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한 때 개발도상국이라는 프레임이 우리나라를 덮고 있을 때 일종의 ‘야메’라는 말이 성행할 때가 있었다.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가 헤어도 손질하면서 손톱관리도 해 주고 마사지도 해주며 엔터테이너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더 나아가 어떤 이들은 쌍꺼풀 수술을 잘 하거나 피부를 밝게 해 준다며 야메로 의료행위를 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전국을 떠돌며 사회풍자와 서커스 등 쇼를 보여줘 흥을 돋게 한 후 약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온 캠페인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전문가라 말한다.

장인의 개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들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조금 더 쉽게 가기 위해 또는 돈을 덜 들이고 눈가림식을 선호하는 고약한 습관이 있다.

조경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를 짓는데 조경은 이제 하나의 문화트렌드처럼 화려하게 등장한다. 분양 때부터 프라이빗한 조경을 전면에 내세워 마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런데 완공 후 나무들이 죽어 가면 조경인들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정작 토목과 건축이 감리를 도맡아 왔으면서 모든 책임은 조경에 돌린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국토부가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 개정안」을 추진한다. 토목과 건축, 설비를 먹여 살리겠다고 감리자 배치를 늘린다고 행정예고 했다. 조경진흥법도 만들고 중앙정부에서 조경직공무원도 채용하면서 정작 조경은 찬밥이다.

1500세대 주택건설공사에만 조경감리자를 배치토록 하고 있지만 강제하는 규정도 없어 그나마도 토목이나 건축감리인이 한다. 그나마도 1500세대 이상 대단지들도 원가를 낮추기 위해 단지별로 나누는 등 편법이 동원되고 있어 외형만 1500세대인 경우가 다반사다.

공정한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사회 평등, 불공정에 대한 엄벌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중앙부처가 불공정한 관행이나 규제를 혁신하려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어떤 미래를 낙관할 수 있으며 어떤 결과물로 돌아올지는 안 봐도 비디오(一如既往 : 일여기왕)이다.

일반적으로 조경가하면 나무 심고 전정 잘하는 사람들로 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많은 조경가들은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을까요?” 또는 “전정을 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심드렁하게 받아들인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레벨로 봐 줘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조경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몰라봐 줘서 그런가? 조경감리를 왜 조경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원래부터 해 왔다”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승리는 준비된 자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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