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 국가적 차원 가이드라인 시급하다
통합놀이터, 국가적 차원 가이드라인 시급하다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9.12.05
  • 호수 5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놀이터 관련 법안 없어 시설 철거되기도
법적구속력 있는 통합놀이터 가이드라인 적용해야
4일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 정책토론회 개최
지난 4일 개최된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 정책토론회
지난 4일 개최된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 정책토론회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통합놀이터’란 장애와 비장애 경계 없이 모든 어린이가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통합’을 전제로 한 놀이터로, 장애아동들의 놀이 환경에 대한 사회적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통합놀이터가 공론화된 것은 2018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 그네’ 설치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통합놀이터 관련 법안 부재로 어린이놀이터에서 철거돼 별도 공간에 재설치된 것이다.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통합놀이터 관련 법안이 절실한 가운데 지난 4일(수) 김영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통합놀이터 법 개정 추진단, 더 도시연구소 공동주최로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2005년부터 통합놀이터 운동을 펼쳐온 김남진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통합’의 개념이 장애아동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보다 “포괄적이며 광범위하다. 장애어린이만 아니라 장애가 없는 어린이도 함께 놀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면서도 장애아동의 놀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법 조항을 탄식했다. 이어 “통합놀이터는 하나의 테마가 아니다. 모험놀이터 등 모든 놀이터가 통합놀이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통합놀이터의 당위와 가치를 강조했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아동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아동의 놀 권리의 중요성을 인정했으나 장애아동이나 통합놀이공간에 대한 고려는 간과됐다. 엄선희 사단법인 두루 공익변호사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놀 권리 실현을 위한 통합놀이터 설치 장벽을 국내 법령 체계로 들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어린이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자는 안전인증을 받은 어린이놀이기구를 행정안전부장관이 고시하는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해야”하며, 어린이제품의 경우 안전인증대상어린이제품의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엄 변호사는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제시돼 있지 않은 형태의 놀이기구에 대하여는 안전인증을 받을 수 없고 놀이터에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휠체어 그네’는 놀이터에 설치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 개정을 거치면서 미국 전역 놀이터가 통합놀이터로 기능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통합놀이터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엄 변호사는 통합놀이터의 활성화를 위해 안전인증 기준의 다양화,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아동의 놀이터 진입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 제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 요구를 법령개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2018년 통합놀이터가이드라인 및 통합놀이터 시설물 디자인을 진행한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운영위원)은 “실제 통합놀이터에 가보면 흉내는 냈는데 휠체어를 옮겨타거나 핸드레일 규격이 안 맞는다. 안전기준 통과하면서 전혀 고려가 안됐다”며 “기존 시설물이 새롭게 제작된 시설물들이 장애아동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안전기준과 통합놀이터 충돌을 보완하는 장치를 제안했다. 김 소장은 EU의 안전기준을 예로 들며, 안전기준을 통합놀이터에 적용할 경우 상충을 막기 위해 장애아동의 접근을 높이기 위한 기술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놀이터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업무 총괄은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기구(어린이제품)의 안전인증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한동욱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 안전개선과 사무관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인증 받은 제품만 설치한다. 통합놀이터 확산과 관련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모두 의무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놀이터 확산을 (법에)담기가 쉽지 않다”며 “교육 및 복지 차원의 정책으로 접근하는 게 통합놀이터 확산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어릴 적 놀이터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를 가진 아동이 통합놀이터를 이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큰 기우”라며 통합놀이터 법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이번 정책토론회는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남진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 ▲엄선희 사단법인 두루 공익변호사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1팀장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조윤주 서울시공원녹지정책과 공원문화팀장 ▲한동욱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 안전개선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