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일반적으로 생태연못을 조성하거나 관리할 때 수면의 30% 이상을 비운다. 그래야 바깥으로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수면 아래에 잠긴 채로 광합성을 통해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침수식물들(submerged plants)이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으며, 비워진 수면 위로 바람이 스치면 물결이 일어 대기 중의 산소가 녹아든다. 바로 이것이 자연상태의 연못이 고여있음에도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하지만 너무 얕거나 일정한 수심으로 연못을 조성하면 초기에 식재 한 부들이나 연꽃이 금세 가득 차게 되어 침수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자리를 빼앗거나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차단하고, 파문(波紋) 조차 일지 못해 수질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조성된 생태연못의 수질이 악화되고 모기가 들끓는다는 건 물이나 식물과 같이 연못에 담긴 ‘내용(contents)‘ 때문이기 보다 잘못된 ‘구조(structure)’로 인해 ‘균형(balance)’이 무너지고 ‘체계(system)’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신선한 물로 교체하거나 화학적, 기계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 한 이는 일시적인 해결방안이 될 뿐이다.

나는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과 설계사무소를 거치며 대략 5년간 실무를 경험하였다. 이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을 이어가다 제주로 이주하여 우연히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지 다시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덧 12년의 경력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흔히들 일컫는 ‘탈조경‘을 희망해본 적은 없지만, 필히 ‘조경계’라는 테두리 안에 속해있어야 조경, 그리고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매 순간 보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주된 업무인 설계와 시공은 물론이고, 정원교육과 함께 식물생산 및 판매, 카페 운영 등을 함께 고민하며 지내고 있으며 지금은 이렇게 신문에 글까지 쓰게 되었다. 오히려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일을 하다 보니 조경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현재 내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조경은 그 간판을 걸고 무수히 양산해온 ‘이름만’ 생태연못을 닮아있다. 그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존재의 이유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인증점수를 얻기 위해 적당한 위치에 최소 기준으로 끼워 넣은 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몇몇 항목들만 만족하면 그만인 그 생태연못 말이다. 유독 관공서와 건설사에 의존하는 시장은 발주처의 편의를 앞세운 시스템에 따라 실무에서 설계와 시공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여러 주체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깊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새로운 변화의 기회마저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조차 분야가 가진 가치를 결과물을 통해 증명하기 위한 노력보다 시장의 입맛에 맞을만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떠돌기 일쑤다.

연못은 주변보다 낮은 곳으로 물이 모여 만들어지고, 수심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생육하는 식물들이 함께 어울리며 물을 깨끗하게 하고 수서곤충이나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장소를 제공한다. 조경이라는 분야가 제대로 기능하여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가 건강해지고 구성원들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앞으로 글을 이어가려 한다.

연못을 둘러싼 기압의 차이가 클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더 큰 파문이 일 것이다. 바람은 목적을 가지고 불지 않지만 덕분에 연못은 깨끗해질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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