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미군이 1급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면서 탄생한 돌연변이 생물체의 출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에서 상상한 우려가 거대한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다.

지난 11일 정부가 미국과의 미군기지 반환협상에서 장기간 반환이 지연돼온 원주 캠프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마켓, 동두천의 캠프호비 쉐아사격장의 4개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이번 반환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기지 반환의 기쁨보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병창으로 쓰이다 해방 후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돼온 부평 캠프마켓 경우 시민참여위원회가 가동되면서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한 기지 활용방안이 수십 차례 논의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환경단체가 부평 캠프마켓이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기지 주변의 토양정화 조치를 제기한 바 있다.

주한미군 병력과 시설 대부분이 평택 기지로 이전하면서 용산기지 반환절차도 개시했다. 반세기 이상 금단의 땅으로 묶였던 용산기지는 지난 2005년 용산공원 조성계획 발표에 이어 지난해 시민에 개방하는 시범투어 프로그램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 곳 역시 각종 폐기물로 지하수와 토양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나 용산기지의 경우 외곽 지역까지 그 피해가 광범위해 시급한 정화를 필요로 한다.

앞서 미국은 2006년 23개 미군기지 반환 당시 24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공여 당시 상태로 원상회복할 의무가 없다는 조항(SOFA 제4조 1항)을 들어 미군기지 환경오염 책임을 한국에 미뤘다. 2009년 ‘공동환경평가절차서’를 채택했지만 미군은 반환되는 기지의 심각한 오염을 정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해방 후 동맹국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포르말린 방류 등 온갖 환경문제를 일으킨 미국은 이번 기지 반환 협상에서도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다. 최근 불거진 6조 원이라는 방위비 분담금 요구도 황당한데 오염된 반환기지에 대한 정화비용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떠넘긴 것이다. 분단된 한국의 비극적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용산미군기지 절차가 가속화함에 따라 환경오염 치유와 녹지공간으로 복원에 대한 조례제정 청원이 1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권수정 의원과 180여 명의 청원자들이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으로부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사후 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 요청을 한 것이다.

토양복원, 지하수 정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이 땅을 밟을 것인가. 정부와 서울시가 오염제공자의 정화책임을 묻는 것, ‘용산공원’이 시민의 품으로 귀환하기 위한 전제이자 시작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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