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도시와 농촌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5% 정도가 산지이며 남은 35% 가운데 약 절반이 농지이고 나머지 절반이 도시지역이다. 국토면적에서 도시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은 16.7%이고 인구의 91.8%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 10명 중 9명이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 인구집중 구조로, 도시를 제외한 국토의 80% 이상이 농촌지역*으로 전체 인구의 약 8% 정도가 거주하는 곳이다.

공간적인 영역으로는 도시지역(urban), 농촌과 도시가 결합된 도농복합지역인 러번(rurban)지역, 농촌(rural)으로 구분되며 통상적으로 농촌지역이라 함은 러번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지역은 도시지역(urban)을 제외한 도농복합지역(rurban)과 농산어촌지역(rural)을 포함하는 곳으로 농촌, 산촌, 어촌의 다양하고 고유한 지역경관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시와 다른 가치와 기능을 갖는 곳이다.

농촌의 가치는 단순한 식량생산 기지로서 산림, 농경지, 농업시설지역(축사, 비닐하우스 등)의 전유물이 아닌, 농촌지역의 고유한 경관과 농촌다움(농촌 어메니티)이 공존하는 마을과 촌락을 이루는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이며, 최근에는 도시민들의 휴양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익적인 공간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도시지역(urban), 도농복합지역(rurban), 농촌지역(rural)의 공간적 구분
도시지역(urban), 도농복합지역(rurban), 농촌지역(rural)의 공간적 구분

농촌과 농촌경관

농촌의 경관은 인간이 오랜 세월동안 자연과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시켜온 경지형태, 영농형태, 취락구조, 생활양식 등이 서로 관계를 이루며 만들어진 생활 속의 풍경으로,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 활동의 결과를 보여주는 모습이며, 농촌경관은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이 어우러져 지역특성이 반영된 경관으로 농업생산경관, 농촌생활경관, 자연경관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쌀 문화권의 한반도는 산간지역에는 경사지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쌀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농경문화의 대표적인 산물인 다락논 경관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도마리는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100선에 선정이 된 곳으로 지리산 자락 산간지역의 농업경관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남해군 가천면 홍현리 다랭이마을은 100층 이상의 계단식 논과 산 아래 마을이 바다와 이어지는 멋진 경관으로 유명하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은 온돌(구들)과 유사한 구조로 논이 만들어 져 있는 곳으로, 상부 논에서 하부 논으로 석축하부에 수구형태의 통수로를 만들어 물이 흐르게 만들고 연속적인 계단 형태의 논을 만들어 놓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형태의 논 구조와 경관을 가진 곳으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선정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지역이다.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 논

 

남해 다랭이마을
남해 다랭이마을
함양군 마천면 도마리 농업경관
함양군 마천면 도마리 농업경관

또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마을은 농경지와 촌락, 산지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농촌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지역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향토수종으로 조성된 마을숲과 당산나무는 마을의 전통적이고 농촌다운 공간으로 농촌경관을 형성하는 전통의 조경공간으로서 마을의 중요한 공간이다. 민간신앙공간으로 만들어진 성황당, 산신각, 돌탑, 장승과 솟대 등도 마을의 수호 공간으로서 역할도 있었지만 현대적인 해석에서는 농촌의 전통적이고 문화적 경관으로써 그 가치를 인증 받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농촌의 다양한 경관적인 요소는 그 지역의 향토성과 전통문화, 자연환경 등을 담고 있는 문화적 경관이며 농촌다움을 표현하는 농촌경관으로써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서와 휴식을 제공하는 농촌의 공익적 공간으로서도 그 중요성을 인증받고 있다.

최근 정부 여러 부처에서는 농산어촌지역 활성화 정책에 따라 마을사업, 농촌중심지(읍면지역)활성화 사업, 농촌다움 복원사업, 산촌거점마을, 어촌뉴딜 등 다양한 농산어촌지역 활성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도시에 비해 낙후된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사업들은 예산집행에 급급한 사업물량 소진과 지자체의 욕심에 따른 과도한 보여주기 식 사업추진, 지역주민들의 근시안적 민원 해결을 위한 사업 남용과 계획가들의 낮은 사업이해도가 맞물려 오히려 농촌의 경관을 저해하고, 지역의 전통성과 고유성 및 정체성을 배제한 농촌의 시설물과 경관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의 공간계획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변화에 따라 지역단위 사업으로 진행되는 계획보다는 지역 전체의 유기적인 연계와 일관된 통합계획과 설계가 요구되고 있으며, 외부공간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지역의 정서와 문화와 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계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촌지역은 건강한 자연과 농업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적 경관을 지니고 있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으로 지역 주민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경관에 대한 통합적인 계획을 위한 지역계획가와 조경가의 전문성과 역량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며, 농산어촌 지역의 자연환경, 인문환경, 지역 경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사고로 통합적인 계획과 설계가 이루어져서 우리의 전통적이고 고유한 농촌경관이 후대에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농촌지역이라 함은 농촌, 어촌, 산촌을 포함하는 농산어촌지역을 총칭함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

현재 (주)누리넷 대표로, 조경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지역계획 전문가로 전국을 누비며 활동 중이다.

특히, 지역의 마을단위 활성화 계획, 읍면 소재지의 농촌중심지 기본계획과 역량강화 사업, 농어업유산 발굴과 보존활용계획 수립 등

지역의 농촌, 산촌, 어촌의 공간계획과 지역 주민 역량강화를 통한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고 있는 지역계획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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