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이 학생들에게 설계에 관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지재호 기자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이 학생들에게 설계에 관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 18일(월) 성수동에서 의미 있는 현장 수업이 진행됐다. 상지대 친환경식물학부 2·4학년 학생들이 CA조경기술사사무소와 아모레성수를 찾은 것이다.

먼저 학생들이 찾아간 곳은 2004년에 창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시간과 땅의 기억, 단순함이라는 5가지 철학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곳으로 청계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최근에는 광화문광장에 이르기까지 굴직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은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과정들을 자세하면서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궁금했던 것들을 즉석에서 답하는 질의응답 시간은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음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지재호 기자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지재호 기자

 

조 소장은 “오늘 발표를 듣고 조금 더 설계사무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내 주변에 공사를 가거나 시공회사를 가서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그들 대부분이 ‘설계를 알았다면 설계하는 사람들과 대화가 될텐데 어렵다’고 고충을 말할 정도”라고 현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이런 상황들을 정리해 보면 관공서를 가서 설계를 잘 모르고 업무를 하다 보니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라며 “2학년들은 앞으로 설계를 한다면 재미가 없을 수 있지만 할 때 집중적으로 해야 그것을 통해 설계를 이해하고 어디에서든 자기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설계할 때 가장 힘든점, CA조경 회사 입사가 어려운지, 초봉과 야근수당은 지급되는지 등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 학생이 “어느 정도의 만족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 소장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하며 다만 잘 된 설계가 떨어지면 잊고 싶어진다. 그런데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설계작이 당선될 경우 그게 예뻐 보일 때가 있다고 말해 잠시 긴장을 풀어줬다.

이어 “당선작신드롬이 있는데 제출할 때는 평이 안 좋다가 당선이 됐다고 하면 좋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어 상당히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고 말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충을 솔직담백하게 풀어갔다.

 

아모레 성수에 조성된 정원을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지재호 기자
아모레 성수에 조성된 정원을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지재호 기자

 

 

 

신준호 더가든 과장이 정원 조성에 따른 법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재호 기자
신준호 더가든 과장이 정원 조성에 따른 법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재호 기자

 

오후에는 최근 조성돼 주목을 받으며 핫 플레이스로 떠 오른 아모레성수를 방문해 신준호 더가든 과장으로부터 정원 조성에 있어 ‘법에 의한 제약과 디자이너의 한계’를 중심으로 특강이 진행됐다.

신준호 과장은 아모레성수를 둘러보며 식물과 공간에 관한 설명들을 1시 간 가량 열정을 다해 설명했다.

그리고 약 1시 간 가량은 특강을 진행하면서 법에 관한 오류를 지적했다. 신 과장은 “만약 이곳(아모레성수)이 신축건물이었다면 이렇게 디자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법적인 기준을 충족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이어 “신축건물이었다면 20%는 상록수를 식재해야 하는데 이 곳에 상록 교목이 들어서면 어둡고 계절 변화도 절대 느끼지 못하고 우리가 생각한 디자인을 할 수 없게 된다”며 “교목, 관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목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소재인데 수량이나 규격으로 보기 시작하면 계속 제약에 부딪힌다”고 신 과장은 개탄했다.

이러한 문제는 조경 디자이너들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법적인 수량만큼 채운다면 어둡고 답답하게 되니까 장송을 쓰면 인정수량이 있어 기준을 맞출 수 있어 그 방향으로만 모색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숲을 만들고 깊이를 만들고 하는 고민보다는 법적인 고민을 먼저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숲을 만들고 싶다면 숲에 가서 직접 봐야 한다. 지금처럼 회양목을 아메바 형태로 그리는 식으로 기준을 맞추려 하면 숲은 나올 수 없다”며 “실제 정원이 갖는 가치는 정원을 만들 때 사람만 좋은 정원은 이제 도시에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새도 날아와 물도 마시고, 개구리가 알도 낳고, 사람도 보기 좋고 같이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태정원이고 추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생태적인 기능을 위한 법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기준을 위한 기준, 지켰나 안 지켰나 등으로 검토하는 방식이라 공무원은 편하게 관리한다. 또한 디자이너들도 계산기 두드려서 길이와 면적, 수량만 맞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고민도 하지 않는다며 신 과장은 현행법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조경과 나와서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신 과장의 질문은 큰 울림이고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보여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다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함을 보였던 학생들은 현실적인 문제 제기와 앞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이번 현장수업은 학생들에게는 다소 복잡한 현실 문제로 많은 고민이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특별했던 수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신준호 더가든 과장   ⓒ지재호 기자
신준호 더가든 과장 ⓒ지재호 기자

 

 

 

상지대 학생들과 이태겸 박사(우측 끝), 신준호 과장(우측 두 번째)  ⓒ지재호 기자
상지대 학생들과 이태겸 박사(우측 끝), 신준호 과장(우측 두 번째) ⓒ지재호 기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