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챔버 내부의 한쪽 벽면의 모습. 뚫려있는 구멍에서 미세먼지 바람이 나온다
대형 챔버 내부의 한쪽 벽면의 모습. 뚫려있는 구멍에서 미세먼지 바람이 나온다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도시숲, 실내정원과 같은 식물의 저감 능력을 활용한 방법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무를, 어느 위치에, 어떤 밀도나 모양으로 식재할 때 가장 효과가 좋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저감 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지만 그에 준하는 특별한 시설의 구축도 동반돼야 가능하다.

서울 홍릉숲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식물환경조절실험동(파이토트론)이 들어섰다. 미세먼지를 처리할 수 있는 풍동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챔버가 들어있다.

오창영 산림보전연구부 연구관은 이곳에서 작은 나무들을 사용해 도시숲 모델을 만들고, 나무의 식재 밀도나 구조, 모양, 그리고 수종을 달리해가며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를 실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컨테이너 박스를 연상케 하는 대형 챔버 두 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미세먼지 폭로 대형 챔버(Fine Dust Exposing Large Chamber, DLC)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챔버의 내부에는 햇빛을 대체할 LED조명과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이동식 장비가 있다.

한쪽 벽면에서는 미세먼지 입자와 바람이 함께 뿜어져 나올 수 있게 했다. 풍속은 최대 1m/s까지 일으킬 수 있으며 조절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경우 대개 도심 속 풍속이 0.3m/s라는 점을 참고하면, 챔버 내부의 풍속을 조절해가며 여러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곳에서 사용할 미세먼지는 실제 대기에서 포집한 미세먼지가 아닌 염화칼륨을 이용해 만든 미세입자들이다. 크기에 따라 PM2.5의 초미세먼지부터 PM10의 미세먼지까지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미세먼지 입자와는 화학적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물리적 크기를 기준으로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살펴볼 예정이다.

대형 챔버 속 화분들은 배치와 밀도에 따라 각기 다른 도시숲의 모델이 된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화분을 지나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측정해 가장 최적의 도시숲 모델을 찾아 볼 계획이다.

오창영 연구관은 수목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방법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미세먼지가 수목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차단, 잎에 붙어버린 흡착, 그리고 땅으로 떨어지는 침강, 마지막으로 잎의 기공을 통해 들어가는 흡수이다.

대형 챔버에서는 차단 능력이 좋은 모델과 흡착 능력이 좋은 모델 등을 구분하거나, 모델마다 각 저감경로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소형 챔버에서는 나무가 가진 흡착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인공적인 바람을 일으킬 수 없는 소형 챔버에서는 식물을 미세먼지에 노출시키고 잎 표면에 얼마나 흡착하는지를 주로 분석하게 된다.

잎의 흡착력은 강하지만 그 피해를 크게 느끼고 잎을 떨구거나 빨리 시들어 죽는 경우도 존재한다. 다양한 수종을 테스트함으로써 회복이 빠르고 미세먼지 피해가 적은 수종을 골라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수목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Biogenic Volatile Organic compounds, BVOCs)을 측정하는 소형 챔버도 있다. 나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 유기화합물은 대기와 만나 오존을 생성할 수 있다.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뒤, 종합적으로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는 수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구축된 식물환경조절실험동은 지난 1월 29일(수)에 현판식을 가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험장비의 안정화 작업과 테스트 실험을 진행하며,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장비 가동 및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식물환경조절실험동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에 가장 효과적인 숲 모델을 테스트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도시숲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조경신문]

소형 챔버의 모습
소형 챔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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