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정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인가? 그렇다면 아이들이 놀면서 재미와 흥미를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해 봤는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 어른들의 관점에서 바라 본 판단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이 ‘안전만을 위한 어린이놀이시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한·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의 놀이시설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실행하는 가에 대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고 국내 놀이시설 업체들이 왜 그리 천편일률적인 놀이시설을 욕 들어가며 만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가 됐다.

무엇보다 일본은 민간단체가 안전인증을 발급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러한 규정을 단체가 만들어 규칙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저세상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의해 놀이시설이 제작되고 있다. 세부규정이 있지만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시설에 대한 규정도 바뀌어야 하지만 현행법이 따라가지 못해 놀이시설에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처럼 민간단체가 안전인증을 실시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냥 ‘벽’이다. 고구마 500개 먹은 것만큼 숨이 막힐 지경이다. 행안부가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검사와 정기시설검사 또는 안전진단 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4조(안전검사기관의 지정 등)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 어린이놀이기구의 제조업자, 설치업자 또는 유통업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는 지정 받을 수 없다.

사실상 태생적으로 민간단체에 일임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구조로 사고만 터지면 법안 개정만 만지작거린다. 정부가 책임은지지 않으면서 법으로만 강제화하려 한다.

‘안전하면 최고’라는 식의 정책은 분명 스스로 방관자로 남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안전도 중요하지만 ‘도전과 창의적 놀이’를 제공할 의무를 저해하는 행위다.

“툭하면 다친다고 소송만 당하면 만드는 사람도 재미없다”고 말한 카네기오 노리히로 Landscape 컨설턴트협회장의 말처럼 결국 아이들도 놀이터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민간단체가 안전인증을 수행한다고 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깼다. 오히려 ‘안전’이라는 테두리를 스스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시설을 설계에서 판매, 관리까지 진행해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정책수립이 오히려 중앙정부의 책임만을 강요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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