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3년 만에 찾은 경북 봉화의 독립대안학교 내일학교의 풍경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2017년 내일학교 ‘위토피아 가든’을 민간정원으로 등록할 당시 약 1만 6000㎡ 규모로 수백 종의 초·목본이 식재된 다양한 형태의 정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갔고 웰컴가든과 카페, 키친가든 등 새로운 주제원들도 속속 생겨났다. 올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야생화 위탁재배사업을 시작하며 수목원 조성을 위한 본격적 행보도 눈에 띄었다.

추구의 정원
추구의 정원

가드닝 특화 학교답게 지난 10월 폐막한 대한민국 한평정원페스티벌에서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이곳 학교 출신이자 자람도우미(교사)로 일하고 있는 강희원 씨가 작가부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내일학교는 2017년 학생부 대상에 이어 지난해에도 3팀이 출품해 일반부에서 최우수상을, 학생부에서 최우수상·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지만 이번 작가부 진출은 본격 가든디자이너 데뷔라는 면에서 정원을 진로로 삼은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다.

 

정원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학생 주도로 만드는 정원

이 학교 대부분의 정원은 식물 견적, 시공까지 교사의 도움도 일부 있지만 학생 주도로 조성된다.

내일학교의 주요 정원인 ‘추구의 정원’에 들어서면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성찰하는, 방지형 연못 등으로 형상화한 ‘추구의 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그라스의 배경이 되는 흰색의 흙부대담과 수생정원이 있는 이 정원은 지난해 여름 시공을 시작해 내년 조성 완료를 마치게 된다. 학생들이 직접 시공하기 때문에 완공하기까지 호흡은 늘 길다.

이곳을 안내한 강희원 교사는 3년 전 조경업체에게 정원시공을 외주했는데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학생들의 온전한 힘으로 천천히 조성해나가는 중이라 설명했다.

손바닥정원. 매년 정원수업 중 조성하는 정원으로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식물리스트를 만들고 시공, 관리한다.
손바닥정원. 매년 정원수업 중 조성하는 정원으로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식물리스트를 만들고 시공, 관리한다.

학생들은 이를 계기로 국내 유수 가든디자이너와 가드너들을 찾아가 “배움동냥”을 했고 실습 끝에 학교정원을 조성하게 됐다. 정원을 가르치고 진로과정 조교를 병행하는 강 교사는 “처음엔 교사들이 하나하나 실무를 담당했지만 전문성이 생기니 학생들이 제안도 하고 책임도 맡고, 식물 견적도 뽑고, 디자인도 하고…자연스럽게 이런 과정이 생겨났다. 학교가 캠퍼스를 수목원으로 만드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몇 개 주제정원이 세팅되면서 자연스럽게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내일학교 전교생 17명 중 1/4이 정원진로과정에 있다. 내일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권지민 학생은 재학 중 한평정원페스티벌(2017년) 학생부 정원으로 출품해 대상을 수상, 강 교사와 함께 작가부 정원 시공에 참여했다. 그 역시 졸업을 앞두고 향후 진로를 정원과 식물에서 찾았다. 사회로 진출하기 전 진로 기반을 미리 탐색해보는 과정 중에 있는 그는 현재 학교로부터 부지와 시설지원을 받아 ‘위토피아 가든’ 디자인을 총괄한다며 “300평(990㎡)이나 되는 땅을 학생에게 맡기다니…외부에서 보면 이상할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강희원 교사·가든디자이너(왼쪽)와 권지민 학생이 내일학교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희원 교사·가든디자이너(왼쪽)와 권지민 학생이 내일학교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울림정원. 학교 입구에 있는 중정정원으로, 학생들의 정원에 자극받아 교사들이 조성한 정원이다. 여름 페스티벌 때 연주공간으로도 이용된다.
어울림정원. 학교 입구에 있는 중정정원으로, 학생들의 정원에 자극받아 교사들이 조성한 정원이다. 여름 페스티벌 때 연주공간으로도 이용된다.

 

한평정원페스티벌 대상 수상 배경

프로젝트수업 통한 “특화 교육”

정원박람회 진출 등 소정의 성과는 전인적 교육을 목표로 한 내일학교만의 교육 가치에 있다. 내일학교가 정원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과목으로 분리된 정규학교 수업과 달리 분기별 크게 나뉜 커리큘럼 안에서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 덕분이다.

10대 청소년들의 감성과 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봄이면 정원 수업, 여름이면 카약·캠핑·주변 산 식생탐험 등 아웃도어과정, 가을이면 자신의 생각을 연극이나 소설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수업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이 개별 학생 당 프로젝트로 진행되는데 고운 교사는 “(내일학교 교육과정은)일반학교에서처럼 수능에 맞춰 이수해야 하는 수업이 아니라 이 시기에 어떤 걸 배워야 학생들의 지능이 개발되는지 집중한다”고 말한다.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 미술, 건축, 목공,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학문의 접점으로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케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년 봄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손바닥정원’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수업을 통해 2m×2m 부지에 각자 정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는 내일학교의 필수교육과정으로, 디자인 콘셉트부터 조성, 관리까지 1년 단위로 진행된다. 이 또한 ‘정원’ 경계에 있는 인접분야 지식과 학문을 통섭해 진로의 폭을 넓히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선지 이곳을 접한 가드너들의 평판은 일관됐다. 아직 10대 청소년들이지만 정원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은 여느 전문가 못지않다는 후일담이 종종 들려왔다.

내일학교 교정에 조성된 정원
내일학교 교정에 조성된 정원

 

학교, 농촌마을의 커뮤니티공간 역할

내일학교는 학교정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목원 조성을 꿈꾼다. 이를 위해 올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야생화 위탁재배 사업을 시작, 약 5만 본의 야생화 ‘긴산꼬리풀’을 납품했다. 권지민 학생은 “수목원이 조성되면 심을 식물이 엄청 필요한 것이다. 후배들을 양성하려면 자금도 필요해 (진로과정 중)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곧 인터넷 판매도 시작할 것이라 예고했다.

재배 또한 학생들의 몫. 농장은 처음이라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인근 백두대간수목원이나 농장, 식물원을 오가며 조언을 얻었다. 그는 아직은 소량 재배 중이지만 내년에는 식재를 추가해 경상북도가 지원하는 청년창업사업에 응모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내일학교는 주변 오지 마을과 소통하기 위해 교육문화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교내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카페, 도서관, 한의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창출로써 마을 속 학교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웰컴가든
웰컴가든

 

야생화 재배 농장
야생화 재배 농장

 

추구의 정원
추구의 정원

 

개관을 앞둔 내일학교 미술관
개관을 앞둔 내일학교 미술관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