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
이이남,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2019). 겸재 정선의 ‘양천팔경첩’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시관의 8칸 벽면을 화첩 삼아 빔 프로젝트로 투사한 미디어아트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강서지역 승경을 화첩에 담은 겸재 정선의 ‘양천팔경첩’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이이남, 빛의 조우’전이 서울식물원 내 마곡문화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은 겸재 정선(1676~1745)이 양천현령으로 지내며 그린 ‘양천팔경첩’을 원작으로 양천의 사계와 강서 지역의 역사를 빛으로 시간화한 이이남 작가의 신작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2019)이다. 이 작품은 전시관 입구 왼쪽 여덟 칸의 벽을 화첩 삼아 빔 프로젝트로 투사한 약 5분가량의 미디어아트로, 작가는 겸재가 살았던 당시 조선후기의 풍경부터 근대 일제 강점기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곳 마곡의 경관에 서사를 부여했다.

이 작가는 특히 일제 강점기 때 배수펌프장 용도로 지어진 마곡문화관의 역사성에 주목해 작품을 구상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 작가는 “전시장 바닥을 보면 강화유리로 돼 있다. 배수펌프장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 이 전시관(마곡문화관)을 만났을 때 (배수펌프장 흔적이 보존된)유리바닥이 신기했다. 전시관 왼쪽 벽이 여덟 칸이다. 여러 가지 (작품)요소가 이 공간과 맞아 떨어졌다”며 이번 전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기간 동안 겸재 정선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업을 해왔다. 과거 암울한 시기에 지어진 공간이지만 오히려 미디어아트라는 빛으로 재해석해 지난 역사를 승화시키고자 했다. 새로운 작품을 생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전시관 유리바닥을 지나 2층, 3층까지 계단이 나 있는데 마치 겸재의 산수에 올라가서 유람하듯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식물원 전시교육과에 따르면 마곡문화관과 강서양천지역의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를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 가장 적합한 작가가 이이남 작가라 판단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이남 작가
이이남 작가
이이남, '박연폭포'
이이남, '박연폭포'(2017)

그밖에 전시장에서는 겸재 정선뿐 아니라 고흐와 마그리트 등 동·서양의 회화를 미디어아트로 재창조한 ‘박연폭포’(2017), ‘인왕제색도-사계’(2009), ‘겸재정선 고흐를 만나다(2014)’, ‘그곳에 가고 싶다’(2010)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작가는 고전에 디지털을 접목해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지난해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에서 전시 ‘뿌리들의 일어섬’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2018 광주 비엔날레 등에서 전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내년 4월 19일까지 열린다.

한편, 전시장 ‘마곡문화관’은 과거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으로 사용된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363호로 지정돼 있다. 1928년 준공돼 배수펌프장 건축물로는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현재 마곡지역 농경역사와 미술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이이남, '인왕제색도-사계'
서울식물원 기획전 '이이남, 빛의 조우'전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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