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업한 ‘(주)올어바웃’이 지난 10일 첫 번째 프로젝트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철원지역주민과 관련분야 종사자 및 일반 관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0 DMZ VOYAGE 봐야지-!’ 행사를 주최했다. 사진은 서울대환경대학원의 ‘이창현, 박한솔, 김기영, 권오은.
지난해 창업한 ‘(주)올어바웃’이 지난 10일 첫 번째 프로젝트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철원지역주민과 관련분야 종사자 및 일반 관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0 DMZ VOYAGE 봐야지-!’ 행사를 주최했다. 사진은 올어바웃 창업 멤버인 이창현, 박한솔, 김기영, 권오은.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서울대환경대학원 대학원생(조경진 교수 연구실)들이 DMZ 연구를 기반으로 지역 콘텐츠를 다양한 형식을 빌려 창의적으로 생산하는 ‘㈜올어바웃’(대표 박한솔)을 창업했다.

이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어바웃 DMZ–액티브 철원’ 단행본 출판이다. 박한솔, 이창현, 김기영, 권오은 네 명의 에디터들은 4년 여 시간 여행을 통해 대부분 군사·안보시설과 일방적인 관광루트로 접근했던 DMZ 접경지역을 ‘현대의 공간’이자 ‘삶’의 공간으로 이해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만든 삶의 경관, 분단이 만든 역사·생태적 경관을 특정인이 아닌 누구나 접근 가능한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무엇보다 연구논문의 틀을 깨고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도서 형식을 통해 “진짜 DMZ”의 풍경과 매력을 전달했다는 것은 도전이자 성과다.

지난 10일(금) 연남장에서 그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어바웃 DMZ–액티브철원’ 창간 기념 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어바웃 DMZ–액티브 철원’을 발간한 ㈜올어바웃의 에디터들이 미디어와 역사책을 통해 이미 익숙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분리돼 있는 접경지역 공간과 지역주민들의 삶을 대중과 문화적으로 공명하고자 기획한 자리다.

본지는 이날 행사가 열린 연남장에서 네 명의 에디터를 만났다. ‘에디터’는 이들에게 임의의 호칭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역을 발굴하는 이들의 항해는 출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 ‘올어바웃’이 발간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 ‘올어바웃’이 발간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올어바웃’에서 하는 일은?

박한솔 : ‘올어바웃’은 출판만 아니라 전반적인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첫 번째 로컬 콘텐츠 프로젝트가 DMZ고, 그 중에서 철원 편이 먼저 나왔다. 이후에도 15개 접경지역 중 한 지역으로 발간하려고 한다. 현재 다음 프로젝트는 파주로 생각한다. 지금 4명의 에디터가 취재, 기사 작성, 편집까지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로컬 콘텐츠는 글로 쓰인 책일 수도, 음악일 수도, 여행이나 오늘 같은 행사일 수도 있다. 굿즈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 SNS도 하는데 DMZ가 군사 안보나 물리적으로 먼 곳이라고 느끼지만 그 공간에서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알려주고 일주일에 한 번 DMZ 소식을 전달하고자 업데이트 한다. (이번 발간을 계기로) 조경이나 도시, 건축 분야 전공자말고도 보통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주고 DMZ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이창현 : 지난해 문화역서울284의 ‘DMZ’, DMZ 자생식물 DNA를 소리로 재현한 ‘식물의 소리’ 전시에 모두 참여했다. DMZ에 대한 관심으로 수십 차례 DMZ를 방문하면서 DMZ를 알리고 그 이야기들을 에디팅 해보자는 생각에 뭉치게 됐다.

김기영 :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재밌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연구로만 다가가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의 연구를 토대로 콘텐츠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창업하게 됐다.

박한솔 : 4년 전 평화모드가 있기 전부터 DMZ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DMZ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군사나 정치만이 이슈화됐다. 우리가 DMZ에서 봐왔던 내용은 그것 말고도 다양했다. 지역주민도 원하고 관광객도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너무 학술적이면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 말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동안 DMZ 연구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나?

박한솔 : 사라진 기억, 옛 시가지를 찾는 연구 혹은 민북마을 연구, 식물의 소리 등 다양하다.

권오은 : ‘식물의 소리’ 전시처럼 DMZ 문화를 예술과 결합해 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가게 하자는 취지로 전시를 진행했다.

김기영 : 학교에서 진행한 것 중 여행 소책자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적이 있었다. 철원에 대한 여행정보를 담았지만 그동안 이런 여행정보지가 없었다. 반응이 좋았다.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이번 프로젝트까지 오게 됐다.

박한솔 : 여행책자 역할이 컸다. 다르게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철원지역에서도 필요했다고 해 연락이 많이 왔다. 사람들이 DMZ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있고 재밌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

DMZ 접경지대가 여러 지역에 걸쳐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철원지역에 주목한 이유는?

박한솔 :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연구도 많이 진행된 곳이다. 철원은 DMZ의 가장 중심부다. 철원 대부분 지역이 군사지역이다. 보통 사람들은 철원 하면 추위나 군인 딱 이 두 가지를 떠올리는데 우리가 경험한 철원은 다양한 이야기나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를 전달해보면 인식의 충격이나 전환 같은 게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김기영 : 철원에서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그 영향도 컸던 거 같다. 군사시설만 아니라 축제도 있고 한탄강트레킹 축제도 있다. 고성과 화천에 비해 (문화적 요소가) 많이 안 알려진 편이다.

