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시공원, '죽느냐 사느냐' 일몰시기 3개월 앞으로 임박
위기의 도시공원, '죽느냐 사느냐' 일몰시기 3개월 앞으로 임박
  • 김효원 기자
  • 승인 2020.03.27
  • 호수 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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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한남공원, 청년주택으로 방향트나
천안 일봉산, 시민 반대 속 민간특례 강행 중
대구시, "공원 매입절차 순조롭게 진행"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사람에게 ‘폐’가 있다면 도시의 ‘폐’는 도시공원이다. 폐가 건강해야 건강도, 생명도 유지할 수 있듯, 도시공원이 있어야 도시가 건강하다. 그런데 올해 7월이면, 도시공원의 절반이 사라진다. 2020년 7월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는 달이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을 정부가 매입, 보상하지 않으면 2020년 7월부로 도시공원에서 일괄 해제한다”고 판결 내렸다. 판결에 따라 공원의 토지주는 7월이 되면 공원부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한남공원 부지 ⓒ서울환경운동연합
한남공원 부지 ⓒ서울환경운동연합

실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공원 중 하나는 서울 용산의 한남공원이다. 용산구 한남동 677-1에 위치한 한남근린공원은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 고시 제208호를 통해 최초의 지정된 도시계획시설 공원이었다. 그러나 1951년부터는 주한미군기지로 점용된 채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2015년부터는 미군이 이전한 이후 지금까지 방치된 채 남아있다. 

한남공원은 소위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한남동에 자리잡아 개발 압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규모는 2만 8197㎡로 부영에서 소유하고 있다. 인근에는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라도 한남공원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처음에는 대규모 예산을 들여 공원으로 조성하겠다 했으나, 예상 매입비용이 지난해 기준 3400억원에 달하면서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시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의 개발을 추진하고, 청년임대주택 등을 넣고 공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에 시민단체는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남공원지키기시민모임, 용산시민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5일(수)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단위계획을 추진해 기부채납을 통해 공원을 일부 조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공원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뜻”이라며 “21세기의 화두가 기후와 환경인만큼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모두가 생태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원순 시장이 한남근린공원을 조성하라”며 촉구했다.

한남동 주민이자 과거 한남공원 부지가 미군부대로 운용됐던 당시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던 허동기씨도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한남공원의 역사를 증언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허동기 씨는 “한남근린공원의 부지는 1910년 8월 29일 일본군 기마부대 주둔을 시작으로 1951년부터 지금까지 미군시설로서 점용되고 있는 땅이었다. 그래서 한남동에 64년을 살아온 자신을 비롯해 많은 한남동 주민들도 이 땅이 공원이 되어야 하는 땅인지를 모르고 살았다”며 “지금이라도 박원순 시장이 공원으로 꼭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남공원은 역사적 가치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잠재력이 큰 곳이다. 한강과 남산을 잇는 생태축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 내 보기 드문 평지형 공원이다. 

서울시는 시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사유지 38.1㎢ 중 주택가와 도로와 밀접해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을 우선보상지역으로 정하고 매입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보상지역은 2.33㎢로, 전체 중 6.1%에 해당한다. 

우산보상지역이 아닌 나머지 부지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 신축이나 증·개축, 용도 변경, 토지 형질 변경 등이 금지된다. 시는 우선 개발을 막아놓고 향후 재정을 마련해 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일봉산공원 ⓒ환경운동연합
아파트에 둘러싸인 일봉산공원 ⓒ환경운동연합

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민간의 손을 빌어 개발과 공원 조성을 함께 하는 ‘민간특례사업’도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민간특례사업은 지자체가 직접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매입해 30%는 개발하고, 70%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시민들은 공원의 최대한의 보존을 위해 개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천안의 일봉산공원은 민간특례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주민들과 지자체 간의 갈등이 첨예한 곳 중 하나다. 일봉산 민간개발특례사업은 2017년 처음 검토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환경영향평가가 심의 중인 가운데 작년 11월 8일 천안시는 특례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체결한 ‘일봉공원 주식회사’는 용곡동 일원 40만 2614㎡ 면적에 2300여 세대 아파트를 신축하고, 문화체육센터, 들꽃식물원, 숲속놀이터, 체력단련시설, 주차장 등을 2021년까지 완공하게 됐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이를 두고 시민들은 ‘일봉산지키기 주민투표운동본부’를 발족하고, 2만 6천여명의 유권자의 서명을 받아 시에 직접 주민투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김성수 활동가는 “천안은 미분양주택이 넘침에도 불구하고 녹지는 매우 부족한 지역이다. 구본영 전 시장의 시장직 상실 6일 전 일봉공원에 대한 민간공원개발특례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은 개발업자의 배를 불리기 위한 사전모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6일(목) 일봉산시민대책위원회는 현재 천안시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한태선 후보와 미래통합당 박상돈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봉산공원 보존 공약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시민대책위 "천안시장 후보는 개발이 아닌 생태환경적 가치가 높은 일봉산 공원 일대의 원형 보전 정책 공약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며 "일봉산공원 민간개발특례사업은 공원 환경 파괴, 과밀 교통문제, 교육 환경 악화, 문화 자원 훼손 등 환경적 사회문화적 영향이 심대한 사안임에도 일방적 행정 절차가 강행 중에 있어 전국적 갈등 사례가 됐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대구 범어공원 ⓒ대구시
대구 범어공원 ⓒ대구시

보존을 위해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다. 대구시의 경우가 그렇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8개 중 도심지역에 위치한 20개를 전면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매입비는 총 4846억원으로, 4420억원이 지방채로 투입한다. 

실제 대구시는 지난 1월, 범어공원의 토지 내 3필지(2만 8419㎡)를 매입한 바 있다. 대구시는 20곳의 우선조성대상공원에 대해 공원조성 사업과 토지 소유자 동의를 통한 협의매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토지주들과의 계약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시청 방문을 연기한 소수의 사례들이 있긴 하나, 이미 설 전에 공문 발송 및 절차 돌입으로 대다수는 매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도심공원 확보율을 높이고 일몰제 시행 일정을 감안해 일몰전까지 감정평가에 동의한 부지에 대해 올해 6월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효원 기자
김효원 기자 khw92@latimes.kr 김효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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