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냄비 속 개구리 같은 사람들?
[특별기고] 냄비 속 개구리 같은 사람들?
  • 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 승인 2020.02.10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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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Landscape Times] 호주는 지금 산불과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 면적(1,003만㏊)의 80%인 800만㏊가 산불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맞불로 진화하던 소방관들이 갑작스러운 역풍(逆風)에 희생되기도 했다. 얼마 전 한여름 골프공만 한 우박을 동반한 큰 비가 내려 산불이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산불이 남기고간 재와 표토 유출로 인해 2차 수질오염이 걱정된다. 생태계 교란도 아주 심각해 호주 생태학자들은 이번 산불로 코알라, 캥거루 등 약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알라는 주로 호주의 동남부 산간지역에 서식하고 있어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봄, 한 탐조인은 어느 섬에서 유난히 죽은 새를 많이 보았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매년 봄이면 날아오던 섬이었는데 살아서 섬에 도착했지만 탈진해 죽음을 맞았다. 그들은 새들의 죽음이 기후변화로 인한 역풍(逆風)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를 ‘사람’으로 대체해 보면 참으로 아찔한 일인 것 같다.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DDT(살충제)를 헬기로 무차별로 뿌린 결과, 논밭에 살던 지렁이, 굼벵이 등 토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어느 날 갑자기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와 적막함이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기후변화와 생물의 멸종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의 주변 여기저기에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 환경학자들은 나무와 토양이 불타면서 발생한 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면서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구가 홍수와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냄비 속 개구리의 우화가 생각난다. 차가운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삶아져 죽는다. 지구온난화는 마치 인간들이 데워지는 지구에서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환경은 미래세대에게서 잠시 빌린 것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1987년 세계 환경 개발 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지속 가능발전법을,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환경과 경제 그리고 사회가 조화를 이루어 지속 가능해야 한다. 환경은 미래세대와 공유해야 할 자원이며 미래세대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아름다운 지구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재 세대의 노력이 절실하다.

1992년 리우 환경 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과 생물 다양성협약이 채택되었다. 예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서 우리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인식하기 시작하였지만 생물 다양성은 아직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만난 곤충생태학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던 종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수년 내에 곤충이 급격히 감소해 생태계 먹이사슬과 균형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 오리건 주립대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나비 개체 수가 매년 2%씩 급격하게 감소해 지난 21년 동안 총 개체 수의 1/3이나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SBS, 2019.7.13.). 곤충은 식물과 고등동물의 연결고리이며, 생태계의 허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에서 아주 중요한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갖고 있다.

스펀지 도시의 개념도 홍콩DSD
스펀지 도시의 개념도 ⓒ홍콩DSD

탄소 균형(Carbon balance)

대기 환경학자들은 지금의 기후변화는 지구의 탄소 균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간섭이 없다면 대기 중의 탄소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흡수·저장되거나 강우에 의해 지면으로 떨어진 후 동물의 호흡 등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일정한 비율로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다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 땅속에서 수억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석탄, 석유 등 탄소를 마구잡이로 끄집어내어 사용해 왔다. 땅속에 있어야 할 탄소가 대기권으로 과다하게 방출되다 보니 지구는 마치 온실처럼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 개발로 인한 토지이용 변화도 도시열섬현상 등 지구온난화에 한몫하고 있다. 개발 전에 숲과 논밭이었던 곳은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 등이 불투수면으로 바뀌어 빗물을 하천으로 빠르게 흘려보냈다. 이로 인해 도시는 건조해지고 더워졌으며 홍수와 가뭄의 진폭(振幅)이 커지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탄소를 다시 땅속에 저장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청정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고효율의 탄소흡수 기술을 상용화하여 무너져 가고 있는 지구의 탄소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와 탄소흡수 기술의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을까? 필자는 시원한 지구, 촉촉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Sponge City Initiative in China

도시화는 첨두유출을 증가시켜 홍수를 유발한다. 도시에 적용되는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은 홍수를 저감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도시를 설계할 때 홍수 때에는 물이 범람하고 평상시에는 공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복합 용도의 디자인이 자연 기반 해법의 한 사례이다.

중국 동부의 후베이성(湖北省)의 우한(武漢)시는 1980년대 127개의 습지가 있었지만 매립되어 지금은 30개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2016년 집중호우로 도시가 침수되자 습지 매립이 중요한 원인임을 인식하고 스펀지 도시(Sponge City)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스펀지 도시는 불투수면을 줄여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고 머금게 함으로써 건조하지 않는, 촉촉한 도시를 추구한다. 투수성 포장(Porous pavement), 빗물 가든(Rain garden), 잔디 수로(Grass swale), 인공습지(Artificial pond), 습지(Wetland), 빗물 지하터널(Underground tunnel), 빗물저장탱크(Storage tank) 등을 이용하여 빗물을 모으고 침투시킨다. 중국은 2014년부터 스펀지 도시 이니셔티브(Sponge City Initiative)라는 도시 계획 및 도시물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도시의 80%에서 스펀지 기능을 확보하고 70%의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계획이다.

친환경 도시는 1900년대 하워드의 전원도시(Garden City)에서부터 2000년대 그린시티(Green City), 2010년대 생태도시(Eco City)로 패러다임이 변해왔다. 2020년대는 아마도 스펀지 도시(Sponge City)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토양 생태계 개념도 Plant n Soil Biology
토양 생태계 개념도 ⓒPlant n Soil Biology

살아있는 스펀지 토양(Sponge Soil)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지렁이를 40여 년간 연구했다.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흙의 창자라고 했다. 지렁이가 없는 땅은 쓸모가 없는 땅이며, 지렁이가 사는 흙이 살아있는 흙이다.

도시를 생각해보자. 도시화 전, 숲과 논밭에는 많은 지렁이들이 살고 있었다. 숲과 논밭이 건물로 바뀌면서 도시에는 지렁이가 살 공간이 사라졌고, 이것은 그곳에 살던 새들의 먹잇감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렁이의 분변토(糞便土)는 토양미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빗물을 머금는 스펀지(Sponge) 기능을 향상시킨다.

지렁이가 꿈틀대는 흙은 대기 중 탄소를 땅속과 나무속에 더 빨리,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건물의 옥상·벽면, 공원·녹지, 하천·습지에 지렁이가 살 수 있도록 하자. 도시가 살아있는 스펀지 토양(Sponge Soil)으로 덮혀지면 도시는 쾌적하고 생명이 넘치는 도시가 될 것이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토양발자국(Soil footprint)!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저감이 중요한 만큼 빗물관리가 중요하다. 빗물관리만 잘해도 기후변화에 크게 일조(一助) 할 수 있다. 홍수, 가뭄, 폭염, 산불, 미세먼지 등이 모두 물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탄소를 줄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나무와 물 그리고 토양이다. 나무는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포도당(C6H12O6)을 저장하고 산소(O2)를 배출한다. 나무는 토양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해 자라면서 목질에 탄소를 저장한다.

열대우림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다량의 탄소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불화(火), 물 수(水), 나무목(木), 흙 토(土)의 오묘한 조화가 필요하다. 호주의 산불을 끌 수 있는 것은 빗물이다. 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표토와 토양을 딛고 선 나무다. 나무는 물이 있어야 살고 불에 타면 죽는다.

이번 호주 산불은 호주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보다 많은 양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남겼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처럼, 개발 전 토양 피복 상태를 계산해 도시계획에 적용하는 토양 발자국(Soil footprint)이라는 새로운 발자국(Footprint)을 제안해 본다.

[한국조경신문]

강서병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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