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도시숲법, 우리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하고 있는가?
[특별기고] 도시숲법, 우리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하고 있는가?
  • 김태경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
  • 승인 2019.11.25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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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강릉원주대학교 교수
김태경 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강릉원주대학교 교수
김태경 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이제 2019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2020년은 조경계가 기억해야 할 한 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일을 하려면 땅을 매입하는데 40조원, 조성까지 생각하면 50조가 훌쩍 넘는 돈이 있어야 한다. 경제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이 정도의 돈을 선뜻 내놓을 리가 만무하다.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시공원 조성과 관련된 금액인데, 지난 20여년의 시간동안 아무도 지키지 않았던 공원을 생각하며 보낸 1년이라는 시간은 참담함 자체였다. 어찌어찌 해서 국가직공무원이라는 자리를 얻어내는 수확도 있어 잠시 들뜬 분위기에 젖기도 했었지만 일선에서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시험관련 회의에서 “왜 할 일도 없는데, 공무원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던 어느 공무원의 한마디는 앞길의 험난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19년이 시작되던 겨울 막바지에 몇 년간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도시숲법 제정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왔고, 지난 10개월은 이것이 직업인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반복적인 회의와 협의에 열중했던 시간이었다. 이것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보다는 우리의 후배들에게 먹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 조경시장의 위축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시장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 문을 닫고 우리를 지키기 보다는 밖으로 나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이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에 보여준 우리의 행보는 그런 기대감과는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잘못되거나 근거가 없는 듯한 의견이 담긴 기사, 심지어는 팩트도 맞지 않는 기사가 버젓이 매체에 나돌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용어까지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사화되었다는 것은 관련자가 제공한 정보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정부 측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거치고 그 과정을 조경계의 대표자들에게 논의를 해온 당사자로서는 적잖은 당황스러움과 부아가 치밀기까지 한다. 도시숲법이 무엇이든 우리의 내부적 갈등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외적과의 전쟁은 전리품을 얻거나 최소한 자존감이라도 지킬 수 있지만 내전은 깊은 상처와 치유할 수 없는 반목만 남길 뿐이다.

잘못된 판단이나 근거 없는 판단은 개인의 견해라 치부할 수 있으나 맞지 않는 팩트는 불신의 원인으로 증폭될 수 있다. 그 팩트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집어볼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서는 도시숲법이 조경계의 근간을 흔들만한 법인가를 생각해보고 싶다.

 

1. 변화의 시대에 문을 걸어 닫을 것인가?

쇄국정책과 천주교도 대량 학살, 무리한 경복궁 중건, 명성황후의 제거를 일본에 청탁한 점 등으로 우리의 국사책을 부끄럽게 장식하고 있는 이가 있다. 본명은 이하응(李昰應),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친아버지. 1864년부터 10여년의 세월동안 어린 고종을 대신하여 조선의 국정을 이끌면서 왕권확립이나 정책의 과단성 등에 평가를 받고도 있지만 항상 그의 뒤에는 개항을 요구하는 서구 열강의 침략적 자세에 대하여 척왜강경정책으로 대응하였다는 낙인이 붙어있다. 결국 걸어 잠근 빗장이 조선이라는 국가의 문을 닫게 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흥선대원군 개인에게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국치의 전형이 되어 버렸다.

이 법을 보다 단순하게 보면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산림청에게 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협의의 과정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문을 걸어 닫고 예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안에 틀어박혀도 좋겠지만 그런 상황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적어도 조경계의 리더들은 문을 열기로 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열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2. 우리만의 리그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

투탕카멘으로 알려진 이집트의 미소년왕은 18세의 어린나이에 요절한다. 그의 미이라를 조사한 결과, 그는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구개열과 내반족인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역시 뼈 질환이 있어 걷기가 힘들 정도의 장애인이었다. 그 역시 이복누나이자 왕비 안케세나멘과의 사이에서 두 명의 딸을 가졌으나 모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산됐다. 이후 당연히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조가 바뀌게 된다. 이집트 왕조가 혈통보존이라는 목적으로 부녀간 혹은 남매간 근친혼을 장려함으로써 열성 유전자의 대물림이 이런 비극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좋은 시절을 보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그렇기에 좋은 조경세상을 경험했던 나를 포함한 1세대 선배님들은 다음 세대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능동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도태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화양연가를 구가했던 우리의 사명이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 법률이 시행되면 산림분야와의 협업 혹은 경쟁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산림업계와의 협의과정에서도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자는 의견도 교환했다. 새로운 시장은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지만 저항력을 키울 수 있는 훈련장이 되기도 한다.

이 법은 업계의 진흥을 위한 법률이 아니다. 그렇기에 업역을 구분할 수도 없고 어느 한 쪽에 서서도 안 되는 법률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정책을 다루는 법률인 것이다. 국가의 녹색환경을 증대시키기 위한 법률인데, 그것을 조성하는 업역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 상대와의 싸움보다 더 심각한 내전이 벌어지는 느낌이다.

이와 함께 법안에 설계조항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조경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도시숲 사업은 설계 없이 시행하는 사업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러면 설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산림업계쪽으로 잠시 눈길을 돌려보면 자신들의 뒤떨어진 경쟁력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원래하고 있었는데, 왜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힘들게 하는가? 하는 문제제기도 심심찮다. 이것에 대한 답변은 첫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지금시대의 조경계 리더들이 문을 열기로 결정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

우리가 원하던 내용을 모두 포함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늘 생각했지만 테이블 건너편에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요구서를 들고 있는 협상상대가 있고,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어야하는 국가기관도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없는 법률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입장이 법률의 필요조건임을 지리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내세운다면 우리는 그간 협상파트너가 아니었음을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조경신문]

 

지난 9월 23일(월)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입법공청회'에는 조경계와 산림청, 산림조합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국조경신문DB
지난 9월 23일(월)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입법공청회'에는 조경계와 산림청, 산림조합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국조경신문DB

 

 

김태경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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