연구개발, 저개발국가의 생활용수 해결을 위한 빗물봉사사업 등을 하고 있다. 청우(淸雨)는 국회물포럼 회장이며 국회부의장인 주승용 의원의 호(號)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깨끗한 비가 그의 호이다. 겸우(謙雨)는 그린어스코리아 한경수 대표의 호(號)이다. 노자는 선(善)의 표본을 물이라 했다. 물은 홍수와 해일과 같이 무서울 때도 있지만 겸손하고 부드럽게 흐른다.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는 빗물을 모아 지구를 살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하늘물은 나무와 풀들이 잘 자라도록 물을 공급해 주고 흙 속에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하늘물 상(商)이름 말모이

지난 1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한무영 교수는 유치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늘물 공모전을 개최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연하(然河) 남기원 교수가 실행을 맡았다. 시, 그림 등 400여점의 작품이 응모했다. 대상, 금상, 은상, 동상과 같이 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한무영 교수의 호를 따서 우리(雨利)상, 주승용 국회의원의 호를 따 청우(淸雨)상 등으로 이름을 지었다. 빗물모아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뜻의 SDGs상도 있었다. SDGs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약자이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와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지구 환경문제 등을 세계가 함께 이행하자는 UN의 공동목표이다.

이 공모전에서 올림픽 유치원의 박지은 선생님은 하늘물 말모이라는 주제로 교육 콘텐츠 부분에서 수상했다. 하늘물의 다채로운 말모이를 동심어린 수채화로 표현한 동화가 상큼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어려서부터 하늘물의 소중함과 올바른 인식을 심어 준다면 그들이 커서 하늘물을 모으고 땅속으로 침투시키는 하늘물 문화운동에 앞장설 것이다.

하늘물 공모전 아동부 진리상 : 미예뜰 어린이집 서재희 어린이 / 제목 : WANTED :‘산성비’맞고 ‘대머리’된 사람을 찾습니다.
하늘물 공모전 아동부 진리상 : 미예뜰 어린이집 서재희 어린이 / 제목 : WANTED :‘산성비’맞고 ‘대머리’된 사람을 찾습니다.

산성비 맞고 대머리된 사람을 찾습니다.

부정적인 하늘물 말모이로는 황사비, 미세먼지비, 산성비 등이 있다. 황사비는 중국어로 황사우(黃沙雨), 영어로 Yellow-sand rain이다. 그러나 우리말 말모이에는 정의되어 있지 않다. 산성비는 중국어로 산우(酸雨), 영어로 Acid rain이다. 산성비는 수소이온농도지수(pH) 5.6이하의 비를 말한다. 황산화물 및 질소산화물이 비에 녹아 내려 토양과 물을 산성화하여 산림을 황폐시킨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18~19세기 유럽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산성비로 큰 피해가 있었다. 이것은 산성비가 그 지역의 지질과 화학적으로 반응해 발생한 피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과장돼 발생한 오해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로 잘못 인식되었던 적이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 :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 여름철 강우 집중 현상,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지 않고 국토면적, 인구밀도, 강우량만을 지표로 반영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구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물 부족국가와 물 기근국가에 준하는 빗물 관리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늘물 공모전에서 미예뜰 어린이집 서재희 어린이는 산성비를 맞고 대머리된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그렸다. 산성비를 맞으면 진짜 대머리 될까? 근거 없는 말이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은 호흡기에 들어오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이 물에 용해되었을 경우 그 위험성은 낮아지고 침전, 여과 등 정수과정을 거치면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이 될 수 있다. 산성비는 피부에 크게 해롭지 않다. 오히려 오존층 파괴가 피부암 유발 등 건강에 더 해롭다. 산성샴푸의 pH가 산성비보다도 훨씬 높은데 산성샴푸를 사용해도 탈모가 생기지 않는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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