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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서 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Landscape Times] 

흙~비~사람, 너~나~우리는 하나!

자슨 킹(Jason King)이라는 호주 골드코스트 도란바(Duranbah)의 한 원주민 예술가가 콘테이너 쉘터에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색의 화려함도 아름답지만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운데 알록달록한 알갱이 밴드는 농작물을 풍성하게 해 주는 이 지역의 비옥한 토양(Soil)을 의미한다. 하얗고 파란 작은 알갱이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해 주는 비(Rain)를 의미한다. 비옥한 토양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과수에 양분과 물을 공급함으로써 당도 높은 과일을 열리게 한다. 과녁처럼 보이는 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도란바 원주민을 의미한다. 해양을 상징하는 파란선은 세계인과 원주민을 하나로 연결한다. 너~나~우리는 하나라는 뜻이다. 토양과 비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로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세계 토양의 날은 태국 국왕의 생일?

흙이 살아야 지구가 살 수 있다. 토양(土壤)은 양분이 있는 흙이다. 토목(土木)에서 사용되는 흙(土)과 나무(木)는 생명이 없다. 토목 현장에서 토양은 폐기물로 취급받아 제거의 대상이다. 토양은 일반적으로 흙 입자(고상) 45%, 유기물 5%, 물(액상) 25%, 공기(기상) 25%로 구성된다. 식물은 물이 많으면 숨 막혀 죽고, 물이 적으면 말라 죽는다. 유기물은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바이오매스(Biomass)를 생산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토양 동물과 토양 미생물의 미소서식처가 된다.

‘토양 1㎥속에는 척추동물 1마리, 달팽이 100마리, 지렁이 3,000마리, 곤충·다지류·거미류 5억 마리가 살고 있다. 토양 1g 속에는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EBS, 2013.12.2.)’고 한다. 토양 속의 낙엽과 부식물을 먹고 배설하는 지렁이는 토양 속의 작은 영웅이다. 유기물은 지렁이의 창자를 지나면서 식물이 흡수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이러한 토양 생태계는 또 하나의 작은 우주이다.

이런 까닭에 UN은 토양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토양의 유실과 황폐화 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세계 토양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12년 UN식량기구에 세계 토양의 날 지정을 제안했고, 평생 농촌 발전과 토양연구에 헌신했던 태국 푸미폰 국왕의 생일인 12월 5일은 세계 토양의 날이 되었다.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

국가 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역사적 의의, 국가 정책적 필요성, 다른 기념일과의 중복성 및 형평성,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하여 지정된다. 현재까지 51개의 기념일이 지정되어 있다. 환경 관련된 기념일은 산림청이 주관하는 식목일(4월 5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의 날(6월 5일)이 지정되어 있다. 현 정부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월 11일), 대전 3.8 민주의거(3월 8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일(10월 16일) 등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날들이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UN은 165개의 기념일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 세계 기상의 날(3월 23일),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5월 22일),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 세계 인구의 날(7월 11일),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9월 16일),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등이 그것이다. 환경의 날은 국가 기념일이면서 UN이 정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3일 뉴욕 UN 총회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국제적인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을 제안했다. 올해부터 세계 각국은 매년 9월 7일을 청정 대기의 날로 기념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안해 UN 기념일로 지정된 첫 사례이다. 청정 대기의 날보다는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 어감이 더 좋다.

‘토양과 비 그리고 세계인은 하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호주 원주민 자슨 킹(Jason King)의 작품
‘토양과 비 그리고 세계인은 하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호주 원주민 자슨 킹(Jason King)의 작품

세계 물의 날은 리우UN환경회의 3개월 후!

1996년 3월,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제1회 물 관련기관 환경부장관배 축구대회’가 서울 효창구장에서 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로 꽤 쌀쌀했던 일요일, 응원석은 사물놀이로 하나가 되었다. 이 대회는 지속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났다. 그때 참여했던 물 관련기관을 모아 통합물관리를 실현했어야 했는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다가오는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12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환경회의에서 물 부족의 경각심과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세계 물의 날을 지정하고 세계 물의 날 준수(Observance of World Day for Water)를 결의했다. 세계 물의 날은 특별한 의미 없이 회의가 있었던 12월 22일의 3개월 후인 3월 22일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기념해 오다가 1995년부터 UN의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측우기 생일은 발명의 날!

측우기(測雨器)는 1441년 5월 19일(음력 4월 29일)에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이 발명했다. 정부는 이 날을 발명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1957년 5월 19일 지정된 이후 1973년 상공의 날(3월 20일)과 통합되었다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994년부터 다시 정부 주도로 기념하고 있다.

1441년 9월 3일(음력 8월 18일)은 세종대왕께서 측우기를 보급하고 강우량을 계측하도록 지시한 날이다. 이 날은 빅데이터(Big data) 기반의 과학적 물관리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다. 측우기는 서양보다 220년이나 앞서 발명되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조(1770년)때부터 지금까지 250년간의 강우량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을 알고 있는 이는 별로 없다.

하늘물 빅데이터 축적의 효시일을 하늘물의 날로 지정하자!

빗물은 오염된 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하늘물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하늘물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었으니 하늘물이라는 우리말을 즐겨 사용하자. 세종대왕께서 측우기 보급하고 하늘물 빅데이터를 계측하기 시작한 것은 자랑스럽고 기념할 만한 일임에도 그동안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 2월 문화재청은 측우기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했다.

세종대왕께서 측우기를 전국에 보급한 9월 3일을 하늘물의 날로 지정하고 국보 승격을 대대적으로 경축하자. 세계 물의 날과 별도로 세계 하늘물의 날을 지정하자. 세계 하늘물의 날을 세계 푸른 하늘의 날에 이어 두 번째 UN 기념일로 제안하자. 맑은 공기와 깨끗한 하늘물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측우기를 세계에 알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수질 오염이나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우리의 하늘물 활용 기술을 나누기 위함이다. 하늘물의 풍요로움을 지구촌 가족들과 함께 나누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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