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성수 건물 안에서 바라 본 정원 풍경     ⓒ지재호 기자
아모레성수 건물 안에서 바라 본 정원 풍경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건물을 얹는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 자연을 보태려 한다. 이러한 공식은 산업화 물결에 의해 당연한 것처럼 존재해 왔다. 그러나 공식은 점차 산업 발달에 의해 깨지고 있고 사람들은 자연을 곁에 두고 이용하길 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회색도시로 자리해 있는 성수에 바람이 머물고 빛이 발하고 야생숲과 같은 공간을 사람이 누리는 공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허유석 아모레퍼시픽 리테일 디자인팀장과 김봉찬 더가든 대표, 박천강 건축사무소장, 권경민 건축사무소 대표와 얘기를 나눴다.

‘아모레성수’에 조성된 정원은 숲의 야생성을 옮겨온 듯 자연을 닮았다. ‘ㄷ’자 형태의 건축물로 인해 입구에 서서 바라보면 면의 깊이, 그리고 벽면의 깊이가 느껴지면서 낯선 공간에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좌측부터) 권경민 건축가, 박천강 건축가, 김봉찬 더가든 대표, 허유석 아모레퍼시픽 리테일 디자인팀장   ⓒ지재호 기자
(좌측부터) 권경민 건축가, 박천강 건축가, 김봉찬 더가든 대표, 허유석 아모레퍼시픽 리테일 디자인팀장 ⓒ지재호 기자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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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면, 점의 중첩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면의 깊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계류에 중점을 뒀다. 자동차 정비소라는 경험을 가진 공간 속 건축물에는 낮고 높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계류 활용에 따라 시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과 야생숲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을 간파한 것이다.

“계류가 가장 잘 보이는 안쪽 공간에서 계류의 야생성과 숲의 고요함을 어떻게 마주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길이가 40미터도 안 되기 때문에 선의 중첩과 면의 중첩을 생각하면서 바위와 풀 등 점의 중첩도 가미해 실제적으로 깊고 넓게 보이도록 유도했다.”

김 대표는 숲을 가져오기 위해 옥상에서 흐르는 물이 계류를 따라 개구부 앞에 약 70cm 정도가 차오를 수 있도록 웅덩이를 조성했다. 인공적이지만 자연스런 경관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건축과 조경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도 빛을 발휘했다.

박천강 소장은 공간의 구성과 콘셉트는 성수라는 공장지대에 주변사람들과 직장인, 거주자들이 이용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정원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공간 구성자체도 정원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고 높낮이, 다른 분위기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공간구성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 건물이 동서방향으로 길게 배치돼 빛의 양, 방향에 따라 변화되는 정원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박 소장은 각각의 공간의 시퀀스를 위해 창문의 높낮이를 바꾸거나 높은데서 바라볼 수 있는 시퀀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곳은 기업이미지를 제고를 위해 조성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정원으로 조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업이 단지 화장품으로 사람의 외모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도시, 아름다움을 대하는 자세의 일관성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볼 때 정원이 (모든 것에) 부합하고 있다.”

권경민 건축사무소 대표의 말대로 아모레성수는 단순히 구색 맞추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진짜 정원, 사람들이 지금까지 봐오지 못했던 것을 이런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그것을 김봉찬 대표가 답했다고 한다.

 

아모레성수 정원 입구  ⓒ지재호 기자
아모레성수 정원 입구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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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마케팅비용만으로 충분하다

권 대표는 원래 있던 정원에 건물이 앉혀지는 것을 상상했다고 한다. 조경가가 아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아이디어로 원래 있었던 정원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김봉찬 대표를 만나면서 실현화 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

“우리는 어떤 것도 없이 정원 전체, 중정 전체를 정원으로써 온전하게 할 수 있고, 일부 야경을 위해 조명을 넣었는데 사실 이 부분도 우리 생각에는 조경자체의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다”며 권 대표는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좋은 게 있으면 그것을 보고 다른 기업이 흉내를 낸다 해도 좋은 것을 잘 만들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면 좋다. 관리비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사용되는 마케팅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일부 비용만으로도 충분하고 전체로 봤을 때 훨씬 더 부가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며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을 강조한 절대가치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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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디자인하다

김봉찬 대표는 말한다. “형태와 시각, 이 자체가 주변 여러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서식처로 만들어진 비오톱, 생태정원의 작은 공간”이라고.

때문에 “숲에서도 촉촉함을 느끼듯 여기서도 촉촉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부지방의 겨울이다. 잎이 떨어지면 쓸쓸해지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단호하다.

“절대 쓸쓸하지 않다. 오히려 떨어졌을 때 새로운 경관이 나온다.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 인공과 자연이 대비되면서 더 드라마틱함을 연출해 준다. 잎이 떨어진 가지의 아름다움과 콘크리트가 만났을 때 진정한 선과 여백이 만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믿음에는 ‘어둠’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다. 김 대표는 “정원에서 어둠을 디자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늘진 곳의 대비, 어둠을 우리는 디자인하지 않았다. 어둠의 깊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어둠을 디자인한다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부분임에도 간과하고 있는 부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어둠은 배경이 어두웠을 때를 말한다. 어두웠을 때 식물이 어떤 빛을 보이고 반대로 빛이 들었을 때 반대의 면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점’ 바로 이 부분이 김 대표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다. 카메라로 따지면 역광의 미를 식물에서 찾는 것이다. 카메라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점.

건축과 조경, 조경과 건축 등 원자와 분자, 그리고 원자핵에 적용하는 양자물리학의 기본 개념과 접목해 봄직하다.

허유석 팀장은 “화장품이라는 것은 자연에서 원료가 오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공간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면서 “건물을 보존하고 가운데 정원도 고객들이 치유될 수 있는 피드백을 받고 있어 비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 (상대적으로) 고객들에게 진정성측면이 전달된 것 같다”며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을 분석했다.

아모레 입장에서는 최근 리테일 시장이 판매중심에서 고객 경험의 중심으로 바뀌면서 콘셉트가 있는 공간이 각광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원이라는 공간 마련을 생각했을 것이다. 전략적이든 아니든 일반적이지 않은 정원을 원했던 것은 구색 갖추기식 정원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권경민 대표는 “우리는 조경을 상상했을 때 이곳을 파 들어갈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마운드를 만드는 것을 생각했는데 파 내려가면서 깊이감이 생긴다는 말에 건축가가 상상하는 조경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조경이 건축과 함께 동업자적 관계로 머리를 맞댄다면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된다는 것을 아모레성수 정원 조성에서 확인된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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