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난 9일 당정이 재산권 침해, 개발권 제한 등 군사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의견을 수렴해 14개 지역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 보호구역을 우선 해제하기로 발표했다. 평화가 가까워질수록 이곳 DMZ 접경지대 경관과 생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DMZ와 그 접경지대는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독특한 자연·인문경관이다. 전쟁이라는 비극이 만들어낸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자연경관과 생태가 보존될 수 있었다니 아이러니다.

DMZ에 대해서라면 한 세기 가까이 분단된 아일랜드나 1989년 붕괴된 베를린 장벽의 독일이 선배 경험자들이다. 특히, 그린벨트의 독일식 발음인 ‘그뤼네스 반트’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접경지대를 녹색띠로 형성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속가능한 접경지대의 대표적 사례다. 통제와 경계,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었던 접경지대는 자연보전과 관광산업이 공존하는 독일 역사와 생태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간단체의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이 컸다. 철의 장벽이 붕괴된 후 이곳에 속한 생물종들에 대한 생태조사는 물론 개발로부터 사유지 매입까지 자연보호구역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은 덕분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는 생태와 역사를 비롯해 남북화해와 평화라는 엄청난 가치가 담긴 곳으로 세계유산공동등재를 시작하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생태를 보전하며 경관을 영위하는 주체는 DMZ 접경지대를 살아가는 지역민이다. 15개 접경지대 중 한 곳인 철원에는 이제는 희귀종이 된 두루미를 비롯해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같은 수많은 철새들이 논을 중심으로 해마다 이동하며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과 함께 오랫동안 한반도 허리에서 논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도 있다.

접경지대 주민의 농민들의 삶은 여느 농촌처럼 고단하다. 지난해 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공익형직불제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농촌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농촌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농촌정책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철원이라는 생태가치가 높은 환경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DMZ는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지난 주 DMZ 접경지대에 대한 담론이 마련된 자리에서 만난 철원군농민회 농부의 말이 귓가를 돈다. 서울시민들에게 철원 오대쌀로 빚은 맛 좋은 지역막걸리를 품평한 뒤 농부는 무대 뒤에서 한숨 섞인 말을 토해냈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쌀값은 더 내려갈 텐데 앞으로 걱정입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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