(주)올어바웃’의 네명의 에디터들이 지난 10일 연남장에서 개최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단행본 출간 기념행사 ‘2020 DMZ VOYAGE 봐야지-!’에서 제작기를 발표했다.
(주)올어바웃’의 네명의 에디터들이 지난 10일 연남장에서 개최한 첫 번째 프로젝트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단행본 출간 기념행사(‘2020 DMZ VOYAGE 봐야지-!’)에서 제작기를 발표하고 있다.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을 발간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

박한솔 : 서울대에서 비더로켓이라는 창업경진대회가 있었다. 우연찮게 아이디어를 냈는데 뽑혔다. 다른 경쟁팀들은 창업을 이미 한 유명회사였다. 지난해 10월 ‘㈜올어바웃’을 창업하게 됐다. 현재 출판사로 등록해 ISBN을 발급받은 상태다. 직접 발로 취재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두잉낫띵이라는 에어비앤비 숙박업을 하는 집에 묵으면서 1차적으로 경험한 산물로 구성한 것이다. 우리는 ‘가짜’가 아닌, 정말 내 친구나 내 가족에게 추천해도 떳떳한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목적이 컸다.

이창현 : 우리 연구실에서 연구 결과물이 너무 많았다. 철원 구시가지나, 이제는 황폐화된 철원 모습을 모델링한 거라든지...이걸 활용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지난해 9월 비더로켓으로 추진력을 받고 이후에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예비관광벤처로 선정돼 지원받았다. 평화 이슈 때문인지 우리 아이템 덕인지 모르지만 책 발간과 오늘 행사까지 이어졌다.

박한솔 : 평화무드가 확 생기면서 접경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창현 : DMZ라는 어감 자체가 너무 멀어 보이지만 사실 철원은 서울서 빠르면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본보다 멀다고 인식한다. 사람들이 계속 거기서 살았고 그곳만의 문화가 있다. 이걸 알렸으면 했다.

이창현 : 매번 책마다 주제를 갖는데 이번 책은 액티브 철원이다. ‘액티브’라 정한 이유는 철원 지역의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와 상반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대상지에 대한 인식의) 반전이 생기고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다. 철원은 조용하고 시골스러운 이미지라 그곳의 가장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주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의견이 있었다. 우리가 본 철원에는 ‘액티브’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이후 또 다른 형용사가 붙은 철원이 나올 수도 있다.

​철원 민통선 내에서 농사 짓는 철원농민이 참가해 오대쌀로 빚은 막걸리 이야기와 DMZ 접경지대의 삶을 생생하게 전했다.   ​
민통선 안에서 농사 짓는 김용빈 농부(철원군농민회 회장)가 창간기념 행사에 참가해 철원 오대쌀로 빚은 '대작' 막걸리 이야기와 접경지대의 삶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빈 농부 외에도 철원 지역을 취재한 인연으로 만난 에어비앤비 '두잉낫띵'을 운영하는 주민, 철원의 전통음식을 제공한 철원 주민 등 다수의 지역민들이 참석했다. 

출판이나 창간기념 행사 준비가 학업과 병행하며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창현 : 오늘 행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했다. 책도 인쇄소부터 하나하나 우리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각자의 목표가 있겠지만 인스타그램이나 공연, 굿즈라든지 DMZ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만들어보자는 의지에서 계속 아티스트 풀을 모집하는데 그들이 보는 시각이 또 다른 DMZ 모습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철원에서 열린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을 보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다니 놀라웠다.

박한솔 : 그래서 제일 첫 번째 진행했던 인터뷰가 김미소 (사)피스트레인 총감독이었다. 철원지역이나 DMZ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피스트레인밖에 없으니 그쪽에서도 반갑게 맞이해줬다. 섭외부터 공연 세팅까지 오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 행사도 철원 지역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벙거지떡, 과즐(민북마을 약과) 등 손수 만들어주셨다. 지역 농민께서 철원 오대쌀로 만든 막걸리도 협찬해주셨다. 철원 평야 콘셉트로 프로방스 카페에서 케이크와 쿠키도 만들어주셨다. 지자체 지원 없이 순수하게 철원지역 주민과 접촉한 결과다.

앞으로 계획은?

박한솔 : 연구논문이 DMZ 접경지대다. 연구하는 한편, 올어바웃팀에서는 학업에서 탐구한 것을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잘 전달되는 콘텐츠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투 트랙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3월 초 이곳 연남장 지하 갤러리에서 조경진 교수를 주축으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DMZ 경: 철원(가제)’을 ‘올어바웃’ 협력으로 추진 중이다. 서울대환경대학원을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 사진작가 및 영상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창간기념 행사에는 DMZ 여행자라는 점에서 ‘올어바웃’과 공통분모를 지닌 DMZ 전문가 조경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철원에서 처음 DMZ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한 김미소 (사)피스트레인 총감독이 참여해 DMZ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간기념 행사에는 DMZ 여행자라는 점에서 ‘올어바웃’과 공통분모를 지닌 DMZ 전문가 조경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DMZ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간기념 행사에는 DMZ 여행자라는 점에서 ‘올어바웃’과 공통분모를 지닌 DMZ 전문가 조경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철원에서 처음 DMZ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한 김미소 (사)피스트레인 총감독이 참여해 DMZ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철원에서 처음 DMZ 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한 김미소 (사)피스트레인 총감독.
창간기념 행사에서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편에서 인터뷰한 문화예술 전방위로 활동 중인 백현진의 공연이 이어졌다.
'올어바웃'이 ‘어바웃 디엠지-액티브 철원’ 편에서 인터뷰한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왼쪽에서 두 번째)의 공연 모습.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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