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공원 재조성 추진 시민대토론회'에서 여홍구 서울대공원 재조성추진 시민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5년 된 서울대공원의 재조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테마가 있는 공원,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테마파크로 조성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테마가 있는 파크로 조성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국장 안승일) 주최로 열린 ‘서울대공원 재조성 시민대토론회’는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800여 명의 관계자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제 발표로 나선 안동만 세계조경가협회 부회장(서울대 교수)는 ‘공동의 녹지공간으로의 조성’을 강조한 반면, 박정숙 경희대 국제교육원 교수와 최승담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테마파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8명의 패널들은 대체적으로 “테마파크 보다는 동물원을 활용한 체험이 가능하고,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에 나선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장은 ‘서울대공원 재조성-글로벌 대형공원 브랜드화 전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했다.

조 회장은 “공원은 곧 도시이며, 도시는 곧 세계라는 관점을 가져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공원은 재조성 보다는 서울의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재생되어야 할 것”이라며 “메가시티화 전략에 맞는 공원의 대형화, 도시 브랜드화 전략에 맞춘 글로벌 서울 브랜드 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공원은 도시와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공원이 혼재되어 주거, 웰빙, 여가 등 혼성의 기능을 수여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문화도시의 맥락에서 문화예술공원으로 재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숙 교수 “한류 테마파크·에듀테인먼트 조성”
박정숙 경희대 국제교육원 교수는 ‘테마파크와 한류 콘텐츠’라는 주제발표에서 한류 콘텐츠를 이용한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투자자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요소 제공을 위해 서울시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제시 및 정책 반영이 필요하며, 현재의 동물원, 식물원 등의 현상 보전이 아닌 새로운 컨셉으로,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개념 테마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류 콘텐츠와 랜드마크를 이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테마파크로 거듭 나야하며, 한류문화 콘텐츠의 메카로 재미와 교육이 공존하는 에듀테인먼트를 구현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서울대공원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최승담 원장 “해외자본 투자유치 복합테마파크” 
최승담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서울대공원 테마파크 조성 방향’이라는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복합테마파크 개발을 주장했다.

최 원장은 “유기시설물 중심의 테마파크는 지양하되,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국제 수준의 복합테마파크로 조성"해야 한다 며 이를 위해 “테마파크 산업 특성에 대한 시민 의식제고와 서울시 정책에서 투자자의 사업구상 존중, 국가적 차원의 파급효과 분석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만 교수 “시간 흐를수록 자연이 더 큰 가치”
이에 반해 안동만 교수는 ‘바람직한 미래 공원의 모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원은 공동의 녹지공간으로 도심의 공동정원으로 조성되어야 하므로 놀이공원, 테마파크 위주로 재조성하는 방향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1억짜리 시설물은 몇 년 뒤 철거될 가능성이 높지만, 식물이나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큰 자산으로 남게 된다”며 지속가능한 공원의 중요성을 들어 화려한 인공미보다 자연스런 공원미를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은 서충원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조경진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강소연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사, 이보아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하지원 서울시 의원,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유희준 SBS 정치부 차장, 김의겸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보아 교수는 “서울대공원 재조성에 앞서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차별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한류가 서울대공원에 적합한 지 다시 고민해봐야 하며,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또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등 학습과 체험의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소연 이사는 “박정숙 교수가 제안한 테마파크는 창의적이고 휼륭한 아이디어지만, 그 아이디어가 서울대공원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아이의 부모로서 서울대공원은 자연 속에서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오 차장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수익을 내는 곳이라면, 서울대공원은 수익을 재분배하는 곳이다. 그런 관점으로 봐야한다”며 “현재 서울숲에는 아침에 아주머니들이, 오후엔 아이들과 학생들이, 저녁엔 연인들이 그리고 주말엔 가족을 비롯해 모든 시민들이 온다. 그런 공원으로 조성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유희준 SBS 차장은 “그동안 서울대공원 재조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는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서울대공원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재조성 때 반드시 꼽아야 하는 게 동물원이며, 특히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한 큰 틀의 변화보다는 작은 틀에서 개선하고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남식 교수는 “천혜의 자연공간인 서울대공원에 인공시설물인 대형 테마파크가 어울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동물원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교육적 종합적 문화공간이다. 서울대공원 재조성에서는 동물원에 대한 시설 보완을 통한 리뉴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동물원에 대한 비중을 강조했다.

하지원 서울시 의원은 “우리나라는 자연이 부족한데 그나마 가로수 마저 잘려나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제한 뒤 “서울대공원은 도시공원 조례에 의해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공원이지만, 저렴한 입장료로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자연친화적이면서 체험할 수 있으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이 희망인 공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한겨레 부장 “안동만 교수의 제안에 공감하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식물을 활용하면 사람의 손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데, 저투자 저예산으로 접근해서 비록 수익은 적더라도 안정적인 서울대공원 재조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경진 교수는 “테마가 있는 파크로 갈 것인지, 테마파크로 갈 것인지 방향 설정이 중요하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테마파크는 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좋은 동물원을 만들어 주는 것, 좋은 식물원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앞서 여홍구 서울대공원 재조성 추진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변화, 시민들의 욕구 증대 등으로 서울대공원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며 “이를위해, 시민․전문가 여론조사,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다양한 의견수렴 등을 실시했으며, 앞으로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공원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겠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이 진행한 시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에서 황창연 원장은 “일반 시민들은 놀이시설이 있는 복합테마파크와 동물원, 식물원을 희망했으며, 재조성 컨셉은 최첨단 시설 도입과 웰빙공원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서울대공원만의 특색 부족을 지적하면서 상징캐릭터 개발과 테마의 결합, 동물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웰빙프로그램 등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5월말부터 6월초까지 ‘내가 바라는 서울대공원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시민제안 공모 결과 보고에서 안승일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대상작은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동물원과 외곽도로를 최고의 추억의 길로 그려냈다”라며 “응모작이 346점이 접수되었는데,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1984년 개장 이래 25년이 지나면서 신규투자 부족으로 시설이 낙후되고, 다른 놀이공원, 테마파크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이용객 감소와 경영수지 악화로 인해 재조성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세계적인 신개념 미래형공원으로 재조성 한다는 방향을 정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서울대공원을 위해 ‘서울대공원 재조성 추진 시민위원회’(위원장 여홍구)를 발족시킨 바 있다.

시민위원회는 그동안 ‘내가 바라는 서울대공원의 모습’ 이라는 주제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으며, 시민·전문가 여론조사와 시민대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공원 재조성 추진 시민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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