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작물 위주로 단일화된 농사에 잡초와 풀을 들여와 자연과의 조화를 이야기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의 지은이 변현단 농부 토종씨드림 대표가 세상의 이치를 씨앗으로해석한 책 ‘씨앗철학’을 내놓았다.   

지은이는 십 수 년을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멸종위기의 우리 씨앗을 지켜온 활동가이자 전남 곡성에서 직접 땅을 가는 토종농부다. 그의 ‘씨앗’에 대한 질문은 2000년대 초반 경기도 시흥에서의 자활공동체 연두농장을 운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만들어진 잡종 강세’의 옥수수 씨앗으로 농사를 망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 씨앗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씨앗 받는 농사’, ‘토종씨앗 받는 농사’에 전념, 지금까지 토종씨앗에 대한 교육 및 집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은이는 씨앗에서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 “단일한 존재로서 씨앗이되 무한대 운동으로 자연의 질서 속에 있는 씨앗”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생태계의 순환체계를 이야기하며, 생명과 우주의 가치를 전유한 씨앗의 관점에서 삶과 세계를 바라본 것이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코로나19같은 수많은 사회경제자연현상이 자립적인 생태순환사회를 포기하고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한 인류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서로 떠밀고 떠밀면서 균형을 잡으려는 지구상에서 인간 사회의 대명제는 ‘생명의 지속성’이라 전제한다. 

이는 씨앗에 가장 가까이 있는 농촌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 현대에 이르러 씨앗은 더 이상 경작하는 농부의 삶과 연결돼 있지 않다. 자본화된 대량생산 농업시스템에서 현대의 농부는 씨앗을 잃었고, 과거 순환적인 사유체계로 자립적 삶을 영위했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씨앗은 농부의 손을 떠나 생명공학 등 분절된 전문분야에 갇혀 생명의 역동성을 상실했다. 이는 비단 농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은이는 정치, 사회, 교육, 과학, 종교 등 제도 전반에 걸친 모순과 단절, 불균형에 대한 사회적 담론으로서 생태, 삶, 몸이 통합된 실천철학, 즉 ‘씨앗철학’을 제시하며, “씨앗의 눈으로 보고, 씨앗의 소리를듣고, 씨앗의 향을 맡고, 씨앗이 말을 하고, 씨앗의 이름으로, 씨앗의 삶을 살아가는 데 기반이 되는 철학”이라 설명한다.

‘씨앗철학’은 생명의 본질을 밝히는 철학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생태철학이자 농사의 가치와 기본을 중시하는 철학이며, 인간의 몸에 대한 통찰의 철학이다. 그리고 이 모든 깨달음을 실천하는 삶의 철학이자 인류의 삶을 가능하게 해줄 우주관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씨앗철학’으로 사유할 때 비로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발아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씨앗철학’은 우리 삶 전반에 적용시킬 수 있는 씨앗의 외연으로 읽힘과 동시에 오랫동안 토종씨앗운동을 실천해온 농철학자의 성찰적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반추하며 자성하는 분위기다. 이번 바이러스 재난에 삶 전 분야에 지각변동을 몸소 겪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권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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